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세월호 참사 당일 최순실 만난 박근혜에 "불쌍하다" 논평 파문

박근혜 잘못 지적하기는커녕 '촛불시민 참회해야' 적반하장... 비판 여론 쏟아지자 '공식 논평 아니다' 발뺌, 논평 삭제

편집부 | 입력 : 2018/03/29 [11:12]

세월호 침몰 당시 박근혜가 관저 침실에 있었으며 침몰 이후에는 최순실을 만나 대책회의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온 국민이 분노와 허탈감을 숨기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자유한국당이 박근혜에 대해 "불쌍하다"며 '세월호 7시간' 문제를 제기했던 촛불 시민들에 대해 "참회와 자숙을 요구"하고 "석고대죄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 더 큰 분노를 사고 있다.

 

검찰이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의 행적 일부를 공개한 28일, 정치권은 저마다 논평을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은 진실을 은폐하고 조작한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과 참사 당일 박근혜 행적에 대한 추가 조사에 한목소리를 내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의 여당이었으며 극우·퇴행 세력을 대변하는 자유한국당은 다른 당들의 상식적 반응과는 동떨어진 입장을 내었다.

 

자한당은 대변인 홍지만의 브리핑을 통해 박근혜의 '세월호 7시간 행적'을 놓고 제기된 밀회설, 종교의식 참석설, 미용시술설 등의 의혹이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며 "박 전 대통령이 업무를 잘못했다고 탓을 했으면 됐지 7시간의 난리굿을 그토록 오래 벌일 일이 아니었다"는 억지 주장을 폈다.

 

홍지만은 "박근혜가 최순실을 만난 것도 사전에 예약된 만남일 뿐"이라고 주장하며 "권력의 정점에 있으면서도 그런 광풍을 저지하지 못해 수모를 당하고 결국 국정농단이라는 죄목으로 자리에서 끌려 내려온 박근혜가 인간적으로 불쌍하다"고 하여 황당함을 더했다.

 

그는 또 "이처럼 거짓말을 일삼았던 세력에게 참회와 자숙을 요구한다. 세월호 7시간을 원망하며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밝힌 뒤 뜬금없이 '문재인 대통령 집권 과정의 정당성을 고민하게 된다'는 내용을 덧붙였다. 이어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들에 대한 '단죄'가 이뤄져야 한다'는 식의 억지 주장을 폈다.

 

▲ '세월호 7시간'에 대해 적반하장 논평을 내놓은 자유한국당 대변인 홍지만  © 연합뉴스

 

자한당은 박근혜 추종자 위주의 정당이지만, 박근혜의 국정농단으로 평가가 매우 나빠진 이후 박근혜와 거리를 두는 척을 하여 박사모 등 광신도들에게서는 '배신자'라는 악평을 들어왔다. 그러나 이날 논평은 박근혜를 추종하는 광신도들의 논리와 완전히 일치하여 자한당의 '노선 변경'으로까지 해석되기도 했다.

 

자한당이 발표한 황당하고 적반하장격인 이 논평에 대해, 발표 즉시부터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세월호 변호사' 출신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국회의원은 문제의 논평에 대해 "그동안 세월호 7시간에 대해 화내왔던 사람들이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말 아닌 말을 했다고 한다"며, "세월호 7시간 동안 대통령으로서 해야 할 일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과 그 사람을 비호해왔던 사람들이 국민과 피해자 앞에서 석고대죄해야지, 그것을 문제 삼은 국민이 석고대죄해야 할 일인가?"라고 썼다.

 

그러나 원내대표 김성태는 논평 발표 다음날인 29일, 해당 논평에 대해 "어제 밤에 나간 대변인의 논평은 상당한 내용을 수정해서 다시 하도록 하겠다"며 논평을 취소했다. 그는 문제의 논평이 "공식논평이라고 확정하기는 어렵다"면서, "대통령이 집무실에 있지 않고 침실에 있었던 것 자체 하나만으로도 국민들이 어떤 경우든 납득하고 이해하지 못한다. 잘못했다"며 당의 입장을 뒤집었다.

 

자한당은 홈페이지에서도 해당 논평을 삭제했다. 그러나 이미 보도된 기사와 유포된 원문은 삭제할 수 없어, 문제의 논평에 대한 비판과 논란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자한당이 자당에 극히 불리한 '세월호 7시간' 관련 발표가 나오자 논의의 주제를 비틀어 비판을 모면해보려 하다가 여론의 거센 질타에 한 발 물러섰다는 관측이다.

 

28일 검찰 발표로 알려진 사실의 핵심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가 대통령으로서의 임무를 전혀 하지 않았으며, 사실상 대통령 노릇을 했던 비선실세 최순실과 대책회의를 하는등 '꼭두각시'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특히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까지도 최순실의 말을 듣고 결정했다는 점에서 "박근혜는 최순실의 지시가 없으면 아무 것도 하지 못함이 입증되었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그러나 자한당은 이러한 중대 문제를, 의혹을 제기한 사람들의 '음모론' 문제로 비틀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와 부역자들이 참사 당일 행적을 감추고 조작한 것이 모두 드러난 마당에 자한당의 주장에 공감하는 국민이란 극소수 박근혜 광신도뿐이기에 그들의 '논점 비틀기'는 처참하게 실패한 모양새가 되었다.

 

자한당은 최근 자당 울산시장에 대한 경찰의 정당한 수사를 '야당 탄압'이라는 억지 논리로 트집잡으며 경찰을 "미친개"로 칭하는등 도저히 공당으로 볼 수 없는 수준의 언행을 일삼다가, 경찰에 사과하며 막말 논란을 마무리지어가는 형국이다. 그런 와중에 '세월호 7시간'을 두고 '박근혜가 불쌍하다'느니 '촛불시민은 석고대죄해야 한다'느니 하는 망언을 논평이랍시고 내보내고, 여론이 악화하니 공식 논평이 아니라며 취소하고 삭제하는 꼴을 보여주었다.

 

명분도 없고 실력도 없으며, 문재인 정부에 대안 제시는커녕 제대로 된 비판도 못하고 매일 인격 수준이 의심되는 저급한 비방이나 일삼는 집단이 지금의 자유한국당이다. 최근 자한당의 극단성이 점점 심해지는 것은, 지방선거가 다가오는데 밑바닥 지지율은 그대로인 데에서 나타나는 조급증이라는 분석이다.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보여주는 성과에 환호하다가도, 제1야당이라는 집단이 보이는 추태에 이내 고개를 젓는다.

 

자한당은 문제의 논평에서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도 석고대죄 해야 한다"느니,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 과정의 정당성을 고민하게 된다"느니 하는 극언을 퍼부으며, 국민들에게 오는 지방선거에서 단죄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집권 과정의 정당성"이 의심되고 국민 앞에서 "석고대죄"해야 할 부역자들은 바로 자한당 자신들이다. 오는 지방선거에서 누구를 단죄할 것인지는 그들이 아니라 국민들이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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