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빙벨 그후’ 개봉 ”기자들은 여전히 사과하지 않고...”

오보 내고도 사과하지 않는 조선일보, ‘괴담 사과’ 운운할 자격이 있나

고발뉴스 | 입력 : 2018/05/28 [09:16]

“어떻게 세월호 유가족을 때릴 수가 있어요?” 

영화 ‘다이빙벨 그후’(원제 ‘필름 네버다이’)에서 한 시민은 이렇게 울부짖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에게 폭력을 행사한 공권력의 부당함을, 한 시민이 울면서 지적하는 이 장면은 ‘다이빙벨 그후’가 말하려는 핵심적 내용이 압축돼 있습니다. 물리적 폭력은 당시 경찰이 자행했지만 그 ‘물리적 폭력’을 능가하는 ‘보도 폭력’ ‘언어 폭력’ ‘정신적 폭력’은 상당수 언론에 의해 자행됐습니다. 그때의 ‘언론’ 그리고 그때의 ‘언론인’들은 지금도 여전히 맹활약(?) 중입니다. 

탄핵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현재 감옥에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 박근혜 정부와 함께 세월호 진상을 방해하는데 앞장섰던 세력들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 ‘세력들’ 가운데 핵심 주축이 바로 언론입니다. 물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KBS와 MBC 등 일부 방송사 경영진이 교체되면서 당시 ‘핵심 주축세력들’은 물러났습니다. 하지만 ‘일부’만 교체됐을 뿐 여전히 ‘많은 언론인’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고대영·김장겸은 ‘퇴출’됐지만 여전히 사과하지 않고 있다 

원제 ‘필름 네버다이’ - ‘다이빙벨 그후’(부제)는 ‘그런 언론’과 ‘언론인들’을 겨냥한 영화입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세월호 진상을 방해하고 유가족에게 ‘보도 폭력’을 행사한 이들이 여전히 맹활약하고 있는 현실 – 그 부조리한 현실을 다시 들추어내 고발하는 영화입니다. 

 


박근혜가 탄핵되고, 문화계와 언론계 전반에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세력들이 법의 단죄를 받고 있는 지금, 여전히 ‘그런 세력’에 협조했던 언론인들은 별다른 책임을 지지 않고 있습니다. 경영진과 보도·제작 일선에서 물러났을 뿐 ‘그들’은 사과 한번 없이 방송사 혹은 언론사 한 켠에서 여전히 ‘언론인’으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퇴출’된 전임 경영진들 역시 과거 자신의 행태에 대한 사과는 일절 없습니다. 고대영·김장겸 전 사장은 물러났지만 그들은 여전히 사과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다이빙벨 그후’는 ‘세월호 참사’ 이후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되돌아보는 형식이지만 ‘과거’보다 ‘현재’에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당시 왜곡보도에 앞장섰던 언론과 언론인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에 침묵했던 상당수 언론과 언론인들이 과연 지금은 달라졌는지를 묻고 있는 영화라는 얘기입니다. 

혹자는 박근혜 정부 당시 세월호를 제대로 언급조차 하지 않았던 ‘많은 언론’이 지금은 세월호 진상규명을 보도하고, 세월호 참사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상황을 들어 달라졌다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그때나 지금이나 언론은 별로 달라진 게 없습니다. 왜곡보도에 앞장선 언론과 언론인 가운데 제대로 사과한 언론인이나 언론은 없기 때문입니다. 

경영진이 교체된 지상파에서 ‘세월호 보도참사’에 사과한 건, ‘바뀐 경영진과 언론인’이었지 ‘보도참사’에 직접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보도참사’의 주역들과 조연들 그리고 암묵적 동조자들은 ‘다이빙벨’ 이전에도 그리고 ‘다이빙벨 그후’에도 여전히 그대로입니다. JTBC를 비롯한 일부 언론은 세월호 참사 이후 진상규명을 위해 지속적인 보도를 해왔지만, 상당수 ‘레거시 미디어’들은 JTBC 반대편에서 ‘진상규명’을 방해하는데 앞장섰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런 ‘레거시 미디어’들이 그동안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지금 ‘세월호 보도’를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습니다. ‘다이빙벨 그후’는 ‘레거시 미디어들’의 행태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를 환기시켜 주고 있습니다. 

 

▲ <다이빙벨 그후> 스틸컷


세월호 유가족에게 ‘보도 폭력’을 행사한 언론인들도 여전히 사과하지 않고 있다


사실 ‘다이빙벨 그후’는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했던 시민들, ‘박근혜 탄핵과 구속’을 외쳤던 촛불 시민들, 정권교체를 위해 힘을 모았던 시민들이 봤을 땐 ‘새롭지 않은 내용’입니다. 심지어 영화 ‘다이빙벨’을 재개봉하는 걸로 알고 있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번 영화는 원제가 ‘필름 네버다이’로 전작 ‘다이빙벨’과 완전히 다른 영화입니다.) 지난 24일 개봉한 ‘필름 네버다이’(부제 ‘다이빙벨 그후’)가 박근혜 정권에서 개봉했던 전작 ‘다이빙벨’보다 흥행면에서 저조한 성적을 보이고 있는 데에는 이런 측면도 작용하고 있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또 하나. 당시에는 주류 언론이 ‘세월호 보도’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이빙벨’이 주목받았지만, 지금은 ‘누구나’ 세월호를 얘기하고 진상규명을 말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권에서 지상파 시사프로그램은 죽은 듯이 ‘세월호’에 침묵했지만, 정권교체 이후 많은 방송사들이 세월호 참사를 특집으로 다뤘습니다. ‘다이빙벨 그후’가 과거에 비해 주목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이빙벨 그후’를 기억하고 주목해야 합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질문조차 제대로 못했던 기자들이 지금 정의의 수호신이라도 된 듯 ‘옳은 소리’를 하고 있지만, 그들 가운데 상당수는 ‘세월호 보도 참사’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않습니다. 과거 ‘왜곡과 침묵’에서 현재 ‘정의의 수호신’으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따라야 할 반성과 참회를 생략한 사람들이 상당수이기 때문입니다. 

