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를 기만한 한EU FTA 협상...

한EU FTA, 절차적 검토는 물론 실질적 내용 검토가 필요하다!

박찬성 기자 | 입력 : 2011/03/22 [17:27]

국회의원들로 구성되어 있는 “한미FTA 전면 폐기를 위한 국회의원 비상시국회의(이하 비상시국회의)”는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번역의 오류로 인해 시급한 과제로 설정 되어 있는 한EU FTA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4월 임시국회에서 한EU FTA를 강행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고 지적하고, ‘비상시국회의’를 비롯한 다수의 야당의원들은 일찍이 FTA 내용자체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지만 그 절차적인 것 그리고 실무적 처리에 있어서도 용납할 수 없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회에 제출된 한EU FTA 협정문 초안에 대해 곳곳에서 번역이 잘못된 점이 밝혀졌는데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오류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그것은 FTA내용 전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규정지었다.

또 단순한 번역상의 실무적인 오류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한나라당과 정부는 그것(4월 임시국회에서 한EU FTA 강행 처리)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밝히고 이것은 국회를 무시하고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비상시국회의는 협정문 번역의 치명적인 오류에 대해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통상교섭본부는 무능력하거나 아니면 더 나아가서 알면서도 그런 나쁜 짓을 저지른 것이라고 규정지었다. 그러면서 이 두가지(무능력, 고의) 다 용납할 수 없다고 못박고, 무능력하면 통상교섭본부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비상시국회의를 비롯한 야당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해임안을 이미 제출했다며 김종훈 본부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성명서]
국회를 기만하는 한EU FTA 협상에 대한
[한미 FTA 전면 폐기를 위한 국회의원 비상시국회의] 성명서

EU FTA, 절차적 검토는 물론 실질적 내용 검토가 필요하다!
- 조약에 대한 면밀한 검토는 국회의 권리인 동시에 의무


세계 최대 경제권인 유럽연합(EU)과의 FTA 협상은 부실투성이다. ‘동등한 정본’인 국문본의 번역오류는 물론’ 외교통상부가 물리적 시한으로 제시했던 ‘7월 1일 잠정발효’ 일정은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는 통상교섭본부장의 위헌적 ‘구두’합의에 지나지 않은 것이 밝혀졌다. 결국 외교통상부는 자신이 한 구두합의를 시한으로 못박고 국회에게 조기 비준동의를 압박 강요한 것이다.

정부가 합의했다는 한EU FTA ‘잠정 발효’는 ‘협정문의 90% 효력’을 발효시킨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따라서 잠정발효 날짜는 곧 국회의 조약 비준동의권이 사실상 마감되는 시한이다. 이 같은 잠정발효 일정에 대해 통상교섭본부장이 임의로 합의한 것은 국회 입법권에 대한 제한으로 위헌이며, 무효다.

지금도 한EU FTA 국문본에는 시정해야 할 번역오류가 다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국회의 전면 재검증 요구를 그간 거부해왔다. 지난 3월 9일 외교부는 “통상협정 한글본 번역체계 개선방안”을 내놓았지만, 한EU FTA의 재검독기간은 불과 2주일에 불과하다. 정부가 그간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협정문 번역과정의 오류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던 주장을 감안하면, 너무도 짧은 일정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정부는 번역오류 수정 후 진행돼야 하는 ‘국문본 수정 후 비준동의안 재제출’이라는 헌법과 국회법이 정한 절차 역시 무시한다.

2주일에 불과한 재검독 일정은 물론, 빈준동의안 재제출 거부의 이유는 통상교섭본부장의 위헌적 ‘구두’합의인 ‘7월 1일 잠정발효’ 시한이다. 이 같은 정부의 태도는 헌법에 명시된 국회의 비준동의권을 무시하는 것이자, 삼권분립이 정한 국회의 역할을 무시하고, 국민을 기만한 행위이자 헌법에 위배되는 행위임을 명백히 한다.

EU FTA는 절차적 문제 이외에도 그 실질적 내용에 대한 검토 역시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차대한 협정이다. 하지만 현재 국회에서는 소관 상임위인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그간 지적된 ‘오류’ 등에 대한 문제만 논의되었을 뿐, 사실상 내용에 대한 논의가 전무한 상태이다. 한EU FTA는 국회 외통위 외에도 8개의 상임위, 즉 농림수산식품위, 법사위, 기재위, 정무위, 문방위, 지경위, 보건복지위, 환노위 등에 관련된 안건이다. 한EU FTA가 단순한 ‘통상협정’이 아니라, 국가의 공공정책과 법질서 전체에 대한 내용을 규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28일에 제출된 정부의 한EU FTA 비준동의안에 대한 정부의 조기 비준은 한EU FTA 비준동의안을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체계적으로 심사할 시간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권리는 ‘권리인 동시에 의무’다. 조약에 대한 비준동의권을 가진 국회는 한EU FTA의 협상내용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할 권리만 가지는 것이 아니다. 협정문의 내용이 국내 법질서에 부합하는지, 협상 체결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각 산업계에서의 관세 대책은 충분히 수립되어 있는지, 국내 피해산업에 대한 보완대책은 잘 수립되고 있는지를 따져보는 것이 국회의 의무다.

특히 정부는 지금까지도 동시다발적 FTA로 인한 ‘스파게피볼 효과(Spaghetti bowl effect)’에 대한 영향분석을 전혀 실시한 바 없다. 많은 나라 사이에 동시다발로 FTA가 체결되면 마치 스파게티 접시 속 국수가닥처럼 나라마다 다른 원산지 규정과 통관절차, 표준 등을 확인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다량 투입돼 협정체결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는 것은 외교통상부에서도 이미 인정한 FTA 부정적 효과 중 하나다. 그럼에도 정부가 이미 발효된 FTA는 물론, 국회의 심사를 앞둔 한미 FTA와 한EU FTA에 대한 ‘스파게티볼 효과’에 대한 영향분석을 전혀 실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아니할 수 없다.

우리 비상시국회의는 지금까지 밝혀진 통상교섭본부의 위헌적 ‘잠정발효 합의’와 제대로 된 영향분석 없이 밀어붙이는 행태에 대해 엄중히 비판하며, 국회 또한 기압과 국민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한EU FTA에 대해 면밀한 검토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외교통상부는 국회의 입법권을 무시한 위헌적 합의인 ‘7월 1일 잠정발효 합의’에 대해 공개사과하고, 이를 이유로 한 ‘조기비준론’을 즉각 철회하라.

둘째, 외교통상부는 이미 밝혀진 한EU FTA ‘번역오류’를 수정함은 물론, 전면적인 재검증과 적법한 절차를 거쳐 한EU FTA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다시 제출하라.

셋째, 입법부의 조약에 대한 비준동의권을 ‘구두합의’로써 사실상 부인한 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즉각 사퇴하라.

마지막으로, 조약에 대한 세밀한 검토는 국회의 권리인 동시에 의무이다. 한EU FTA 소관상임위인 국회 외통위는 물론, 9개의 관련상임위, 즉 법사위, 기재위, 정무위, 문방위, 농림수산식품위, 지경위, 보건복지위, 환노위, 국토해양위에서는 한EU FTA 비준동의안의 실질적 검토를 진행할 것을 요청한다.

2011년 3월 22일
한미 FTA 전면 폐기를 위한 국회의원 비상시국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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