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어깃장' 자유한국당, 국민 10명 중 1~2명만 지지하는 '이원집정부제' 제안

국방·외교·통일만 대통령이 맡고 나머지는 국회의원들이 뽑은 국무총리가 맡아... "나라 망치려 작정했나"

편집부 | 입력 : 2018/04/03 [03:08]

자유한국당이 이원집정부제 개헌안을 사실상 당론으로 확정했다. 국민이 선거로 직접 뽑은 대통령은 국방·외교·통일 등 외치(外治)만 맡게 하고, 국회의원들이 뽑은 국무총리가 나머지 분야의 내치(內治)를 맡게 하는 것이다.

 

자한당은 2일 국회에서 '개헌 의원총회'를 열어 이같은 내용의 개헌 당론을 정했다. 자한당은 이를 '분권형 대통령·책임 총리제'라고 부르며, "제왕적 대통령제를 극복"하기 위한 제도라고 주장했다. 원내대표 김성태는 "국무총리는 국회에서 선출하며, 국무총리가 국무위원을 제청해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밝혔다. 장관 등 국무위원의 인사권도 전적으로 국회와 국회가 뽑은 국무총리에게 있고, 국민이 뽑은 대통령은 단지 임명만 하는 허수아비로 만든다는 것이다.

 

김성태는 또 "제왕적 대통령제의 부작용 중 하나"로 권력기관 장악을 꼽으며, "검찰·경찰·국세청·국정원·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대통령 인사권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각 기관의 인사추천위원회를 통해 국회 동의 절차를 받게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 사면권 또한 제한하고 대통령의 헌법 발의권도 삭제한다. 이러한 방향의 개헌이 이뤄진다면 대통령은 형식적인 행정부 수장이 되고, 실제로 행정부는 국회가 이끌게 된다.

 

이날 자한당의 발표에 대해 '제왕적 대통령'을 빌미로 '제왕적 국회의원'을 만드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이날 발표에서 자한당은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언급하면서도 그 폐단이 어느 정권에서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논하지 않아 비웃음을 사고 있다.

 

▲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2017년 12월 조사 결과     © KSOI

 

자한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바꾸려 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김성태는 "대통령의 개헌안은 사실상 연방제를 도모하는 것"이라는 허위 주장을 펴며, "지방 분권 강화는 수용하되, 국가의 통합성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허용할 것"이라는 궤변을 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정부'로 바뀐다고 하여 국가의 통합성을 해친다는 아무 근거가 없어 비판을 받고 있다. 자한당이 '지방정부'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은 지금처럼 지방이 중앙의 통제를 받는 구조를 유지하려는 입장의 발현이라는 분석이다. 수도(首都)는 서울로 규정하되 기능 일부를 법률로써 다른 도시로 이전할 수 있도록 하는 절충안을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한당은 기본권 강화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여 '수구·반개혁 정당'의 정체성을 명확히 했다. 김성태는 "대통령 개헌안이 불필요한 내용으로 국가의 의무만 늘려놓았다"며 국민의 기본권 확대 요구와는 동떨어진 입장을 여실히 드러내었다. 그러면서 "포퓰리즘을 막기 위해 생명권·건강권·재산권을 강화하겠다"는 다소 엉뚱한 입장을 내놓았다. 또한 "재정 건전성 강화를 명시해 국가 재정 파탄을 방지하고 미래 세대의 조세 부담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선거 연령은 대통령 개헌안과 같이 '18세 이상'으로 하되, 지금까지 선거 연령 문제가 제기되면 덧붙이던 '학제 개편'을 또다시 연계했다.

 

김성태는 개헌안의 자세한 내용은 하루이틀 안으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개헌 협강에 관한 모든 것을 원내 지도부에 일임하기로 했다. 자한당의 개헌안 전문(全文)이 공개되면 대통령 개헌안과 자한당 등 야당의 개헌안을 두고 본격적인 개헌 협상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자한당이 발표한 개헌안의 얼개부터 대통령 개헌안과 많은 차이가 있어 의견을 좁히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자한당이 중시하는 권력구조 문제에서 국민 다수가 지지하는 안을 채택한 대통령 개헌안과 달리,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이원집정부제를 전면에 내세워 합의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자한당의 개헌안 발표에 대해 상당수 네티즌은 이원집정부제 자체에 대한 비판과 함께 '자한당이 본격적으로 개헌 저지에 나섰다'며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원집정부제는 대통령과 총리가 다른 당 소속일 경우 국정 운영에 문제가 생긴다. 특히 타협이 흔하지 않은 우리나라 정치 풍토에서는 더욱 문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래서 "나라 망치려 작정했나"는 규탄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와 함께, 국민 대다수가 지지하지 않는 이원집정부제에 여당 등이 찬성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자한당이 개헌을 무산시키기로 결정한 것이라는 등의 반응도 많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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