KBS MBC 등 일부 언론을 제외하고 당시 정부 발표를 ‘열심히’ 받아썼던 언론들 가운데 ‘세월호 보도참사’에 대해 사과한 언론이 얼마나 될까요? 조중동에서, 경제지에서, 종편에서 혹은 매체가 아닌 개인 차원에서 과거 행태에 대해 ‘반성문’을 쓴 언론인이 몇 명이나 있을까요. ‘그들’ 가운데 일부는 바뀐 세상에 슬쩍 묻어가는 방식으로, 아니면 과거의 ‘침묵’을 ‘소극적 저항’으로 포장해 가며 변신에 성공했을 뿐 ‘그들’은 여전히 사과하지 않고 있습니다. 

영화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당시 정부가 왜 수백 명의 학생들을 구조하지 않았는지를 묻고 있지만 동시에 왜 그때 언론은 ‘그런 기본적인 질문’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는지, ‘그런 언론’이 지금까지 반성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그래서 ‘상당수 언론인들’이 그런 얘기를 하고 있지만, 박근혜 정부 시절 ‘세월호 질문’은 주로 탄압받았던 ‘비주류 언론인들’을 통해서 나왔습니다. 주류 언론은 ‘박근혜 청와대’ 지침을 충실히 따랐습니다. ‘다이빙벨 그후’는 ‘변신에 능한 언론과 언론인들’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를 상기시킵니다. 

오보 내고도 사과하지 않는 조선일보, ‘괴담 사과’ 운운할 자격이 있나 

‘변신에 능한’ 언론과 언론인들은 여론의 눈치라도 본다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인지도 모릅니다. 세월호 유가족을 폄훼하고,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보도를 지속적으로 내고도 최소한의 사과조차 하지 않는 언론, 그런 기조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언론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언론이 조선일보입니다. 

조선일보는 그동안 세월호 보도와 관련해 유가족과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집중적인 항의를 받았습니다. 그런 조선일보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다이빙벨 그후’를 비난하는 칼럼을 지난 26일 게재했습니다. 대략 이런 내용입니다. 

“또 다른 세월호 영화 '다이빙 벨 그후'가 지난 24일 개봉됐다. 영화감독은 4년 전 ‘다이빙 벨’이란 영화를 만들었던 사람이다. 세월호 구조 당시 다이빙 벨은 조류가 거센 바다에선 아무 쓸모가 없었는데도 그는 이 장비를 투입하지 않아 구조가 안 된 것처럼 음모론을 폈었다. 세상에 어느 정부가 일부러 인명을 구하지 않나. 비정상이 정상 위에 올라타 위세를 부린다.

어느 사회나 괴담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허위로 드러나면 사과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우리는 괴담 주장자가 더 당당하다. ‘더 조사하자’고 우긴다. 애초에 ‘사실(事實)’에 관심이 없다. 전교조 교사들은 이들의 주장을 모아 가르친다. 원래 괴담은 은밀히 떠돌아다니는데 한국에선 극장에서 상영되고, 학교에서 당당히 유포된다. 현직 해양경찰청장이 간부들과 ‘닻 침몰설’ 영화를 단체 관람했다고 한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조선일보 5월26일 26면 <[만물상] ‘닻 침몰설’ 영화 단체관람한 해경)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영화 ‘다이빙벨’과 ‘다이빙벨 그후’에 대한 평가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이 칼럼을 쓴 논설위원이 두 영화를 봤다는 전제하에서 드리는 말입니다.) 그래서 비판적인 의견을 지면에 실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유력 언론사 논설위원이,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진실이 일정 부분 세상에 드러난 상황에서 ‘세상에 어느 정부가 일부러 인명을 구하지 않나’라는 주장을 아직도 공개적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 이건 놀라움을 넘어 충격을 줍니다. 그동안 밝혀진 사실은 그럼 뭐란 말인가요?


‘어느 사회나 괴담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허위로 드러나면 사과하는 게 정상’이라는 대목은 실소를 자아내게 합니다. ‘현송월 총살 보도’와 최근 ‘1만 달러 취재비 요구’와 같은 대형 오보를 내고도 정정이나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는 조선일보가 할 말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분명 ‘바뀐 세상’에 살고 있지만, 한국 언론은 ‘바뀐 척’만 하고 있을 뿐 여전히 바뀌지 않았습니다. 조선일보처럼 ‘바뀐 척’도 하지 않는 언론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언론들이 여전히 주류 언론으로 있는 사회는 비정상적입니다. 대통령과 집권 여당에 대한 높은 지지율, 시민사회의 압박 때문에 자신의 본색을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상황만 바뀌면’ 이들은 언제든 예전의 ‘보도 폭력’을 행사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반성과 사과없이 바뀐 환경에 적응만 했기 때문입니다. ‘다이빙벨 그후’(원제 ‘필름 네버다이’)는 왜 우리가 한국 언론의 ‘과거 민낯’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출처: 고발뉴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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