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8주년 노동절 집회... "한국사회 노동을 새로 쓰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노동절... 노동헌법 쟁취, 노동법 개정, 재벌개혁 등 요구

편집부 | 입력 : 2018/05/01 [21:33]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제 128주년 세계 노동절을 맞아 전국에서 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수도권 지역 대회에는 2만여 명의 노동자가 운집했다. 민주노총이 서울광장에서 노동자대회를 개최한 것은 지난 2015년 이후 3년 만이다.

 

"한국사회 노동을 새로 쓰자"는 기조 아래 오후 2시부터 열린 이날 집회의 주된 요구사항은 노동헌법 쟁취, 노동법 개정, 재벌개혁 등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맞는 노동절인만큼 정부 노동정책의 부족함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으나, 이보다는 개헌이나 법률 개정 등 행정부의 권한을 넘어서는 분야에 관한 요구사항이 주를 이뤘다.

 

▲ 제 128주년 노동절을 맞아 민주노총이 서울광장에서 노동자대회를 열었다. © 서울의소리

 

김영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올해 노동절을 맞아 무엇보다 기쁜 것은 4월 27일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을 접한 것"이라며 '2018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환영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지금 우리의 일터는 평화의 기운이 확산되지 못한채 전쟁같은 처지에 있다"며,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하거나 특례업종으로 지정된 업종의 노동자들을 거론했다.

 

그는 "(노동자들이) 법의 사각지대에서 노예와 같은 노동을 강요당하고 장시간 노동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고 노동시간 특례업종을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선·자동차 산업 구조조정을 언급하며 이를 저지해야 한다는 입장과 함께, 문재인 정부에 '특단의 대책'을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노동헌법 쟁취와 노동법 전면 개정으로 노동을 새로 쓰자"고 말했다. 또한 "재벌은 대한민국 만악의 근원이고 반민중, 반노동의 근원"이라며 "삼성의 노조파괴 범죄와 대한항공 조씨 일가의 '갑질'은 재벌자본이 얼마나 노동을 적대하고 천대하는지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 제 128주년 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서울의소리

 

연대발언에 나선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최저임금법 제7조에서 중증장애인들에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중증장애인들은 하루 8시간 일해도 월 30만원도 받지 못하며, 그러한 일자리도 없다"며 최저임금법 개정을 호소했다. 정부는 해당 조항 삭제를 검토하고 있으나 해고 우려 등의 이유로 고심하고 있다.

 

이날 대회의 발언대에는 최근 전방위적 노조파괴 공작이 드러난데 이어, 삼성의 80년 '무노조 경영'을 사실상 끝내 사회적 주목을 받고 있는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대표도 올랐다. 나두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대표지회장은 "6천건의 노조파괴 문건이 보여주듯 노조 탄압에 맞서 단결로 쟁취한 승리"라며 "삼성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 삼성 '80년 무노조 경영'을 끝낸 나두식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대표지회장이 팔뚝을 들어 보이고 있다. © 서울의소리

 

이어 발언대에 오른 박영희 공공운수노조 경기지역기부 잡월드분회 분회장은 정부(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잡월드가 비정규직 직접고용 대신 '자회사 설립'이라는 꼼수를 쓰고 있는 현실을 비판했다. 그는 "자회사 설립이라는 사측의 각본대로 움직이는 연극 속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의사는 전달되지 않았다"며,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이 현장에서 올바르게 실행되지 않는 것을 지적했다.

 

이날 대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은 선언문을 통해 ▲구조조정·정리해고 철폐,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직장 내 성차별 근절, ▲이주노동자 차별 철폐,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3권 보장, ▲사회보장 확대, ▲산업재해 처벌 강화, ▲재벌 체제 청산 등을 요구했다.

 

선언문 낭독이 끝나고 참가자들은 서울광장에서 세종로사거리를 거쳐 종로 4가까지 행진했다. '포괄임금제 지침 폐기', '건설근로자법 개정' 등을 요구하는 건설노조 조합원들의 대규모 참여가 눈에 띄었다. 행진을 통해 각 단위별 요구사항을 시민들에게 알린 참가자들은 오후 5시쯤 종로 4가에서 단위별 정리집회를 가지고 해산했다. 민주노총의 해산 이후에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행진이 신고된 오후 6시까지 작은 집회를 이어갔다. 이들은 "장애인도 노동자다"라고 외치며 중증장애인에게 적용하지 않는 최저임금법 개정을 다시 한 번 요구했다.

 

▲ 제 128주년 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 서울의소리

 

이날 본 대회가 열리기 전부터 서울 도심 곳곳에서는 각 단위별 사전집회가 열렸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청와대 근처인 효자치안센터, 보건의료노조는 세종문화회관, 서비스연맹은 명동 신세계백화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청와대 앞 분수대, 희망연대노조(지역사회운동노조)가 종로 서린빌딩 앞에서 각각 사전집회를 열였다.

 

본 대회에 앞서 서울광장에서는 다양한 단체들이 홍보전과 서명운동을 벌였다. 남북간의 '범국민 철도 연결운동'을 펼치는 사단법인 평화철도는 경원선(서울~원산)과 금강산선(서울~철원~내금강) 미연결 구간을 잇기 위한 '1인 1만원, 10인 1침목 모으기 운동'을 알리고 참여신청을 받았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SR(수서고속철)을 통합하기 위한 '고속철도 하나로' 운동을 하고 있는 철도노조의 서명운동도 진행되었다. 청년단체 '게으를 권리'와 '청년정치공동체 너머'는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기본소득제 도입을 요구하며 로봇 모양을 하고 퍼포먼스를 펼쳐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날 대회에는 민주노총 및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 이외에 정치인들도 참가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및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비롯, 정의당 이정미 대표·노회찬 원내대표·심상정 전 대표·김종민 서울시장 후보 등이 노동자들과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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