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협상, 한국은 ‘나중’ 명분 얻을 때, 미국은 ‘당장’ 실익 챙겼다.

미국은 자동차 수출문 넓히고 신약 약값 불만 등 해소 길 터

서울의소리 | 입력 : 2018/03/26 [23:11]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미 에프티에이(FTA)를 지킨다는 것보다는 국익을 지키는 자세로 협상에 임했다. (타결에) 필요한 수준에서 명분을 제공하되 우리 쪽 실리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번 한-미 자유무역협정 개정협상이 출발선부터 양국의 입장 차이가 컸던데다 철강관세 이슈까지 맞물리면서 우리 쪽이 불리한 협상 판도에 놓인 상황에서, 나름대로 우리 시장을 지켜내고 방어했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의 말처럼 ‘무역수지 불균형 해소’라는 미국의 일방적인 목적과 요구로 시작된 개정협상에서 ‘이익 균형’을 지키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였다. 그러나 최종 협상 내용에 대한 ‘손익계산서’를 따져보면, 오히려 ‘우리는 명분을, 미국은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은 철강 수입할당량(쿼터) 확보와 함께 투자자-국가 분쟁해결 제도(ISDS)나 무역구제 제도 개선 등 제도·절차적 측면에서 개선을 약속받았다. 반면 미국은 자동차 수입규제 완화, 신약 약가제도 개선 등 당장 실익을 볼 수 있는 항목들을 양보받았다.

 

철강 수입할당량(2015~17년 수출량 기준 70%·268만t) 확보는 대미 철강 수출국 가운데 한국이 처음이다. 에프티에이 쪽의 미국산 자동차·제약분야 요구를 일부 수용하면서 철강 타결을 가장 먼저 이끌어낸 셈이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애초 철강 쿼터를 일단 받고 쿼터 초과물량은 25% 관세를 내면서 미국 시장에 수출하는 저율할당관세(TRQ) 방식을 관철시키려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고 말했다.

 

철강 수출량은 과거에 견줘 70% 수준으로 줄어들고, 쿼터 초과물량 수출은 불가능하게 됐다. 김 본부장은 철강 조기타결에 대해 “수출기업이 직면하는 불안정성과 예측불가능성을 해소했다”고 설명했다.

 

철강 수입할당물량이 최근 3년 평균치의 70%로 제한된 것과 관련해 관세를 부과받는 경우와 비교해 이해득실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부 쪽은 “우리 철강업계가 관세보다 쿼터를 선호했다. 앞으로 관세 면제국가와 품목 예외가 늘어나면 수입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트럼프가 관세를 25%에서 더 상향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로선 빨리 관세 대상국에서 빠져나와야 했다”며 “수출 물량은 70%밖에 할 수 없지만 이번 관세부과 효과로 미국 내 철강값이 오르면 우리 수출업체의 수출금액은 오히려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비관세장벽이라고 줄곧 주장해온 자동차 환경·안전기준을 이번에 완화해준 건 예상된 내용이다. 방향지시등 색깔 등 한국 안전기준에 부족해도 미국 기준만 준수하면 수입되는 미국산 자동차 물량도 현재 업체당 2만5000대에서 5만대로 늘려주기로 했다.

 

김 본부장은 “5만대로 늘렸지만 미국의 빅3 자동차 모두 연간 실제 수입물량은 1만대 미만이라서 (5만대는) 실제 수입되는 물량과 무관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철강에서 타협을 보기 위해 자동차에서 큰 폭의 양보를 내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에프티에이 효과를 강조하려고 지난 1년간 정부·업계가 미국산 수입을 대폭 늘리고 현지 투자를 확대한 것도 우리의 비용에 추가해야 한다.

 

한국의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제도를 개선·보완하는 추가 협상을 벌이기로 한 것도 미국의 대표적인 실리로 꼽힌다. 그동안 미국 제약업계는 한국의 건강보험 약값이 지나치게 싸게 책정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해왔다.

 

우리가 얻어낸 분야에서는 투자자-국가 분쟁해결 제도 개선이 관심을 끈다. 상대국에 자본을 투자한 투자자가 분쟁소송을 남발하지 못하도록 하고 정부의 정당한 정책주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하는 조항을 개정 협정문에 반영하기로 했다. 또 양국은 당사국 일방이 무역구제(수입규제) 조처를 발동할 경우 ‘반덤핑 현지실사 자료의 공개’ 등 절차적 투명성을 확보하는 내용을 협정문에 담기로 했다.

 

미국의 통상압박 공세를 피해가거나 누그러뜨리는 방어막을 만들기 위한 조처다. 그러나 김 본부장은 “협상 결과로 대미 통상 리스크가 현저하게 떨어졌다고 장담하긴 어렵고, 트럼프 집권 기간에는 통상압박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이나 무역구제 분야 모두 구체적인 내용은 미국과 추가 협의를 거쳐 협정문 정식 서명 때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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