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경찰, 정권 비판세력 무력화 여론전 기획했다

비판 사회단체 재정 압박, 진보언론 광고기업 세무조사 등 다각도 공작

편집부 | 입력 : 2018/03/23 [12:04]

검찰의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국기문란 혈세 도둑놈' 이명박이 재임 시기 경찰의 불법사찰 문건을 보고받은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당시 경찰 보고서에는 이른바 '좌파'에 대응하는 부처별 ‘노하우’를 교류하고, 우파단체·탈북자·네티즌 등을 활용해 온라인 여론전을 펼쳐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실제 경찰은 이런 내용의 보고서가 이명박에게 올라간 직후인 2011년 초부터 “건전한 인터넷 여론 형성으로 사회 혼란을 방지하겠다”며 온라인 댓글 공작을 벌인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2010년 12월경 경찰은 ‘온·오프라인 좌파세력 투쟁여건 무력화’라는 보고서를 이명박에게 보고했다. 당시 경찰은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와 4대강 반대 등으로 좌파가 결집하고, 한-미 에프티에이(FTA) 국회 비준을 앞두고 이들의 여론전이 최고조가 될 수 있다’며 ‘좌파 투쟁에 사전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를 위해 온·오프라인에서 어떻게 여론전을 펼쳐야 하는지 구체적인 대책도 제시했다. 경찰은 부처별로 트위터·블로그 등에서 대응방안을 고민해야 하며, 노하우를 교류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기 위해선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당시 국가정보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는 이미 온라인상에서 불법 정치·선거 개입을 위한 댓글 작업에 한창이었다. 경찰도 이 보고서가 작성된 이듬해 곧바로 댓글 공작에 나선 것으로 확인된 바 있어, 이 보고서가 ‘경찰 댓글 공작의 출발점’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이들은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이들을 ‘좌파’로 몰아세우며 노골적 압박 의도를 드러냈다. 경찰은 “좌파들에 대해 재정적·사회적 압박을 가해야 한다”며 “민주노총 무력화를 위해 노조 전임자들에 대한 ‘타임오프제’를 잘 지키고 있는지 현장점검을 해야 한다”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0년 도입된 타임오프제는 노조 전임자에 대한 사용자의 임금 지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노사교섭, 산업안정 등 일부 업무에 한해서만 근무시간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경찰은 또 “우파단체, 탈북자, 네티즌을 활용해 (좌파) 내부의 부조리를 드러내고 종북이라는 인식을 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며, 경찰이 선제적으로 좌파 첩보를 조기에 수집하겠다는 점도 강조했다고 한다. 검찰이 지난 1월 서울 서초동 영포빌딩에서 압수한 이 보고서들은 경찰이 쓰는 양식과 일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박 소유 영포빌딩 지하창고에서 압수된 60여건의 ‘경찰 작성 사찰문건’은 경찰이 치안정보를 수집한다는 명분 아래 어떻게 일상적인 사찰을 저질러왔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경찰은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 등에 대한 동향을 파악해 탄압을 모색했고, 업무와 관련이 없는 ‘대통령 부부의 이미지 제고 방안’ 등 아부성 보고서를 올리기도 했다.

 

경찰이 작성한 사찰문건은 선거를 앞두고 더 노골적인 내용을 담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2010년 6월 작성된 ‘좌파세력 최근 분위기’라는 문건이 대표적이라고 한다. 당시는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던 때로 경찰의 정치적 중립 의무가 엄격하게 요구될 때였다. 하지만 경찰은 “정치자금에 대해 집중 수사해 좌파에 대한 세 위축이 필요하다”며 “정부·지자체 보조금에서 좌파를 철저히 배제하고, 대학교수 등 좌파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의 연구자금을 적극적으로 통제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행정안전부 지원사업과 관련해서 더 많은 보수단체를 참여시킬 것”을 강조했다고 한다. 국정원의 보고서와 판박이로, 경찰 역시 ‘블랙리스트’ ‘화이트리스트’ 공작에 적극적으로 가담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이 외에도 경찰은 ‘좌파의 지방선거 활동 전망 및 고려사항’ ‘좌파의 지방선거 연대 움직임 및 대응방안’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관련 여당 승리 위한 대책 제시’ 문건도 작성했다고 한다. 실제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전후해 보수단체는 박원순 시장이 상임이사를 지낸 아름다운재단·희망제작소를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잇달아 고발했다.

 

언론탄압을 기획한 흔적도 나온다. 경찰은 “국세청 특별팀을 구성해 좌파언론에 대한 (기업의) 광고 빈도를 분석해 과도하게 광고하는 기업에 대해 세무조사를 해야 한다”고 제안하며, “공개적 세무조사 시 역효과가 우려되니 몇 개 기업을 순차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명박과 관련한 보고서들은 ‘아부성 멘트’가 가득했다. 경찰은 이명박 취임 초기인 2008년 5월 ‘이명박 고향마을 분위기’라며 “풍수가들 사이에서 마을 인기가 좋다. 개발이 진행되지 않아 시골의 소박함을 느낄 수 있어 방문객들의 자식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더 많이 방문하기 위해서는 입구에 있는 다리를 개보수하고, 또 계절별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이명박 입간판 등 홍보시설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담았다고 한다. 그 뒤 포항시는 2010년 15억원을 들여 이명박의 업적 등을 홍보하는 덕실관을 건축하는가 하면, 40억원을 투자해 덕실 생태문화공원을 조성하기도 했다.

 

그해 말에는 ‘대통령 부부 이미지’까지 고민한 보고서도 올렸던 것으로 파악됐다. 안경점, 스타일리스트 등의 얘기를 들어 이명박이 검은색 뿔테 안경과 빨간색 넥타이로 더 부드러운 이미지를 낼 수 있다는 내용 등을 이명박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실제 이명박은 2010년 2월 백내장 수술 뒤 보호용으로 동그란 검은 뿔테 안경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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