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군 전사자 유해송환 의미와 전망은?

신뢰구축 조치로 북미 비핵화 협상에 윤활유 역할할 듯

서울의소리 | 입력 : 2018/07/30 [11:33]

북한이 미군 전사자 유해를 일부 송환했다. 미국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다음달 1일 공식 행사를 여는 등 북한의 유해송환에 상당히 의미를 두는 모습이다. 

사진=미 국방부 제공

90년대 베트남전 참전 미군 전사자 유해 송환으로 미국과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튼 베트남의 사례처럼, 북한의 미군 유해송환이 비핵화와 체제안전 보장을 맞교환하는 북미 협상에 가속도를 붙일지 주목된다.  

유해송환 비핵화 조치는 아니지만..상당한 정치적 의미 

지난 27일 북한에서 송환된 55개의 유골함은 미국 하와이에 있는 미 국방부 산하 연구소로 보내져서 신원 확인 작업이 이뤄질 예정이다.  

현재 오산 공군기지에서 보관 중인 유골은 미국시간으로 다음달 1일 하와이에 도착할 예정이며,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직접 하와이 현지로 가서 전사자 가족들과 함께 65년 만에 고국 땅으로 돌아오는 미군 전몰용사들의 유해를 직접 맞이하게 된다.  


북한의 유해송환에 대해 미국은 매우 우호적인 분위기다. 미국은 군인 전사자에 대한 예우가 각별하기로 유명하다. 또 수십년이 지났지만, 정부가 전사자들을 잊지 않고 계속 찾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상당한 정치적 의미도 갖고 있다. 

사실 유해 송환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는 큰 상관이 없는 조치임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점은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 백악관에서 2분기 경제성장률 4%대 달성을 기념하는 연설에서 유해송환을 언급하면서 “지금 수송기가 전몰 영웅들의 유해를 싣고 돌아오고 있다. 나는 언론들 앞에서 김 위원장이 약속을 지켜준 것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사의를 표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유해송환 관련 사의를 표하고 있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그 옆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자리하고 있다. (사진=백악관 영상 캡쳐)
 

미국 언론들도 북한의 유해송환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전 참전 전사자 가족들을 인터뷰 하는 등 유해송환을 앞두고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모습이다. 

유해송환 행사에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29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은 부통령인 나에게 자신을 대신해 많은 일을 맡기지만, 솔직히 미국의 영웅들이 북한에서 미국 땅으로 돌아오는 이번만큼 겸허하고 영광스러운 적은 없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펜스 부통령은 특히 한국전 참전용사로 동성훈장을 받은 자신의 부친이 남긴 “한국전의 영웅들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이들”이라는 말을 소개하며, 남다른 감회를 나타내기도 했다. 

신뢰구축 조치로 북미 비핵화 협상에 윤활유 역할할 듯 

최근에 북한이 미사일 시험장 해체를 시작한데 이어 미군 전사자의 유해 일부를 송환한 것은 모두 지난달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약속한 사항이다. 

미사일 시험장 해체는 김 위원장이 구두로 약속했고, 유해 송환은 북미 정상회담 공동선언문에 명시된 항목이다. 더욱이 미 국무부는 이날 북한이 미국에 유해송환 비용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처럼 북한이 정상회담에서 일련의 약속들을 지키면서 ‘북한을 어떻게 믿느냐’는 미국 내의 불신 분위기를 상당부분 잠재웠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더욱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미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미국의 유해 발굴단이 조만간 북한에 직접 들어갈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군 인력이 직접 북한에 들어간다면 북미 상호간의 이해와 신뢰가 한층 더 두터워지고, 이는 향후 북미 간 협상을 더욱 부드럽게 하는 일종의 윤활유 같은 기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종전선언 물꼬틀까...된다/안된다 상반된 입장  

이에따라 미사일 시험장 해체와 유해송환 조치 등이 최근 북한이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종전선언 논의의 물꼬를 틀지도 주목된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맨스필드 재단의 프랭크 자누치 대표는 지난 27일 애틀란틱 지와의 인터뷰에서 베트남이 지난 1990년대에 미군 유해 송환으로 미국과 관계 정상화의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북한도 베트남처럼 유해송환을 계기로 관계 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사진=미 국방부 제공
 

하지만 미국 내 대북 강경론자들을 중심으로 유해송환을 빌미로 북한이 제재 완화나 종전선언을 더 거세게 요구할 것이기 때문에 유해송환은 비핵화 조치와는 별개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주장들도 나오고 있다.  

특히 한국전 종전선언을 하게 되면 그동안 북한을 압박하는 주요 수단이었던 밀리터리 옵션, 즉 군사행동 가능성을 미국이 스스로 제약하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에 들어갈 때까지는 종전선언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한 미국의 공화당 중진 상원의원인 린지 그레이엄 의원은 군사옵션이라는 카드를 버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중단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군사옵션도 사용할 것이라는 점을 중국과 북한에 납득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미 비핵화 워킹그룹 가동될까...이번주 ARF회의 주목 

미국 내에서 여러 견해와 주장들이 나오고 있지만, 북한이 유해송환을 비롯해 일련의 정상회담에서의 약속들을 지킨 것은 일단 북미 협상 과정에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이번 조치를 계기로, 이달 초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북한에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합의한 내용인 비핵화 논의를 위한 워킹그룹, 즉 작업반이 언제 가동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리고 이는 이번주부터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의에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과 중국의 외교수장이 모두 참석하고, 북한 리용호 외무상도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비핵화와 종전선언을 포함한 체제안전 조치 가운데 어느 것부터 해야 하느냐를 놓고 북미 간 기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고, 한반도 주변국들의 이해관계도 상이하게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ARF 외교장관 회의에서 남-북-미-중 간 양자 또는 다자간 회담을 통해 향후 비핵화 협상의 모습이 가닥을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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