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동아 BBC 오역 왜곡보도, 급기야 기자가 직접 트위터로 항의

외국과 달리 유력 매체들이 직접 생산하는 한국의 '가짜 뉴스'... 대책도 우리 실정에 맞춰 마련해야

편집부 | 입력 : 2018/03/19 [15:43]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국내 수구·극우매체의 외신 왜곡보도에 급기야 BBC 기자가 트위터를 통해 직접 지적하기에 이르렀다. 세계적인 유력 언론사의 기자가 트위터에서 공개적으로 한국 일부 매체의 왜곡보도를 지적하면서, '조선·동아 나라망신'이라는 한탄이 나온다.

 

지난 10일부터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수구·극우매체는 "BBC가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 평가했다"는 식의 보도가 나왔다. '외교의 천재' 또는 '나라를 파괴하는 공산주의자'라고 직접 평가를 한 것처럼 쓰기도 했고, '둘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 것처럼 쓴 매체도 있었다.

 

특히 동아일보는 '바그다드 함락 미 3사단, 한국배치 완료'라는 제목의 단독 기사의 도입부에서 '한반도에는 여전히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며, 더 커질 수도 있다'는 논리를 뒷받침 하기 위해 이 내용을 자세히 풀어썼다. 하지만 이는 원 기사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 다른 오역이다.

 

여러 차례 인용된 이 기사는 3월 9일자 영국 BBC방송 기사다. 수구·극우 매체들이 'BBC가 문재인 대통령을 평가했다'고 해석한 부분은 도입부에 등장하는데, '공산주의자'라는 표현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BBC의 평가가 아니다.

 

원문은 "남한의 리더인 문재인은 외교 천재거나 그의 나라를 파괴하려는 공산주의자 둘 중 하나(either a diplomatic genius or a communist set on destroying his country),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벼랑 끝 전략의 달인이거나 사기 게임의 졸(卒) (either a master of brinkmanship or a pawn in a more devious game)"이다.

 

하지만 바로 뒤에 수구·극우 매체들이 왜곡을 위해 의도적으로 빠뜨린 부분이 있다. "누구에게 묻는지에 따라(depending on who you speak to)"라는 구절이다. 즉, 이전의 내용은 BBC가 문 대통령이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자체적으로 '평가'한 것이 아니라, 극과 극으로 나뉘는 '세간의 평가'를 인용한 것이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모두 국내 지지세력과 반대세력으로부터 판이하게 다른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해당 기사의 제목은 '21세기의 정치 도박(The political game of the 21st Century)'이기 때문에, 협상의 중심에 놓여있는 문 대통령과 트럼프에 대한 엇갈리는 평가를 나열한 것이다. 그럼에도 국내 수구·극우 매체들은 집단적으로 특정 부분을 빼고 왜곡보도한 것이다.

 

▲ 로라 비커 BBC 한국 특파원이 한국의 일부 매체들에 항의하는 트윗

 

이에 급기야 BBC의 원 기사를 쓴 기자가 나서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로라 비커 BBC 한국특파원은 18일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 언론은 내 기사를 공정하게 번역해주길 바란다"고 썼다.

 

그러면서 "내 글은 일부에서 보도된 것처럼 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하지 않았다. 우파 역사학자의 말을 인용한 것이었고, 마찬가지로 그가 천재라는 평가도 인용했다"고 강조했다. 그의 트위터에는 한국의 언론 실상을 꼬집는 댓글들이 달리고 있다.

 

흔히 '조중동'으로 묶이는 국내 수구·극우 매체들은 자신들의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외신 번역을 비틀어 왜곡보도해왔다. 물론 외신뿐만 아니라 국내 취재 사안도 날조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을 제대로 된 '언론'으로 부르지 않는 이유이다.

 

국내 수구·극우 매체들의 외신 인용 왜곡보도는 그들 자체의 신뢰성 문제와 별개의 또다른 문제를 만드는데, 세계적인 유력 언론의 권위를 빌어 날조된 사실을 퍼뜨리기 쉬워진다는 점이다. 수구·극우 매체의 자체 기사를 믿지 않는 사람들도 외신 보도라면 믿을 가능성이 조금은 높아지게 마련이다. 언론 수용자는 이를 방지하려 외신 번역 보도에 최초 번역자가 누구인기까지 확인해야 하는 불편함을 강요받게 된다.

 

▲ 2003년 조선일보는 '조중동'을 비판한 프랑스 르몽드 기사를 오역해 보도했다. 이후 오마이뉴스의 지적이 있자, 조선일보는 오역이 있었음을 인정하는 글을 게재했다.     © 아이엠피터

 

국내 수구·극우 매체들은 정파적 이해관계를 넘어서 자사의 이익을 위해 세계 유력 언론의 보도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조작하기도 했다. 지난 2003년 프랑스의 주요 일간지이자 세계 유력 언론인 르몽드 지가 국내 언론 환경에 대해 보도하며 조중동의 독점 등을 비판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이를 완전히 다른 내용으로 비틀어 조중동의 '독립성'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만들었다. 이는 정파성을 떠나 언론으로서의 최소한도를 위배한 짓이다.

 

도널드 트럼프, 블라디미르 푸틴 등 독재자의 당선을 도운 것으로 알려지며 전 세계적 화제가 되고 있는 '가짜 뉴스'는 대개 뉴스 매체처럼 보이지만 언론사는 아닌 개인 배포자들이 만들어 SNS에 배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신문시장 판매부수 1~3위의 유력 매체들이 집단적으로 가짜 뉴스를 만들어 공식적으로 유포한다.

 

가짜 뉴스의 부작용과 폐해가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 문제가 되며 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외국에서는 개인이나 소규모 조직이 만들어 SNS에 퍼뜨리는 것이라서 유포자 개인과 SNS 업체에 대한 대책이 주류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유력 매체들이 만들어 종이신문, 홈페이지, 포털사이트 등에 공식적으로 배포하는 '가짜 뉴스'들이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외국과는 다른 대책이 필요하다.

 

민주국가의 건전한 여론 형성을 위해서는 사실을 보도하는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그러한 최소조건부터 틀어진 것이다. 이번 BBC 관련 가짜 뉴스도 박사모 등 퇴행적 사회 집단에서 돌고 돌며 왜곡된 여론 형성에 톡톡히 기여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조중동 등 수구·극우 매체들과 이를 전파하는 매개인 포털 사이트에 많은 규제와 단속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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