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끝나지 않은 장자연사건 2라운드 하원 전 스포츠조선 사장의 또 다른 이야기

‘조선일보 方씨 일가는 무엇이 그토록 두려웠나?

선데이 저널 | 입력 : 2018/06/27 [12:53]

 

하 원 전 스포츠조선 사장

고 장자연 사건에 대한 검찰의 재조사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당시 사건을 가장 잘 알고 있는 하 원 전 스포츠조선 사장에 대한 검찰 조사가 이뤄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선데이저널>은 5월 6일자 “조선일보는 어떻게 그를 파렴치범으로 만들었을까?”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하 전 사장의 이야기를 다룬 적이 있다.

 

조선일보는 사주인 방상훈 사장 일가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 하 전 사장을 끌어들임으로써 하 전 사장은 평생 언론인으로 살아온 명예를 송두리째 빼앗겼다고 한다. 놀라운 사실은 조선일보가 지면에는 하 전 사장이 마치 장자연 사건의 주인공인 것처럼 언론에 흘리고 다른 한 편으로는 하 전 사장에게 조선일보 후배 기자들을 보내 회유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본지가 하 전 사장으로부터 가까운 인사들에게 들을 수 있었다. 방 씨 일가가 잘못이 없었다면 왜 회유를 시도했을까? 하 전 사장은 평생 땀 흘려 일해 온 직장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민형사상의 소송을 제기하지는 않고, 검찰에서 있는 사실대로 진술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정권은 하 전 사장의 진술마저 사실상 묵살한 것처럼 보인다.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 과연 장자연 사건의 진실은 밝혀질 수 있을까?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장자연 리스트’ 사건을 재수사 중인 검찰이 장 씨를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선일보 기자 출신 조 아무개 씨를 최근 소환 조사했다. 조 씨의 강제추행 사건은 현재 공소시효(10년)가 확실하게 남아 있다. 조 씨는 1996년부터 조선일보 사회부 정치부 등에서 일하다 2004년 한나라당 후보로 총선에 출마했다. 그러다 2008년 장자연 씨가 있던 술자리에 합석하게 됐고, 결국 장 씨 죽음 이후로 경찰과 검찰 조사를 받았다.

 

조 씨는 2008년 8월 5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가라오케에서 장 씨와 장 씨의 전 소속사 대표 김모 씨 등과 술을 마시던 중 장 씨를 자신의 무릎에 앉히고 신체 일부를 만진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경기 분당경찰서는 2009년 조 씨에 대한 강제 추행 혐의를 인정해 성남지청에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지만, 성남지청은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당시 경찰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 씨 부인이 검사였기 때문에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고도 했다. 그의 아내는 현재 부산지검 검사로, 대검찰청을 거친 후 장자연 사건 때는 서울남부지검에 재직 중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당시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신빙성이 부족한 술자리 동석자들의 진술을 근거로 삼아 증거 판단에 미흡했고 수사 미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재수사를 권고했다. 결국 최근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조 씨를 4차례 불러 장 씨를 강제 추행했는지 조사했다. 이후 사건은 조 씨의 주거지 및 범행 장소 등을 감안해 관할권이 있는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됐다.

 

검찰은 이 사건의 공소시효가 8월 4일 만료되는 점을 감안해 검찰의 중간간부 인사가 단행되는 다음 달 13일 이전에 조 씨를 기소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장자연 사건에 대한 검찰 재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과연 조선일보 사주 연루 의혹 역시 제대로 밝혀낼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본지는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장자연 사건에 대한 밀착취재를 했는데 이 시점에서 또 다시 주목해야 할 사건이 있다. 바로 조선일보가 하 전 사장을 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하고, 다른 한 편에서는 회유를 시도했다는 점이다.

 

전직 조선일보 기자에 대한 재조사

 

▲ <선데이저널>은 5월 6일자 “조선일보는 어떻게 그를 파렴치범으로 만들었을까?”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하 전 사장의 이야기를 다룬 적이 있다.

 

2011년 3월 9일 조선일보 1면에 세로 3단짜리 기사가 큼지막하게 지면을 장식했다. 당시 조선일보는 사주 일가가 장자연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에 휩싸였을 때였다. 당시 기사 제목은 이랬다.


“장자연 소속사 대표 김종승씨 평소 스포츠조선 前사장을 ‘조선일보 사장’으로 부른게 오해 불러”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스스로 ‘장자연 사건’과 연루된 이가 스포츠조선 전 사장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에는 “조선일보 사장은 스포츠조선 전 사장이었다”는 문장이 제목을 포함해 무려 13번이나 반복된다. 결국 이날 인터넷 포털 네이버에 ‘스포츠조선’ 사장은 검색 랭킹 1위에 등극했다.

 

조선일보는 경찰과 검찰이 여전히 전면적인 재수사를 머뭇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사건의 실체가 온전히 드러날 가능성이 적다고 보고 일단 여론의 관심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하 원 전 스포츠조선 사장은 1972년 조선일보에 입사해 일본 특파원과 출판국 국장 등을 거쳐 2002년부터 2008년 8월 까지 스포츠조선 사장을 지내다 장자연이 자살하기 몇 개월 전에 백석대학교로 옮겼다.

