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분노하게 한 국회의 직무유기, ‘헌법개정’ 해태

국회는 주권자의 뜻대로 ‘개헌국민투표·지방선거’를 동시에 실시해야 한다

권혁시 칼럼 | 입력 : 2018/04/05 [22:12]

 

 

헌법은 한 국가·사회의 가치구현에 관한 의지표명인 동시에 자유인인 개인과 민주체제인 집단 간의 권력관계의 반영이다. 즉 ‘국민주권’에 의한 국가권력 행사, 정부제도 운영, 정치과정 규정 등, 통치조직(정치체계, regime)과 작용의 기본원리이며 근원적 본질인 것이다. 아울러 법규범적인 논리체계로 확립된 필히 준수해야만 하는 ‘국가기본법’이며, 법은 제도와 기법 이상으로 인간의 정신과 사상, 곧 철학으로써 명정하게 기초를 이루는 것이므로 섣불리, 함부로 변경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헌법학 이론’의 정설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금번 대통령의 개헌발의는 긍정과 부정, 기대와 우려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그런 가운데 무엇보다 획기적인 것은 직접민주정치인 ‘국민소환제’(제45조 2항)를 채택하여 국정파탄·정치파행을 제어하고 책임정치를 강화함과 아울러 ‘국민발안제’(제56조)를 통하여 국민의사를 주체적으로 국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한 점이다. 이는 민의(국민의사)에 반하거나 왜곡될 수도 있는 간접민주정치인 ‘의회제도’(congressional government, 대의제)의 단점을 보정하는 거의 완전한 ‘혼합민주정치’(mixture democratic politics)로 전환하는 정치체계의 대변혁이다.


이에 더하여 ‘지방분권·자치’(제121~124조)를 확대, 강화하고 지금까지 사법권은 국민주권 행사에서 전적으로 배제되었으나 ‘국민 재판참여’(제101조 1항)를 도입하여 사법 민주주의를 구현함으로써 ‘시민정치’(citizen politics)의 시대를 여는 것이니, 이야말로 우리나라 헌정사의 전환점을 이루는 실로 역사적인 대결단, 결정이 될 것이다. 그밖에도 대통령임기 4년중임(제74조), 감사원독립(제114~117조), 경제주체 상생(제125조 2항), 토지공개념(제128조) 등은 일부 논란에도 불구하고 현 상태의 폐단을 일소하거나, 민주주의의 시대적 상황에서 절대로 필요한 헌법 대상이며 내용들인 것이다.

 
임기4년의 중임제는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임여부와 국정의 중간평가가 이루어지므로 ‘책임적 국가경영’의 시너지효과가 기대된다. 경제주체의 상생도모는 경제민주화의 관건인 ‘노사 공동경영’을 촉진시키며, 감사원독립은 공명정대하고 공평무사한 ‘사정·감사제도 정립’의 초석이다. 그리고 토지공개념의 확립은 경제적 기득권자들의 토지재산권 유지에 투입하는 공공비용(국토관리, 국방비, 병역의무 등)을 서민들이 부담하는, 편파적 비용분담체계를 ‘조세제도 개혁’(누진중과세)을 통하여 시정하는 근거가 될 것이다(이를 방기하면 극심한 양극화의 상태에서는 심각한 체제 위협의 원인이 된다).

 

반면에 다소 아쉬운 점은, 과유불급(過猶不及)이거늘 의욕이 넘친 탓인지 신헌법을 제정했나 싶을 정도로 전문(前文)에서부터 부칙까지 거의 ‘전면개정’하다시피 한 것이다. 진정한 민주국가, 명실상부한 민주공화국의 건설을 열망하는 ‘11·12민주시민혁명’의 완결을 위한 원동력으로써 헌법개정은 반드시 성사시켜야 할 역사적 소명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법 상식은 ‘헌법개정한계설’이 통설일뿐 아니라, 헌법의 보편적 원리인 ‘원 포인트’ 개정, 법의 일반준칙인 ‘과잉금지 원칙’ 등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래서 극히 형식적인 합법성에 경도되어 자연법, 관습법 등의 원리와 시대적 변화를 부정하는 ‘개정무한계설’은 배척되어야 마땅하며, 개정 대상이나 내용에 대한 일치된 정설은 없으나 법리상 일정한 한계, 즉 ‘개정금지’의 정신을 최대한 중시해야 한다. 이에 준거하여 수도 관련법률(제3조 2항), 정보보호·독점(제22조 2,3항), 선거연령규정(제25조), 동일노동 동일임금(제33조 3항), 동물보호(제38조 3항), 국회의석 비례배분(제44조 3항), 지역균형발전(제125조 3항), 국토·자원보호 개발이용(제126조 1,2항), 소비자권리보장·정책시행(제131조 1항) 등은 헌법개정에서 제외해야 할 듯하다.

