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사법농단, 직접 고발은 않고, 수사 적극 협조하겠다”

"미공개 문건도 제공하며,13명의 사법농단 판사들 징계절차에 회부했다"

서울의소리 | 입력 : 2018/06/16 [03:52]

전 대법원장 양승태 등의 ‘사법농단’에 대해 김명수 대법원장이 15일 직접 검찰에 고발하는 대신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이번 사태에 연루된 고등법원 부장판사 4명 등 모두 13명의 판사를 징계 절차에 넘기고 일부는 재판 업무에서도 배제했다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이 이처럼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천명한만큼, 시민단체 고발로 착수된 검찰의 재판 거래 의혹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양승태 등 사법농단 혐의자들의 검찰 출두는 초읽기에 들어간 양상이다. 

 

 

사법행정권 남용 특별조사단이 지난달 25일 조사 결과를 발표한 지 21일 만에 내놓은 후속 조치다. 공을 넘겨 받은 문무일 검찰총장은 퇴근길 기자들에게 “수사가 원만히 진행되고 사실과 진실이 밝혀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사상 초유의 사법부를 상대로 한 검찰 수사가 현실화될 전망이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오후 1시30분쯤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국민 여러분께서 느끼셨을 충격과 분노에 대해 사법부를 대표해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지난달 31일 서면 담화문에서 “국민의 준엄한 꾸짖음을 피하지 않겠다”고 말한 데 이어 두 번째로 밝힌 대국민 사과다.

이어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감수하고 고법 부장판사 4명을 포함한 13명의 법관을 징계 절차에 회부했다”며 “관여 정도 등을 고려해 이 중 9명은 재판에서 배제했다”고 밝혔다. 특조단이 확보한 모든 인적·물적 조사 자료를 영구 보존토록 지시했다며 “사법부가 지난 잘못을 잊지 않고 그 잘못을 시정할 방안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겠다는 다짐”이라고 했다.

재판 거래 의혹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김 대법원장은 “재판은 무릇 공정해야 할 뿐 아니라 그 외관에 있어서도 공정해 보여야 한다”며 “재판 거래는 대한민국 법관 그 누구도 (있었다고) 상상할 수 없다는 저의 개인적 믿음과 무관하게 의혹 해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됐던 ‘대법원장의 직접 고발’과 관련해선 수사 수용 의지만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최종 판단을 담당하는 기관의 책임자로서 섣불리 고발이나 수사의뢰와 같은 조치를 할 수는 없다”고 했다. 대신 “이미 이뤄진 고발에 따라 수사가 진행될 경우 미공개 문건을 포함해 특조단이 확보한 모든 자료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제공하고 필요한 협조를 마다하지 않겠다”고 했다.

 

직접 수사를 요구하는 건 아니지만 시민단체 등이 검찰에 고발한 사건의 수사가 시작된다면 이에 협조하겠다는 의미다. 김 대법원장은 “수사나 재판을 담당하는 분들이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진실을 규명해 나갈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이는 지난 11일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 등에서 대법원장이 직접 고발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온 것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당시 법관대표회의는 철저한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고 의결하면서 “이미 충분히 고소·고발이 이뤄졌으므로 대법원장이 직접 조치를 취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입장을 모았다. 적극적인 형사고발을 요구하는 여론으로부터 김 대법원장의 선택지를 넓혀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 대법원장의 담화 발표 직후 대법관 13명도 입장문을 냈다. 재판거래 의혹 자체에 대한 불쾌감을 강하게 드러내 김 대법원장과는 온도차를 보였다. 대법관들은 “대법원장과 대법관이 대등한 지위에서 참여하는 대법원 재판에선 그 누구도 특정 사건을 자신이 의도한 방향으로 선고되도록 영향을 미칠 수 없다”며 “의구심을 해소하고 법원이 제 기능을 발휘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의견을 밝힌다”고 했다.

다음은 김 대법원장 담화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특별조사단의 조사결과를 접한 후 국민 여러분께서 느끼셨을 충격과 분노에 대하여 사법부를 대표하여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가 지난번에 약속드린 대로 관여자들에 대한 형사상 조치 등에 대하여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사법행정권자의 뜻과 다른 소신을 드러냈다는 것만으로 법관들이 다른 법관들에 의해 뒷조사의 대상이 된 것은 법관독립이라는 중대한 헌법적 가치를 침해하는 것으로 결코 허용될 수 없습니다. 

