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사건 수사 때 조선일보 압력 있었다”

전 스포츠조선 사장 “검찰이 재조사하면 어차피 다 나오게 돼 있다”

서울의소리 | 입력 : 2018/04/18 [03:42]

지난 2009년 8월 장자연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피의자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에 대한 성매매·강요방조 혐의에 대해 증거불충분 결정을 내렸다. 경찰이 방상훈을 ‘장자연 리스트’ 사건 피의자로 지목한 이유는 장씨가 남긴 자필 문건에 장씨의 술 접대와 성 접대 상대로 ‘조선일보 방상훈’이 언급돼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배우 장자연씨가 남긴 자필 문건에는 ‘조선일보 방 사장’에게 성 접대를 했다고 나와 있다. 그러나 검찰은 ‘장자연 리스트’에 올랐던 이들의 성매매·강요 등 혐의에 대해 모두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 연합뉴스·미디어오늘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장씨는 ‘배우 장자연의 종합적인 피해 사례입니다’라고 시작되는 글에서 “김성훈 사장(본명 김종승·장자연 연예기획사 대표)은 2008년 9월경 조선일보 방 사장이라는 사람과 룸싸롱(룸살롱) 접대에 저를 불러서 사장님이 방 사장님이 잠자리를 요구하게 만들었다”며 “그 후 몇 개월 후 김성훈 사장이 조선일보 방 사장님 아들인 스포츠조선 사장님과 술자리를 만들어 저에게 룸싸롱에서 술 접대를 시켰다”고 남겼다.

 

이에 장씨의 오빠인 장아무개씨는 2009년 3월17일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을 비롯해 장씨로부터 술 접대로 성 상납을 받았다고 문건에 기재된 7명을 고소해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이후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김형준 검사)은 2009년 8월19일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장자연이 작성한 문서에 ‘조선일보 사장’이라는 기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피의자가 장자연으로부터 술 접대를 받았다거나 성매매를 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사장’ 억울한 누명 쓴 스포츠조선 전 사장   

 

문제는 장자연 문건에 언급된 조선일보 관련자들에 대한 검·경의 수사 태도와 왜곡된 수사결과 발표였다. 

 

장자연 씨가 남긴 자필 문건 ‘배우 장자연의 종합적인 피해 사례입니다’ 중 일부. ©미디어 오늘

 

검·경은 방상훈 사장에 대한 방문조사와 통신조사만을 한 결과에 대해 “방상훈은 김종승이나 장자연이 누구인지 모른다고 주장한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2008년 7월17일 김종승 사장의 스케줄표에 ‘조선일보 사장 오찬’이라고 적힌 부분에 대해선 “김종승은 스포츠조선 사장 A씨를 지칭하는데 비서가 잘못 기재한 것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A씨에게는 2007년 10월경 한 중국음식점에서 장자연을 소개한 적이 있으며, 2008년 7월17일 오찬이라고 기재된 날짜보다 이틀 전인 7월15일 통화내역이 있는 점에 비춰 (17일로 적힌 ‘조선일보 사장’은 A씨라는) 김종승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고 결론 냈다.  

 

그러나 2008년 7월17일 김종승 대표의 스케줄표에 적힌 ‘조선일보 사장’은 스포츠조선 사장도 아니었던 것으로 이미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확인됐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장자연 사건 관련 경찰 수사기록과 법원 공판조서에 따르면 이날 김 대표를 만났던 이는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도, 스포츠조선 사장도 아닌 조아무개 조선일보 전직 기자였다.

 

게다가 검·경은 2007년 10월 저녁 식사 자리에서 당시 신인배우였던 장씨와 스포츠조선 사장 등이 함께 만난 9명 중엔 방상훈 사장의 동생인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도 있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검·경은 방용훈 사장을 불러 조사하지 않았고 최종 수사 결과에는 이날 스포츠조선 사장과 김종승 대표, 장자연씨 세 사람만 만난 것처럼 설명했다.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장자연 사망 후 방용훈·방정오 불렀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조선일보 사장 방상훈도 장자연씨 자살 이후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에 동생인 방용훈과 아들 방정오가 오르내린다는 얘기를 듣고 두 사람을 따로 불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 스포츠조선 사장 A씨는 “나한테 찾아가라고 지시한 사람이 압력을 받은 거다. 나중에 검사도 나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검찰이 재조사하면 어차피 다 나오게 돼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 오늘 