 
이러한 국가현안·국정과제는 매우 중요하지만 헌법이 아닌 법률제정을 제안하고, 국회가 실행치 않을 경우 정부입법, 국민청원 등의 방법으로 이를 관철할 수 있는 보다 실질적인 정책적 수단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또한 소관직무의 ‘적격성 원칙’과 ‘절차적 정의’는 국가 중대사이고 국민적 관심사인 개헌(발의)과정에서는 더욱더 철저히 준수하여야 한다. 따라서 헌법 개정안을 대통령 비서진(정무수석)이 주도, 확정하고 발표한 대목은 못내 석연치가 않다. 헌법기관인 정부(국무회의)의 토론·심의는 물론 가능한 공청회를 거쳐야 했고, 발표도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또는 법무부장관이 담당해야 옳았을 것이다. 


그리고 용어사용의 문제가 거론되거니와, ‘지방분권국가’(제1조 3항)는 용어의 부적절성은 차치하더라도 민주공화국(제1조 1항)의 국가 정체성과 불일치하며 ‘지방정부’(제121~124조)는 단일국가를 기본으로 하는 헌법체제에 부합치 않는다는 반론이 강하게 제기되었다. 일각에서는 ‘사람’이라는 지칭은 북한 헌법의 용어라 하여 적이 부정적인 반응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법이 고도의 추상성을 갖는다 하더라도 헌법은 특정 국가의 ‘권력관계’의 규정이 중핵인 이상 사람을 국민과 포괄하여 명시하는 것은 더없이 중요한 ‘국민주권’(주권재민)의 정신과 원리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입법권은 ‘국민주권’이 위임한 권한,
“국민대표자 국회의원들은 ‘국민명령’에 복종, ‘역사적 개헌’에 진력하라!”

 

 

목하, 헌법개정에 있어 최대의 쟁점이자 걸림돌로 ‘대통령(중심·책임)제’가 부각되고 있다. 대통령제는 내각책임제(의원내각제)와 함께 대표적인 ‘권력분립’의 형태, 즉 정부형태(system of government, form government)로써 국민주권, 곧 국가권력을 나누어 주고 행사하게 하는 방식·방법인 것이다. 이 국정시스템은 대통령이 재임하는 기간 동안 ‘안정적인 행정부’가 정책의 일관성을 견지하여 강력하게 추진, 실행할 수 있다. 


반면에 (현재의 우리나라의 정치 수준과 여건에서는 실행이 거의 불가능한) 내각책임제의 장점은 행정부와 입법부가 대단히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 유기적인 국정운영이 가능하다. 정부가 국회에 대하여 책임을 지며, 그에 따른 ‘신임’으로써 존속하는 바, ‘책임정치’를 실현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같은 특성으로 인하여 ‘불안정한 정부’일 수밖에 없으므로 충실한 ‘양당제’를 정립해야만 한다. 만일 그렇지 못하면 정정불안, 정국혼란이 심화됨으로써 정치파행, 국정실패를 피하기가 대단히 어렵게 된다.


주지하다시피 지금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는 대통령제 이슈의 핵심은 ‘권력분산’이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대통령 고유의 리더십이 크게 약화하여 대통령제의 특장이 상실된다. 그런데 전직의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들이 비리와 부정을 저지른 근본원인과 이를 막지 못한 이유는, 단적으로 말해서 ‘헌법정신’을 망각하고 국민 앞에 선서했던 ‘국헌준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도자·위정자들이 국민이 위임하고 부여한 권리·의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탓이다. 권위주의·기회주의의 타성에 함몰된 나머지 무책임·무소신으로 일관한 것이 국정 최고책임자의 독단과 파행을 부른 가장 큰 과오가 아닐 수 없다. 


이를 자탄, 자성하지 않고 간과한 채 오로지 대통령제의 문제 해결을 빌미삼아 대통령의 권한을 약화시키면 권력이 분산됨으로써 다수의 ‘소(小)통령제’(그렇잖아도 이미 그런 기미가 감지되는 소위 소두목체제)로 전락하여 정정불안을 일으키는 극심한 역작용이 초래될 것이다. 이원집정부제나, 국무총리의 입지가 대통령에 대응할 정도가 되면, 국회(다수당)의 전횡이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정치체제는 내각책임제의 의회해산·재선거(정부에 대한 의회의 불신임), 곧 견제장치인 ‘국회책임’의 기제가 없기 때문에 삼류정치의 국가는 도저히 정치파행, 국정혼란을 면할 방도가 없다.

