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 홍준표, 문재인 대통령 만나 ”개헌·적폐청산 하지 말라” 요구

김기식 금감원장·홍장표 경제수석 해임도 요구... 문 대통령 답변 없이 경청만

편집부 | 입력 : 2018/04/14 [00:33]

문재인 대통령과 자유한국당 대표 홍준표가 13일 만나 각종 현안에 관한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요구사항을 교환했다. 이날 만남은 문재인 대통령이 홍준표 측에 요청하여 1시간 20분가량 이뤄졌으며, 청와대에 따르면 남북정상회담 등 외교·안보 관련 현안에 대한 대화가 주로 오갔다.

 

이날 자리에서 홍준표는 문 대통령에게 개헌안 발의 철회를 요구하며 '국회 합의로 연내 개헌을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 수사를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며, '이명박근혜' 및 자한당 국회의원에 대한 사법 처리 중단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및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해임도 요구했다. 지방선거에서 정치 중립을 유지할 것도 주문했다.

 

다만 이날 대화의 70% 이상은 남북문제 등 외교·안보 현안에 관한 것이었으며 국내 현안은 30% 미만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홍준표는 김기식 금감원장 문제에 대한 대화는 1분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초 청와대가 자한당에 남북문제에 관해서 대화하자고 제안했으나 자한당 측에서 국내 현안을 포함하자고 요청한만큼 국내문제도 비중 있게 다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 문재인 대통령과 홍준표의 회담 모습. 청와대 제공

 

남북문제에 관해 문 대통령은 홍준표에게 "남북대화가 시작된 만큼 야당의 건전한 조언과 대화는 바람직하나 정상회담을 부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초당적 협력을 당부했다고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이 전했다. 이에 홍준표는 "대화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국가 운명을 좌우할 기회인 만큼 회담이 진행되다가 폐기된 과거 잘못을 반복해선 안 된다. 북핵 폐기 회담이 되어야 하며 완전한 북핵 폐기 이전의 대북 제재 완화를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이번에는 안심해도 된다"며 "지금 진행되는 것은 남북만의 협상이 아닌 북미협상도 있고, 남북·북미가 의견을 모으고 있어서 과거보다 실패할 가능성은 덜하니 초당적으로 뜻을 모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 관계자는 홍준표가 이른바 '리비아식 북핵 해법'을 요구한 데 대해 문 대통령이 구체적인 답변은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홍준표는 한미관계를 트집잡으며 '한미동맹 강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홍준표는 "사드나 자유무역협정 등의 문제 때문에 신뢰관계가 없어진 것 아니냐. 한미관계가 걱정스럽다"는 취지의 말을 했고, 이에 문 대통령은 "한미관계는 이상이 없고 미국과 평창에서 공조가 긴밀히 이뤄졌고 모든 사항이 미국과의 협조·협력 하에 이뤄지고 있어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언급했다.

 

홍준표가 개헌한 발의 철회,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사퇴,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 해임 등을 문 대통령에게 요구할 때에는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고 경청하기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준표가 "노무현 대통령 시절 탄핵 사유가 된 적 있으니 지방출장을 자제하고 선거에 개입하지 말라"며 지방선거 시기 정치 중립 유지를 요구한데 대해서 문 대통령은 "선거 중립은 당연하고 선거를 겨냥해 일부러 다닐 계획도 생각도 없다"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홍준표에게 요구한 사항이 있다. 문 대통령은 "여야정 상설협의체가 활성화됐으면 좋겠다"며 "청와대에서 열리는 협의체에는 소수정당도 참여하고, 정당에서 할 경우에는 교섭단체로 구성하더라도 이를 활성화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틀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홍준표는 답을 하지 않고 듣기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문 대통령은 "추경예산안이 잘 처리됐으면 좋겠다"며 정부의 '청년 일자리 추경' 통과를 요청했지만 홍준표는 역시 답을 하지 않았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홍준표의 만남은 '평행선'을 달리는 서로의 입장 차이를 다시 확인한 데 그쳤다는 평가가 많다. 양 측이 자신의 할 말을 하고 상대는 답변 없이 이를 듣기만 했다는 점에서 만남의 성과는 없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에 온갖 방식으로 어깃장을 놓고 정부·여당을 비방하기만 바빴던 자유한국당의 대표가 문 대통령을 만났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시각도 상당하다.

 

실제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분위기가 삭막하지 않았다. 홍준표도 자기 주장을 했고, 대통령도 대통령 주장을 말씀했다"며 "대통령은 반대 의견에 대해서도 직접 듣고, 가장 반대를 많이 한 자한당 대표에게도 우리 생각을 충분히 전달했다. 가장 반대를 많이 한 대표께 구체적으로 설명을 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많은 요구 없이 홍준표의 주장을 경청한 편인 반면, 홍준표는 작심한듯 비판 발언과 요구들을 쏟아냈다. 종미(從美) 사대 집단으로서 북한에 대한 반감을 표현하고 한미동맹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이나,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 중립을 요구한 것은 통상적인 활동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홍준표가 대통령 개헌안 철회와 '적폐청산' 수사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 것에 관해서는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자한당은 국민 대다수가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지킬 것인지 믿을 수도 없는 '연내 개헌'이라는 '공수표'를 내놓고 사실상 개헌을 무산시키려 하고 있다.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는 국회에 찬반 의결을 강제하여 개헌 논의를 진척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으로서, 청와대도 그렇게 밝히며 국회 합의 시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6월 국민투표에 대한 아무런 보증 없이 '연내 개헌을 하겠다'며 대통령 개헌안을 철회하라는 홍준표의 요구는 무리하다는 지적이다.

 

홍준표는 또한 검찰의 정치인 비리 수사를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하며, 박근혜 징역 24년 선고나 이명박 및 측근 수사 등에 대한 불만을 표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면서 '우리 당 의원 잡아가지 말라'며 현재 각종 비리로 수사받고 있는 자당 국회의원들에 대한 사실상의 '봐주기'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는 사법적으로 엄단받아야 할 부패 문제를 정치적 거래로 해결하려는 구태이며, 이명박근혜 국정농단 정권 시절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회담은 문재인 대통령과 홍준표가 다른 정당 대표 없이 처음으로 만난 것으로서, 정부·여당에 많은 요구사항을 가지고 있는 홍준표는 이번 기회에 가능한 많은 말을 하고자 했을 수 있다. 제1야당이 대통령을 만나 많은 요구 사항을 전달하고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그 요구사항이라는 것이 비리를 저지른 자당 국회의원을 구명한다거나 하는 등의 음습한 정치적 거래에 관한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촛불 혁명을 이뤄낸 우리 국민의 눈높이에 맞을 것이다. 국민의 높아진 눈높이에 자유한국당만 예외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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