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이 참패하리라는 것은 여러 여론조사에서 예고된 바 있었지만 실제로 드러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한국당은 광역단체 17 곳 가운데 대구와 경북(TK)에서만 당선자를 냈는데, 그것조차 종전처럼 압승은 아니었다.
서울의 기초단체장(구청장) 당선자 25명 가운데 24명이 더불어민주당 후보라는 사실도 놀랍기는 하지만, '보수의 요새'였던 강남·서초·송파 중에서 서초 단 한 군데만이 한국당 후보를 선택했다는 것은 기득권층을 대표하는 강남 3구조차 한국당에 등을 돌렸다는 명백한 증거이다.
게다가 한국당은 국회의원 재보선 12개 지역 가운데 민주당에 11 곳을 내주고 경북 김천 한 석만을 차지했다. 민주당은 '보수의 아성'이던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의 광역단체장과 부산시의 기초단체장 자리도 휩쓸었다. 한국당의 '시조' 격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 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 사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최일선에서 그런 '자해행위'를 이끌었다고 보아야 마땅할 것이다. 특히 홍 대표는 남한의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강력히 추진하는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에 사사건건 딴죽을 걸었다. 1953년 휴전협정 이래 65년 동안이나 지속된 남한·미국 대 북한의 적대관계 해소와 상생 노력이 그렇게도 두려웠을까? 특히 홍 대표는 촛불혁명에 힘입어 정권 교체에 성공한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이고 그 정부 자체를 '좌파'로 몰아붙였다. 모두 빨갱이들이라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세계 어디에 내세워도 뒤지지 않을 정치적 색맹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겠다.
홍 대표를 얼굴로 한 한국당의 핵심 인물들이 평소뿐 아니라 선거에서도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으려면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국정농단에 동조한 과거를 철저히 반성하고 사죄했어야 한다. 그런데 그들은 박근혜 씨가 1심에서 징역 24년을 선고받고, 이명박 씨가 20여개나 되는 범죄 혐의로 구속 기소되었는데도 "우리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사과하지 않았다. 촛불혁명으로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루어낸 유권자들이 이렇게 후안무치한 정치인들을 어떻게 지지할 수 있겠는가?
지난 3월 28일 언론·시민단체들이 결성한 '2018 전국 지방선거 미디어감시연대'의 위임을 받은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지방선거 직전까지 모니터한 조중동의 기사와 논설을 보면 그 매체들은 한국당의 '선거전략본부' 또는 기관지 같은 속성을 여실히 드러냈다(민언련 누리집 참조 ☞바로가기). 민주당 후보들의 약점이나 비위가 조금이라도 밝혀지면 가차없이 공격했고, 한국당을 비롯한 야권 후보들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관대하기 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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