박근혜가 김정일에 보낸 편지를 '문재인 편지'라며 허위 비방한 박사모 회원에 벌금형

헛웃음 나오는 변명 "글에 '문재인'이 아니라 '문제인'이라고 썼으니 비방 아니다"... 법원 인정 안해

서울의소리 | 입력 : 2018/03/04 [14:13]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인터넷에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60대 남성에게 법원이 벌금형을 선고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모(64)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정씨는 대선을 3달가량 앞둔 지난 2월 8일 자신이 가입한 '대한민국 박사모' 등 인터넷 커뮤니티 5곳에 문재인 당시 예비후보를 비방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게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 박사모 카페에는 '박근혜 편지'를 문재인이 보낸 것으로 꾸민 허위 비방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왔다. 이에 박사모는 '빨갱이'등의 비난 댓글을 달아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위 스크린샷은 편지 공개 초기 올라온 것으로, 정모씨 사건 관련 게시물은 아니다.

 

정씨는 "문재인이 비서실장 시절 북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에게 보낸 편지 전문"이라면서 "어떻게 이런 자에게 나라를 맡길 수 있냐"며 글을 게시했다. 그러나 실제로 정씨가 게시한 편지는 박근혜가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05년 김정일에게 보낸 편지였다. 친북 논란을 일으킨 '박근혜 편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위원장님께 드립니다.
벌써 뜨거운 한낮의 열기가 무더위를 느끼게 하는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더운 날씨에도 위원장님은 건강히 잘 계시는지요?
위원장님을 뵌지도 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저에게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지만 위원장님의 염려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위원장님이 약속해주신 사항들은 유럽-코리아재단을 통해서 꾸준히 실천해나가고 있습니다.
한민족의 하나됨과 진한 동포애를 느끼게 했던 "2002년북남 통일축구경기"를 비롯해서 북측의 젊은이들이 유럽의 대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북측 장학생 프로그램"등 다양한 계획들이 하나씩 실천되고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보천보 전자악단의 남측 공연" 및 평양에 건립을 추진했던 "경제인 양성소"등이 아직까지 실현되지 못하여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의 의견으로는 이런 부분들을 협의해가기 위해서 유럽-코리아재단의 평양사무소 설치가 절실하며 재단관계자들의 평양방문이 자유로와질 수 있도록 하였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동안 유럽-코리아재단을 통해서 실천되었던 많은 사업들을 정리해서 문서로 만들었습니다. 위원장님께서 살펴보시고 부족한 부분이나 추가로 필요하신 사항들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재단과 북측의 관계기관들이 잘 협력해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관련기관에 위원장님의 지시를 부탁드립니다.
북남이 하나되어 평화와 번영을 이룩할 수 있도록 저와 유럽-코리아재단에서는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업들이 성과를 맺는 날이 곧 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모든 어려움들을 극복하고 꾸준히 사업을 추진하여 위원장님과의 약속한 사항들이 빠른 시일내에 이루어지길 희망합니다.
또한 위원장님의 건강을 기원하며 다시 뵙기를 바랍니다.
2005년 7월 13일

 

'박근혜 편지'는 2016년 12월 주간경향이 입수하여 공개한 것으로,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선언하는등 안보 환경이 변화하는 와중에 '반북'을 내세우는 한나라당 대표가 보냈다는 점에서 정치적 논란을 불러왔다. 또한 통일부의 허가 없이 북한과 접촉하여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행동이다.

 

재판에서 정씨는 "단순히 SNS를 통해 퍼온 글을 보냈을 뿐이며 허위사실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면서 "글 전반부에 '문재인'이 아닌 '문제인'이라고 지칭했으니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글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당연하게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정씨가 문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으로 선거결과의 왜곡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면서 "그럼에도 정씨는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며 범행을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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