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사태, 정치블로거와 언론들의 잘못된 갑질

이명박근혜 시대엔 증권 관련 기사나 열심히 써 대던 권모씨의 '우리편 감별 행위'도...

권종상 | 입력 : 2018/04/18 [07:09]

어제 일 마치고 운동까지 끝낸 후에 집에 가서 컴퓨터를 켰더니 쪽지가 하나 와 있었습니다. 서울신문의 박기석 기자라는 분이 남겨 놓은 메시지였는데, 최근 뉴스의 중심이 되고 있는 드루킹 사건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잠깐 망설이다가 기자분이 남겨 놓은 전화번호로 전화를 했습니다. 그리고 한 15분 정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기본적으로 드루킹이 파워블로거이고, 그 영향력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갖고 있는지를 물어 오셨는데, 저는 여기에 대해 이른바 맛집 파워블로거들이 그동안 어떤 갑질을 해 왔는지를 생각해보면 답이 나올 거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인터넷언론 능가하는 ‘네이버 파워블로거’ 댓글 추천 수 조작하는 ‘매크로’ 인터넷서 수백만원만 주면 구입“일부 파워블로거의 ‘갑질’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드루킹은 정치 분야 파워블로거라는 지위를 이용해 정치권에 갑질을 한 것이라고 봅니다. ”더불어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과 관련해 17일 구속 기소된 김모씨에 대해 권종상(49)씨는 이같이 정의했다. ...www.seoul.co.kr
 

파워블로거라는 것도 일종의 권력이 될 수 있겠지요. 물론 미국에 사는 저는 그 위력이라는 것을 피부로 느끼지는 못하고, 어떤 면에서는 그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알게 모르게 권력화 되어 있는 이 '영향력'이라는 것에 스스로의 눈이 가려져버리면 자기 객관화가 되기 어려울겁니다. 그리고 '교만'은 바로 그 지점부터 시작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글쎄요, 저도 그런 유혹을 느끼지 않았을까요? 그런 점을 직시하며 제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 하는 노력은 제가 한국에 살지 않고 있기에 더 가능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드루킹 사태를 바라보면서 그렇게 제 자신에 대해 더 들여다보려고 하던 시점에 이런 인터뷰 요청을 받게 되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과거 제 블로그에 와서 악플질을 하던 한 블로거가 있었습니다. 결국 그 블로거를 차단했는데, 나중에 쪽지를 보내온 적이 있습니다. "나는 너희들이 망하는 걸 볼 거다. 너는 결국 한국으로 들어와 정치에 뛰어들려는 거 아냐?"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고 기억나는데, 저는 그때 내 자신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를 가졌었습니다. 이게 내 욕심이 결부됐던건가?

 

그러나 다행히 저는 늘 길을 걷고, 가끔씩 우편물을 배달하는 건물 앞의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저는 매우 다행히도, 내가 무엇에 행복해하는지, 그리고 내가 왜 약한 존재인지를 늘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그가 던진 질문에 그렇게 속으로 답했던 것 같습니다. "난, 관찰자임이 행복한거다. 그리고 그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그러면서 저는 요즘의 언론의 모습을 봅니다. 침소봉대, 날조가 아직도 판을 치는 보수언론의 모습을 봅니다. 아무리 파워블로거가 결부됐다 하더라도 그것은 갑질 이상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것도 자기가 갑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한 철없는 파워블로거의 손가락 잘못 놀리는 육갑질에 불과한 겁니다. 그 사건을 키워서 유력한 정치인 하나를 묻어 버리겠다고 날뛰는 언론, 특히 그 선봉에 서 있는 조선일보와 TV조선은 지금 그들이 서 있는 기반이 붕괴되고 있다는 위기감에서 이 사건을 더욱 침소봉대하고 있는 것일 터입니다. 

시애틀 우체부 권종상 씨

또 한가지, 우리 내부도 들여다봐야 합니다. 드루킹도 그렇지만, 최근 모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권모씨의 '우리편 감별 행위'같은 것도 마음에 안 듭니다. 그 사람의 지금까지 행적을 보면 자기 팟캐스트를 통해 이른바 '이니굿즈'를 열심히 판매하고, 내부 총질을 열심히 해 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분은 정권의 탄압이 분명히 존재하던 이명박근혜 시대엔 그냥 증권 관련 기사나 열심히 써 대시던 분이더군요.

 

이런 분들이 지난 대선때부터 친문, 문파를 자처하고 자기의 기준으로 내부분란을 일으키는 것이 영 불편했던 차였습니다. 이번에 다시 팟캐스트 방송을 시작한 '이이제이'에서 이 부분에 대해 신랄하게 꼬집어 놓았더군요. 팟빵에서 댓글 공방이 벌어지자 이곳의 댓글창을 아예 닫아 버렸습니다. 저는 드루킹이나 이 분이나 별 차이 없다고 봅니다. 


기존의 언론부터 블로그, 소셜 미디어까지, 언론은 이제 다양한 형태로 존재합니다. 그 모든 것을 '언론'으로 볼 때, 그 세계에서 자기가 영향력이 있다면 거기엔 책임이 따를 터입니다. 자신의 영향력을 사적인 것으로 이용하려고 하는 사람들, 저쪽엔 당연히 엄청나게 많고, 그것이 그들의 움직이는 방법이지만 진보라고 스스로를 자청하는 사람들 안에서도 그런 이들은 적지 않을 겁니다. 

제대로 된 언론을 소비하는 것은 언론 소비자들의 권리이기도 하지만 의무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문득 해 봤습니다. 자기의 영향력을 이상한 곳에, 그리고 자기의 사익 증진에 쓰는 '언론'은 그 매체의 형태가 어떤 것이든간에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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