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박근혜 징역 24년·벌금 180억... 18개 혐의 중 16개 유죄

직권남용·강요·뇌물죄 상당수 유죄 인정, 삼성 관련 뇌물죄는 대부분 무죄

편집부 | 입력 : 2018/04/07 [08:33]

최순실과 함께 국정을 농단하며 최악의 무능으로 탄핵당한 박근혜가 1심에서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 원의 형을 받았다. 기업들을 압박하여 미르·K스포츠재단 등에 지원금을 내게 하거나 최순실이 만든 회사와 거래하도록 하는 등 직권남용·강요죄 또는 뇌물죄 상당수가 유죄로 인정되었다. 그러나 삼성 뇌물에 관한 사건에서는 코어스포츠가 받은 용역대금, 최순실에게 넘긴 말의 가격, 선수단 차량 무상사용 이익 부분만 유죄가 인정되고 나머지는 모두 무죄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6일 박근혜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국정농단범 박근혜에 징역 24년 및 벌금 180억 원을 선고했다. 다만 뇌물이 대부분 최순실에게로 흘러갔다며 추징금은 선고하지 않았다. 재판장은 이러한 중형을 결정한 이유로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한을 국민 전체의 자유와 행복을 위해 행사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고 밝히고 박근혜가 이를 지키지 못한 사례들을 나열했다. 그리고 "(박근혜가) 그럼에도 범행을 부인하면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최순실에게 속았다거나 비서실장이 했다는 식으로 책임을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재판은 지난 재판들과 마찬가지로 피고인 박근혜가 출석하지 않아 궐석재판으로 열렸다. 재판장은 판결문을 읽기에 앞서 이날 재판을 생중계하기로 결정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재판장은 "재판부의 합의 결과 (박근혜 측) 변호인이 주장하는 권리를 감안해도 국민적 관심과 알 권리를 고려하면 생중계를 허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되어 허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 박근혜 징역 24년 선고 순간 MBC 중계 방송 화면    © MBC

 

재판장은 가장 먼저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에 관한 판단으로 선고 낭독을 시작했다. 재판부는 수첩의 증거능력을 모두 부인한 삼성 이재용 항소심 재판부와 달리 간접증거로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상당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었다.

 

대기업 총수들을 압박하여 미르·K스포츠재단을 만들게 한 직권남용 및 강요죄에 대해 재판부는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안종범의 수첩과 진술이 중요한 근거로 제시되었다. 현대차가 KD코퍼레이션과 거래하도록 한 직권남용 및 강요죄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반면 '플레이그라운드' 건에서는 직권남용을 무죄로 판단하고 강요죄만 유죄로 인정했다.

 

이어 재판부는 롯데그룹 관련 직권남용과 강요죄도 유죄로 인정했다. 또한 포스코 관련 사건의 직권남용 및 강요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나 KT 관련 사건에서는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사기업에 요구할 권한은 없기 때문에" 직권남용은 인정하지 않고 강요만 인정했다. GKL에 더블루K와에이전트 계약을 맺게 한 것도 직권남용과 강요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았다.

 

삼성그룹이 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지원하게 한 것 또한 직권남용과 강요죄 모두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았다. 다만 이는 박근혜가 삼성 측을 압박했다는 것으로서, 삼성 측에 잘못을 물을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CJ그룹 회장 손경식을 협박해 부회장 이미경을 물러나게 하려던 '강요미수'도 유죄로 인정했다.

 

최순실에게 비밀 문서를 넘겨주어 보게 한 공무상 기밀누설 혐의는 일부 문서에 대해 유죄로 인정되었다. 재판부는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관련 제3자 뇌물수수 혐의도 안종범의 진술 등을 근거로 유죄라고 보았다. SK그룹의 현안 해결을 대가로 한 제3자 뇌물수수 혐의도 마찬가지로 유죄로 인정되었다.

 

재판장은 이어 박근혜가 삼성에게서 뇌물을 받았는지 판단하는 부분을 읽어내려갔다. 여러 쟁점들이 중첩되어 가장 길고 복잡한 부분답게, 재판장은 이 부분에 관해 가장 길게 설명했다. 쟁점을 정유라 승마 지원, 동계스포츠영재센터·미르재단·K스포츠재단 두 부분으로 나눠 유무죄 판단 근거를 제시했다.

 

삼성이 정유라의 승마를 지원한 사건도 여러 갈래로 나뉜다. 코어스포츠 용역계약을 체결하며 용역비를 받기로 한 데 대해서는 이재용 항소심과 마찬가지로 "뇌물을 주고받겠다는 당사자의 의사 합치가 없었다"며 무죄로 봤다. 다만 코어스포츠가 실제로 받은 용역대금은 뇌물로 인정했다. 또한 이재용 항소심과 달리 말의 소유권이 실질적으로 최순실에게로 넘어간 것으로 보아 말 가격도 뇌물로 인정했다. 선수단의 차량에 대해서는 삼성의 소유로 보아 뇌물로 인정하지 않았으나 최순실 측에서 이를 무상으로 사용하며 얻은 이익 상당액을 뇌물로 인정했다.

 

영재센터·미르·K스포츠 관련 사건은 제3자 뇌물수수 사건인데, 재판부는 이에 대해 삼성 측의 묵시적인 청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보았다. 또한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대가로 박근혜가 이익을 얻었다는 공소 사실에 관해서도 "개념이 명확하고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도록 증명되어야 한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어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을 사직하도록 한 사건 두 가지에 대해 연이어 판단했다. 노태강 사건에서 박근혜가 신분이 보장되는 공무원에게 사직서를 내도록 했고, 박근혜가 직접 '나쁜 사람'이라 하는등 압박했기 때문에 재판부는 직권남용과 강요죄 모두 유죄로 보았다. 다른 사건도 유사한 논리로 모두 유죄로 보았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 재판부는 "이념 성향이나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지원에서 배제하는 것은 헌법에 반한다"고 지적하며 직권남용을 인정했다. 또한 지원 배제 지시를 받은 문체부 산하기관 임직원들이 "지시에 불응하면 사업이 폐지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는 점 등으로 강요죄도 유죄로 보았다. 다만 문예기금 심의 관련 일부는 무죄로 보았다.

 

박근혜가 당시 하나금융지주 회장 김정태를 압박해 최순실이 추천한 이모 씨를 본부장으로 임명하게 한 것에 대해서는 강요죄만 유죄로 인정했다. 직권남용에 대해서는 KT 사건과 마찬가지로 "사기업 인사 권한은 없었다"는 이유로 무죄로 보았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이 제기한 18가지 혐의 중 10가지는 공소 사실대로 유죄로 인정되었고, 6가지는 일부 유죄로 인정되었으며, 2가지는 죄가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가 무죄로 본 2가지는 모두 삼성 관련 제3자 뇌물수수 사건이다. 삼성 측의 묵시적인 청탁을 인정하지 않고, 포괄적 경영 승계를 대가로 한 뇌물이라는 개념도 인정하지 않은 데에 따른 결과이다.

 

이날 재판은 1심 재판 최초로 방송을 통해 생중계되었다. 지난해 대법원 규칙 변경으로 중계가 필요한 1·2심 재판에 대해서 재판장이 중계를 허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국정농단의 다른 주요 인물인 최순실·이재용에 대한 판결은 당사자의 반대 등을 이유로 중계를 하지 않았다. 박근혜 또한 중계에 반대했으나 전직 대통령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법원이 생중계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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