 

본국 천안에 있는 백석대학교는 기독교 대학으로 하 전 사장은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 일로 인해 백석대학 총장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기독교 학교 총장이 성추문에 연루됐다는 학내 여론이 있었기 때문이다.

 

본지 취재 과정에서 접한 놀라운 사실은 조선일보가 한 편에서는 하 원 전 사장의 이름을 박아 실명 보도를 하면서 그를 파렴치범으로 몰고, 얼마 뒤 하 전 사장이 반발하자 몇 명의 조선일보 기자가 찾아와 회유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당시 하 전 사장은 소송을 준비하고 있었으나 후배들의 설득에 못 이겨 최소한 먼저 소송을 거는 일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의 인생은 송두리째 날아갔다. 특히 하 전 사장은 백석대학교 이사장 집안 사람과 결혼했는데 이 사건으로 인해 가정에서도 심각한 불화를 겪었다고 한다.

 

본지가 한 차례 보도했듯이 이 날 하 전 사장이 장 씨가 있던 자리에 합석했던 시간은 불과 몇 십 분이 되지 않았다. 본지는 5월 9일 하 전 사장과 아주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당시 있었던 일에 대해서 자세히 보도한 바 있다.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회장 그리고 장씨 소속사 대표 김종승 등을 포함해 9명이 강남에서 술자리가 있던 어느 날, 하 전 사장은 강북에서 있던 일정을 위해 이동 중이었다. 이동 중 방 회장에게 갑자기 전화가 와서 강남에 있는 모처로 오라고 해서 당황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방 회장이 조선일보 사장은 아니었지만 이른바 오너 일가의 부탁이어서 거절할 수 없었다는 것. 하 전 사장은 잠시 들를 목적으로 전직 탤런트가 운영하는 청담동 중식당에 갔고, 이 자리에 방용훈 회장을 비롯한 김종승, 장자연 등 여러 명이 있었다.

 


▲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스스로 ‘장자연 사건’과 연루된 이가 스포츠조선 전 사장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 9명이 있었다는 것은 공소장 및 재판 자료 등에 이미 공개된 사실이다. 이 자리에서 방 회장은 김종승과 장자연 등을 하 전 사장에게 소개시켰고, 하 전 사장은 얼마 있지 않고 자리를 떠 원래 약속 장소인 강북으로 이동했다고 한다. 이것이 하 전 사장이 기억하는 이 날 일의 전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장자연 사건이 터지고 어느 날 조선일보에 마치 이 자리가 자신과 장자연 씨와의 만남을 위해 마련됐던 자리였고, 장 씨가 언급한 조선일보 사장이 자신이었다는 기사가 나갔다는 것이다. 이 보도로 하 전 사장의 인생은 완전히 망가졌고, 지금까지도 악몽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 전 사장 입 열면 도덕성에 치명타

 

하 전 사장은 당시 조선일보 동료 등에게 수십 년 간 몸 바친 직장의 오너가 자신을 한 순간에 파렴치범으로 만들었다는 억울함 등을 호소했으나 방 사장 일가를 상대로 법적인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았다. 자신이 겪은 일들은 법원에서 자세히 진술했다. 그는 2012년 당시 거의 언론접촉을 하지 않았지만 딱 한 군데 한 미디어 전문지에다 심경을 밝힌 바 있다.


물론 이 날의 상황에 대해 자세히 밝힌 것은 아니다. 그는 이 인터뷰에서 “방상훈 사장을 구명하고 사주 일가를 보호하기 위해 짜맞춰졌던 수사였다”며 “증인심문에서 장자연 사건에 어떤 조선일보 방 사장이 연루됐는지를 이미 밝혔고, 검찰의 방상훈 사장 불기소 결정문이 얼마나 엉터리인지도 수사 검사에게 진술했다”고 말했다.

 

하 전 사장은 검찰 수사 당시 검찰에 출석해 이 같은 내용을 진술했지만, 그의 진술이 실제 법원 재판 과정에 반영됐는지는 알 수 없다. 실제로 하 전 사장의 바람과는 달리 당시 경찰과 검찰은 물론이고 재판부까지도 방 씨 일가에게 면죄부를 줬고, 사건은 그대로 마무리됐다. 경찰은 방용훈 사장이 이 모임에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그를 불러 조사하지 않았다. 오히려 경찰 수사를 넘겨받은 검찰은 장자연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장 씨의 문건에 적힌 ‘조선일보 사장’이 김 씨가 진술했던 스포츠 조선 사장일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 냈다. 조선일보 역시 이런 잘못된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방상훈 사장은 이 사건과 무관함만을 주장할 뿐 방용훈 사장의 존재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수사기관 차원에서 사건을 무마했던 당시와는 달리 검찰 재조사가 하나 둘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이제 남은 것은 하 전 사장에 대한 소환이다. 재조사 과정에서 그의 진술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선데이 저널 리차드 윤 기자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 용
조선일보 관련기사목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