사법부의 존재 이유인 공정한 재판을 사법행정권자의 정책 실현을 위한 거래의 수단으로 써보려고 시도한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과거는 물론 지금도 오직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고 있는 전국의 법관들에게 큰 자괴감을 안겨 주는 것입니다. 

물론 법관들이 사법행정권자의 요청에 의하여 재판의 진행과 결론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재판은 실체적으로 공정해야 할 뿐 아니라 공정해 보여야 한다는 것이 사법부가 강조해 온 오랜 덕목이고, 재판이 공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외관을 꾸며내는 행위만으로도 사법부의 존립 근거인 국민의 재판에 대한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임이 분명합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지난 2주간 법원 내·외부의 많은 분들로부터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상 조치 여부를 비롯한 현안에 대하여 소중한 의견을 들었습니다. 특별조사단이 발표한 조사결과에서 드러난 모든 행위가 사법부 외부가 아닌 사법부 스스로에 의해 일어난 현실에서, 저는 사법부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무엇보다 주권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심사숙고하였고,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회복을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였습니다. 

이에 저는 우선, 엄정한 조치를 약속드린 바와 같이 고등법원 부장판사 4명을 포함한 13명의 법관에 대하여,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감수하고 징계절차에 회부하였습니다. 그리고 관여 정도와 담당 업무의 특성을 고려하여 징계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일부 대상자들에 대한 재판업무배제 조치를 취했습니다.

또한, 저는 조사가 미진하였다는 일부의 지적을 감안하여 특별조사단이 확보한 모든 인적·물적 조사자료를 영구 보존할 것을 지시하였습니다. 이 같은 자료의 영구보존은 사법부 스스로가 지난 잘못을 잊지 않고, 그 잘못을 시정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겠다는 다짐이 될 것입니다. 

관여자들에 대한 형사조치와 관련하여, 특별조사단의 독립적이고도 철저한 조사에도 불구하고 조사 수단이나 권한 등의 제약으로 미처 해명하지 못한 의혹들에 대한 외부기관의 수사를 요청하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사법부에 대한 무분별한 수사로 사법부의 독립과 신뢰가 또다시 침해되는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습니다. 특히 이른바 '재판거래'라는 있을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수사는 불가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법과 원칙에 따라 이루어지는 수사에 대하여 사법부라고 하여 예외가 될 수 없음은 분명하고, 법원 조직이나 구성원에 대한 수사라고 하여 이를 거부하거나 회피할 수 없음도 자명합니다. 

또한 재판은 무릇 공정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그 외관에 있어서도 공정해 보여야 하기에, 이른바 '재판거래'는 대한민국 법관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다는 저의 개인적 믿음과는 무관하게 재판을 거래의 대상으로 삼으려 하였다는 부분에 대한 의혹 해소도 필요합니다. 

이에 저는 비록 최종 판단을 담당하는 기관의 책임자로서 섣불리 고발이나 수사 의뢰와 같은 조치를 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이미 이루어진 고발에 따라 수사가 진행될 경우 미공개 문건을 포함하여 특별조사단이 확보한 모든 인적·물적 조사자료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제공할 것이며, 사법행정의 영역에서 필요한 협조를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앞으로 수사 또는 재판을 담당하는 분들이 독립적으로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진실을 규명해 나갈 것으로 믿습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이번 조사결과가 지난 사법부의 과오 때문이라고 변명하지 않겠습니다. 법관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사법부 스스로 훼손한 현실을 직시하고 국민 여러분의 질책과 꾸짖음을 피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저는 지난번 말씀드린 바 있는 방안들이 근본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개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사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습니다. 

저를 포함한 사법부 구성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국민들로부터 부여받은 숭고한 사명을 성실히 수행함으로써 법원 본연의 모습으로 거듭날 것을 다짐합니다.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사법부의 유일한 존립 근거임을 명심하고, 그 믿음을 회복하기 위하여 어떠한 희생과 고통이라도 견디어 낼 것임을, 다시 한 번 굳게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8. 6. 15.대법원장 김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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