 

이종걸 의원 재판 증인으로 출석한 전 스포츠조선 사장 A씨는 “장자연 자살 이후에 방상훈을 만났는데 왜 자기 이름이 있느냐, 자기는 아니니까 나에게 찾아내라고 했다”며 “자기 동생과 아들을 불러서 ‘관계있느냐’고 물어봤더니 다 ‘관계없다’고 그러니까 방상훈이 ‘방씨 중에는 없으니까 다른 데서 찾아보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전 스포츠조선 사장 A씨는 방용훈 사장과 관련해선 “2007년 10월 식사 자리 이후 간접적으로 들었지만 거기에 참석했던 다른 사람이 한두 차례 장자연과 술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도 ‘그 사람이 방용훈 사장이냐’는 질문엔 “(방용훈이라고) 특정 지을 수는 없고 비슷한 이야기는 들었다. 내가 본 것이 아니라 말할 수 없다”고 진술했다.

 

A씨는 또 장자연 문건 수사 당시 조선일보가 사건을 뒤에서 흔들고 개입한 의혹에 대해서도 “단언할 수는 없지만 조선일보가 압력을 넣었다고 본다”고 진술했다. A씨는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신분이었음에도 경찰 조사를 3차례나 받았는데 A씨가 경찰에 출석한 것이 아닌 수사관이 A씨가 있는 사무실로 와서 조사하는 형식이었다.

 

A씨는 “나에게 와서 몇 번 묻고 간 경찰이 나중에 나에게 ‘와야 할 이유가 없는데 하도 위에서 가라고 하니까 왔다’고 얘기했다”면서 “나는 ‘나와 관계도 없는데 왜 오냐’고 했더니 ‘조선일보에서 가라고 해서 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는 “2009년에 가까운 조선일보 후배들과 만나서 김종승이 전직 조선일보 기자와 2008년 7월17일에 밥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조선일보 기자들은 (장자연 사건에 관련된) 누가 가서 무슨 짓을 했는지 다 알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당시 조선일보 기자들이 검·경이 발표하지 않는 내밀한 수사 정보까지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A씨는 최근 미디어오늘과 만나 “경찰 수사관들도 조선일보가 자꾸 나를 조사해달라고 하니까 압력받은 경찰이 ‘또 한 번 가봐라’고 한 것”이라며 “나한테 찾아가라고 지시한 사람이 압력을 받은 거다. 나중에 검사도 나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검찰이 재조사하면 어차피 다 나오게 돼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왜 방상훈 동생 ‘방용훈’과 장자연 만남 숨겼나 

 

조선일보도 2011년 3월9일자 지면 기사를 통해 “장씨가 쓴 ‘조선일보 사장’은 조선일보 계열사인 스포츠조선의 전 사장인 것으로 명백히 확인됐다”며 “장씨가 문건에 ‘조선일보 사장’이라고 쓴 것은 자신에게 성 상납을 강요한 연예기획사 대표 김승종이 평소 스포츠조선 전 사장을 그냥 ‘조선일보 사장’으로 불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검·경 수사 결과 장자연씨와 만났다는 ‘방 사장’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동생인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과 방상훈 사장 차남 방정오 TV조선 대표이사 전무인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한겨레TV 유튜브 영상 갈무리.

 

그러나 경찰이 작성한 김종승 피의자신문 조서에도 김종승은 방상훈을 전혀 알지 못한다고 답했으며, 당시 스포츠조선 사장이던 A씨에 대해서도 “(2007년 10월) 장자연에게 A씨를 스포츠조선 사장이라고 분명히 소개했다”고 말했다. 김종승이 A씨를 ‘조선일보 사장’이라고 소개한 적도 없으며 장씨 역시 스포츠조선 사장과 조선일보 사장을 혼동할 이유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A씨 역시 경찰 조사에서 “나는 누구한테도 조선일보 사장이라고 말을 한 적이 없고 김종승도 내가 스포츠조선 사장으로 알고 있지 조선일보 사장으로 알고 있지 않다”며 “장자연과 관련해 김종승과 통화할 이유도 없고, 더욱이 조선일보 방 사장님과도 통화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진술했다.  