 
따라서 시민혁명의 성공과 국정안정을 통한 지속적인 국가·사회의 발전, 나아가서 한반도의 미래와 명운이 달린 평화통일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국가 최고책임자의 강력한 지도력이 필수이므로 정통의 대통령제를 견지해야 하며, 그것은 또한 대다수 국민의 뜻이기도 하다. 따라서 절충 방안으로, 언제나 ‘대통령의 독재’(제왕적 대통령)를 경계해왔던 대통령제의 원조인 미국처럼 국무총리(부통령)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선출하거나, 대통령과 국회가 총리를 제외한 장관, 권력기관장 등, 최고 정무고위직에 대한 ‘인사권 공유’, 이를 테면 대통령은 지명권, 국회는 인준권을 행사토록 했으면 한다. 


작금의 개헌정국을 주시하는 대다수 국민들은 지지부진한 상황에 관한 우려를 넘어 위정자들에 대한 실망과 배신감에 크게 분노하고 있다. 그런 까닭은 ‘국민의 뜻’(국민의사, 민의)을 확실하게 대변하고 철저히 실천해야 할 막중한 책무를 해태한 국민대표자회의 국회의 ‘직무유기’다. 이는 결코 지탄을 면할 수 없으며, 반드시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마땅하다. 왜냐하면 민주시민혁명을 통하여 발현된 민의(국민여론)에 따라 국헌개정의 당위성을 확인하고 2017년 1월 3일,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가 출범했으나, 1년이 넘도록 허송세월하며 중차대한 임무를 방기한 나머지 정부입법을 자초했기 때문이다(개헌 협상시한 5월 4일).

 
최근에 조사한 국헌개정에 대한 국민여론은 찬성이 76퍼센트에 달한다. 그러나 개헌 국민투표를 6·13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하지 않으면, 헌법개정의 기회가 다시는 없을 가능성이 농후할 뿐 아니라, 대략 1400억 원의 추가비용이 더 들어가게 된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동시 실시를 반대하며, 이런저런 핑계와 시비를 일관하여 개헌을 파국으로 몰고 가는 자유한국당이 기존의 입장을 고집한다면, 얼마 남지 않은 지방선거에서 거센 역풍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한눈팔지 말고 직시하여 더 이상 허튼 소리를 되풀이해서는 안 될 바는, 개헌의 핵심인 것처럼 주장하는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언설이다. 

 

대한글씨검정교육회

권혁시 이사장

앞서 지적했듯이 오히려 대통령제는 유지해야 하며, 국민이 헌법개정을 원하는 근본원인은 대통령의 권한과 리더십의 분산·분립이 아니라, ‘국민주권·책임정치’를 전적으로 무시한데 대한 극도의 불신이라는 사실을 뼛속 깊이 각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도 그 씻기 어려운 큰 과오를 외면한 채 제왕적 대통령이 모든 정치문제의 전부인 듯 (유체이탈 화법과 다름없는) 적반하장, 견강부회의 언설을 그치지 않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하여, 단언컨대 무능하고 부패한 정권을 전복시킨 대한민국의 주체적 민주시민, 위대한 국민 절대다수는 대통령중심제를 문제 삼지 않는다. 


다만 위임한 ‘국민주권·국가권력’으로 국정을 농단하여 헌정질서의 파괴와 국가기강의 문란을 야기하고, 또한 이에 동조하고 방관한 사실을 강력하게 추궁한 것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응징이 대통령 1인으로 끝난 것으로 여긴다면 대단히 우둔하고 어리석은 생각이다. 머잖은 6·13지방선거에서부터 차기 총선과 대선으로 이어지면서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며, 끝내 환골탈태(換骨奪胎)하여 ‘공적사명’을 다하지 않으면 역사에 돌이킬 수 없는 오명을 남기게 될 것이다. 그래서 엄중히 경고하고 촉구하는바 위정자, 특히 국정파탄의 책임자들은 대오 각성해야 한다. 


그리하여 공명정대·공평무사·멸사봉공의 정신으로 ‘국민주권·책임정치’의 강화를 통하여 명실상부한 자유민주주의와 민주공화국의 초석이 될 개헌에 초당적인 자세로 임해 주길 바란다. 그러면 앞서 거론한 문제와 이견을 포함하여 그동안 개헌이슈가 다양하게 표출된 만큼 짧은 기간에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리라 믿는다. 그런 까닭은, 법은 상식이지 않은가. 상식은 진리이고, 진리는 간단하기에 그렇다. 특히 명심할 바는, ‘헌법제정권’ 역시 국가 최고 권력인 국민주권이며, 이를 위임 받은 하위 권력이 통치권(입법·행정·사법 3권)이므로 국회는 ‘국민명령’에 절대 복종하여 ‘역사적 국헌개정’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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