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질한 놈에게 ‘양승태 사법농단’ 단죄 맡길 수 없다”

단식 10일차 백은종 대표 “특검 같은 특별재판부 설치해야”

고승은 | 입력 : 2018/07/23 [07:36]

“적폐청산의 끝은 판결, 특별재판부 설치하라”

 

한낮의 체감온도가 40도에 육박하는 무더운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밖에서 활동하기 힘든 무더운 날씨에도 ‘양승태 구속’을 촉구하며 <사법농단 양승태 구속 시민 의용단> 등이 적극 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시흥동 동산마을에 위치한 양승태 집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며, 양승태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의용단 고문인 <서울의 소리> 백은종 대표는 지난 14일부터 단식농성에 돌입해 23일로 10일째 접어 들었다.

 

 

법원행정처가 ‘사법 농단’ 문건 추가 공개를 가로막고 있는데 이어, 서울중앙지법이 압수수색마저 가로막은 상황. 이 같은 답답한 소식이 들려오는 와중에 의용단 회원들은 21일 저녁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앞을 찾아 사법부 규탄에 나섰다.

 

백은종 대표는 발언을 통해 양승태 자택 구속영장 기각 등을 규탄하며 “우려하던 부분이 딱 터졌다. 쉽게 얘기하면 ‘도둑질한 놈한테 단죄를 하라고 맡긴 격’이다. 법원 곳곳에 (양승태가) 심어놓은 적폐판사들이 양승태를 재판하라는 격이 됐다”며 “우리는 진작부터 특검 같은 특별재판부를 설치하라고 했다”고 포문을 열었다.

 

백 대표는 이어 “적폐청산의 끝은 사법부의 판결로서 되는 것이다. 아무리 검찰에서 사법적폐를 찾아내고 기소해서 재판에 부쳐도 무죄 판결을 받는다면 결국 우야무야 되는 것”이라며 “양승태가 대법원장을 6년간 하면서 심어놓은 고위 재판부에게 양승태 사법농단을 맡길 수 없다”고 목소릴 높였다.

 

그는 “특별재판부 설치해서 새로운 판사들을 뽑아 수색영장부터 구속영장 청구까지 모조리 새로운 특별재판부에서 재판해야 사법적폐청산이 될 것”이라며 특별재판부 편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명박근혜 구속 여론 만들었듯.. 힘 모아달라”

 

백은종 대표는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 사법부가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사례들 (인혁당 사건 등)을 언급하며 “민주주의 공적이라 할 수 있는 사법부의 적폐를 이번에 우리가 청산하지 못한다면 언제 청산하겠느냐. 우리 후손들이 다시 50년 동안 사법적폐들에게 목숨까지 잃는 판결을 받도록 그냥 두시겠는가”라고 목소릴 높였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행정부 수장으로서 사법부 적폐청산의 지시를 할 수는 없다. 기무사 사건이야 문 대통령 지시로서 특별수사관을 꾸리지만 사법부 적폐청산은 사법부가 해야 할 일”이라며 “이명박 박근혜 구속여론을 형성해 사법부를 압박했듯이, 여론을 또 형성해서 사법부가 정당한 사법적폐청산을 할 수 있도록, 특별 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힘을 모아주시라”고 호소했다.

 

시민 김창호 씨도 발언을 통해 “사법부 재판거래 뉴스가 나오자마자, 대법관 탄핵을 위한 국정조사 및 청문회 열 것을 요청하는 민원요청서를 대법원에 넣었지만, 30일이 넘었는데도 답변도 없다. 정말 대법원이 법을 수호하는 곳인지 알 수가 없다”고 사법부를 규탄했다.

