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경찰, 박근혜 부정 당선 다음날 사이버 여론공작 지시

국정원 댓글 사건 덮기 위해 대선 3일전 중간수사 결과 발표... 비판 이어지자 여론조작 지시한듯

편집부 | 입력 : 2018/03/23 [12:28]

이명박 정권 경찰이 제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가 부정 당선된 다음날 바로 사이버 여론조작을 지시한 내용이 담긴 문건이 나왔다.

 

23일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확보한 '인터넷상 경찰이슈 대응역량 강화방안(통보, 하달)'(이하 '하달문건')과 '경찰이슈 모니터링 전담반 운영 계획에 따른 협업지정 협조요청'(이하 '협조문건') 문건에는 당시 경찰이 사이버 여론조작에 대한 지침과 운영계획 등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이 문건은 모두 전라남도지방경찰청에서 작성된 문서들이다.

 

전남청 수사과장이 작성한 '하달문건'이 전남청 경무과장으로 전송된 시점은 2012년 12월 20일로, 온갖 부정선거로 박근혜가 당선된 다음날이다. 해당 문건에는 '인터넷상 경찰이슈에 대해 신속·적극 대응하여 비난여론 확산 및 경찰 이미지 실추 사전 차단, 신뢰도 제고를 위한 『경찰 이슈 모니터링 전담반』 운영 계획'이 명시돼 있다.

 

주요 임무로는 '인터넷상 경찰비난 관련 모니터링팀 총괄 지휘'라는 명목으로 ▲ 인터넷상 경찰 관련 이슈에 대한 모니터링 및 대응 임무 수행 ▲ 부모·자식·여성·장애우·이주노동자 등 감성적 폭발력이 큰 이슈는 조기 신속 조치 ▲포털·트위터 등에서 민감하게 다뤄질 가능성이 있거나 의도적 가공이 있는 경우 적극 대응 등이 소개돼 있다.

 

이를 위해 전남청 사이버수사대에 8명의 사이버수사대 모니터링 전담요원을 배치하고, 상시근무체제로 모니터링을 하라는 내용도 있다. 심지어 요원 8명에 대한 2013년 1월 근무표까지 첨부돼 있다.

 

 

박근혜 부정 당선 직후 경찰이 여론조작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로, 2009년부터 여론공작을 벌인 국정원 심리전단과 2010년부터 온라인 여론조작을 한 군 사이버사령부의 행태와 유사한 모습이다.

 

현재 경찰이 애써 의미를 축소하고 있는 '댓글 공작'과 관련해서도 구체적으로 지침이 나온다. 2012년 12월 13일에 작성된 '하달문건'에는 사이버 대응 방법의 일환으로 댓글을 활용하라는 지시가 명시돼 있다.

 

문건에는 구체적으로 '온라인 Communicator 활용 주도적으로 사이버상 여론을 형성, 허위·왜곡 정보에 근거한 비난 여론 차단'이란 대목과 함께 '댓글, SNS 활용 비난여론 차단'이란 대목이 나온다.

 

온라인 Communicator는 SNS 활용도가 높거나 필력을 갖춘 경찰관을 지칭하는 말로, 이 문건에는 '旣(기) 100여명을 선발 운영중'이란 내용도 있다. 2012년 말부터 경찰은 이미 온라인 여론조작을 위한 경찰관을 선발.운영하고 있다는 뜻이다.

 

문건이 작성된 시기인 12월 20일은 박근혜가 부정선거로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로, 당시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여론이 들끓던 시기다. 특히 대선 직전인 11일 국정원 직원이 문재인 당시 후보에 대한 비방 댓글을 달았다는 의혹이 터졌으나 서울 수서경찰서가 선거를 3일 앞둔 16일 밤 '문 후보 비방 댓글 및 박 후보 지지 흔적'을 찾을 수 없다고 긴급 발표하면서, 각계에서 경찰의 노골적인 선거 개입을 규탄했다.

 

이런 정치적 사건의 맥락에서 작성된 '하달문건'은 결국 댓글공작 사건을 덮기 위한 중간수사 발표로 자초한 비판 여론을 잠재우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담반에서 활동했단 다른 경찰관도 "어떤 특정 사건이라기보다, 경찰에 관해 비난이나 이슈가 될만한 기사가 나오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정원 댓글의혹 사건에 대한 불공정 수사 비판 등 경찰과 관련한 모든 이슈에 대해 대응했다는 말이다.

 

전남청에서 사이버 대응 문건이 발견되면서 다른 지방경찰청이나 경찰청에서도 사이버 대응 문건이 더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안보 관련 인터넷상 왜곡 정보 대응 방안', '보안사이버 인터넷 대응 조치 계힉' 등의 문서를 확보한 바 있다.

 

이재정 의원은 "1건의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8명의 요원이 몇 달 동안 상시근무체제로 돌아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설명"이라며 "경찰마저 국정원이나 군처럼 여론조작에 참여한 정황이 계속해서 드러나는 이상 엄중한 진상조사 및 재발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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