 

장씨가 자필 문건에서 술 접대와 잠자리 요구를 받았다는 ‘조선일보 방 사장’이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아니라는 게 검찰 수사 결과지만, 또 다른 ‘방 사장’의 존재에 대해선 수사가 미진했던 게 사실이다.  

 

또 장씨가 적은 ‘조선일보 방 사장님 아들인 스포츠조선 사장님’이 누구인지에 대한 의문도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방상훈 사장의 아들은 방준오 조선일보 부사장과 방정오 TV조선 대표이사 전무인데, 실제 장자연씨와 술자리를 함께한 사람은 방정오 전무로 밝혀졌다.

 

방정오는 당시 스포츠조선 사장이 아니라 조선일보 미디어전략팀장이었고 2008년 9월 이후 스포츠조선 대표이사는 방성훈이다. 방성훈 대표는 방상훈의 삼촌인 방우영 전 조선일보 회장의 장남이자 현 조선일보 이사(2대 주주)다.

 

방상훈 아들 ‘방정오’ 만난 장자연에게 기획사 대표 “말조심해”

 

2009년 7월경 경찰이 작성한 김종승에 대한 범죄사실 내용을 보면 김종승은 장씨와 함께 2008년 10월28일 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한 호텔 지하 유흥주점에서 방정오 전무(방상훈 차남)를 만났다. 이날은 장씨 모친의 기일이었다.

 

故 장자연씨 영정이 그의 발인인 지난 2009년 3월9일 오전 성남시 분당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을 떠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경찰은 “김종승은 장자연이 자신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방정오 등의 옆 좌석에 동석시켜 술을 따르게 하고 노래와 춤을 추어 유흥을 돋구게 하는 등 술집 접대부 역할을 하게 했다”며 “장씨에게 전속 계약서상 전혀 의무 없는 일을 강요했다”고 기록했다. 

 

장자연 사건에서 피내사자 신분이었던 방정오는 2009년 경찰 조사에서 “(술자리에) 늦게 갔다가 일찍 나온 것은 맞다”면서도 “장자연은 얼굴도 모른다. 이 사건은 나와 전혀 무관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장씨의 로드매니저였던 김아무개씨는 방상훈이 고소한 이종걸 민주당 의원의 명예훼손 사건 재판 증인으로 출석해 “김종승의 심부름으로 룸에 양주 1~2병을 가져가니 룸에 방정오를 포함해 남자와 여자가 섞여서 몇 명 있었고 술집 아가씨들도 있었다”며 “그날 주점 밖에서 늦은 시간까지 차 안에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장자연이 차에 와서 누군가와 통화했고 어머니 기일이라고 하면서 울다가 다시 주점으로 내려갔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김종승의 진술에 따르면 방정오 전무가 동석한 술자리엔 장자연씨와 김 대표의 지인 한아무개씨, 한씨의 후배 등도 있었다. 이 자리 술값 200만 원은 김 대표가 이튿날 새벽 0시53분경에 결제했다. 경찰은 당시 술자리가 끝난 10월29일 새벽 1시22분에 김 대표가 장씨에게 “직원들 앞에서 말조심해”라는 문자 메시지를 발송한 사실도 확인했다.

 

김종승은 경찰 조사에서 이날 장씨가 한씨와 친분이 있어 자발적으로 왔고 방정오 전무가 오는지 몰랐다고 했지만 로드매니저 김씨는 “김종승이 차 안에서 누군가와 통화를 하면서 ‘조선일보 사장을 만나는 자리가 있으니 와라’라고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장씨는 방정오 전무 등을 만나러 가기 전 미용실에서 머리 손질도 하고 비용을 회사에 청구하기도 했다. 매니저 김씨는 “김종승이 장자연에게 ‘예쁘게 하고 나오라’고 하자 장자연이 ‘이 정도면 예쁘지 않나요?’라고 말한 것을 들은 기억이 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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