 

 

이날 시민들은 대법원 건물을 향해 “삼권분립 훼손시킨 사법적폐 판사들은 반성하라” “더 이상 억울한 서민들을 만들지 마라” “사법적폐 청산하자. 양승태를 구속하라” “이명박근혜 부역판사 옷 벗어라” 등의 구호를 힘차게 외쳤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박근혜 정부와의 ‘사법 거래’ 파문은 ‘견제 받지 않는 권력’ 사법부의 적폐청산이 얼마나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인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양승태는 지난 6년 동안(2011년 9월~ 2017년 9월) 대법원장으로 재임하면서, 상고법원 도입을 강력하게 추진한 바 있다. 그가 추진했던 상고법원에선 현재 대법원이 맡고 있는 상고심(3심) 사건 중 사회적으로 파장이 적은 사건들(주로 개인 권리 구제 관련)만 담당한다.

 

양승태 측은 상고법원 도입에 대한 이유로 대법관의 과중한 업무 경감 등을 든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박근혜 정부와의 ‘판결문 거래’ 사실이 수면 위로 떠오름에 따라, 상고법원 도입 시도는 결국 양승태 본인의 권력 확대가 아니었냐는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원세훈’ ‘긴급조치’.. 생존 옥죈 판결들까지 거래

 

양승태 대법원은 박근혜 정부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듯 유리한 판결을 쏟아내는 대신, 자신들의 인사권을 대폭 강화해 사법부를 완전히 장악하려 했던 셈이다. 이미 전국 판사 3천명의 인사권과 임명권을 쥐고 절대 권력을 행사했음에도.

 

 

그 ‘판결문 거래’ 대상들은 박근혜 청와대가 깊게 관심 갖을 수밖에 없는 정치적 사건들이 많았다. 그 중 대표적으론, 박근혜 정권의 정당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개입 사건, 18대 대선 무효소송 사건이 있다.

 

원세훈 전 원장은 지난 2015년 2월, 항소심 재판부로부터 ‘대선 개입’ 혐의가 인정되며 징역 3년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됐었다. 그러나 그해 7월 대법원은 13명 대법관의 만장일치 의견으로해당 사건을 파기환송한 바 있다. 18대 대선 직후 제기된 선거무효 소송에 대해선 별 이유도 없이 방치하다가, 박근혜가 파면된 이후에야 슬그머니 각하한 바 있다.

 

또 양승태 대법원은 박정희 유신독재시절 자행된 ‘긴급조치’ 관련 판결에도 적극 개입했다. 긴급조치가 위헌-무효라는 기존 대법원의 판결을 뒤집고 “긴급조치 발령행위는 고도의 정치행위”라고 강변, 긴급조치 피해자들의 배상 청구마저 기각하기까지 했다.

 

양승태 대법원 재판거래 대상들은 이뿐만이 아니다. 생존권을 외치던 노동자들을 옥죈 판결도 있다. KTX 승무원 정리해고 파기환송 판결,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파기환송 판결, 콜텍 정리해고 파기환송, 노조 파업관련 손배·가압류 폭탄 판결 등이 있다. 그 밖에도 박근혜 정권이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판결도 있다.

 

이같은 양승태의 재판거래 파동에 대해 헌법유린, 사법농단이라는 질타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쏟아지는 증거들.. 덮으려는 법원

 

▲     © mbn 영상켑쳐

 

이 와중에도 소위 ‘재판 거래’ 문건은 계속 등장하고 있다. 대법원 특별조사단이 지난 5월 추려서 공개한 410개 문건 외의 것이다. 특히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관련 문건 제출을 막고 있다는 소식이다. 추정 문건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관련 문건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은 문건 작성에는, 당연히 양승태 등 대법원 전 수뇌부들이 관여했을 거라는 의혹이 매우 짙다. 검찰은 양승태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이번엔 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21일 검찰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업무방해 등 혐의로 양승태와 박병대 전 대법관(전 법원행정처장),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김모 전 기획제1심의관 등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이언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를 모두 기각하고, 임종헌 전 차장 자택에 대해서만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다.

 

영정전담 판사인 이 부장판사는 박 전 대법관의 배석 판사를 지낸 경력이 있어 밀접한 관계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영장심사를 다른 판사에게 넘겼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히 구속영장도 아닌, 단순 압수수색마저 가로막았다는 것은 법원의 노골적인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질타를 받을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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