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를 ‘조선일보’라 부르지 못한 TV조선

법원 행정처 대신 ‘전병헌 의원’에 집중한 채널A

민주언론시민연합 | 입력 : 2018/08/05 [19:00]

7월 31일 법원 행정처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농단 문건을 추가로 공개했습니다. 문건 공개 당일 방송사 저녁종합뉴스는 이 소식을 어떻게 다뤘을까요?

 

 △조선일보를 ‘유력 언론사’라 표현한 TV조선 <뉴스9>(7/23)

 

TV조선, 채널A의 보도순서에 속마음이 보였다


대법원이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정치인에게 로비를 펼칠 계획을 구상하고, 언론을 통해 여론형성까지 시도한 문건이 공개되자 대부분의 방송사들이 문건을 주요 뉴스로 전달했습니다. KBS, MBC, JTBC는 이 소식을 톱보도로 구성했고, SBS(7번째), MBN(3번째)도 전체 뉴스 중 앞쪽에 배치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뉴스를 중요치 않은 소식으로 처리한 방송사들도 있었습니다. 바로 TV조선과 채널A입니다. 채널A는 2건의 보도를 17번째 뉴스로 배치했습니다. TV조선은 이보다 더 뒤인 19번째 뉴스로 진행했습니다. TV조선과 채널A의 배치를 보면 사실상 주요 뉴스로 여기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4건(톱)

3건(톱)

5건(7)

6건(톱)

2건(19)

2건(17)

5건(3)

△‘양승태 사법농단 문건 공개’ 관련 보도량, 괄호안은 첫 보도순서(7/31) ©민주언론시민연합

 

‘조선일보’ 직접 언급된 문건에 침묵한 방송사는?


이번 문건 공개에서는 대법원이 조선일보를 통한 여론형성을 시도한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조선일보 기고문>, <조선일보 홍보전략>, <조선일보 첩보보고> 등의 문건에서 직접적으로 조선일보에 실린 글과 유사한 문서가 등장하거나 조선일보와 주요 방송사를 통한 상고법원 홍보 방안 등이 논의된 정황이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KBS, MBC, SBS는 대법원이 조선일보 및 주요방송사를 통해 여론형성을 시도한 내용을 1건의 보도로 편성했습니다. JTBC는 이와 관련된 별도의 보도는 구성하지 않았지만 취재기자와의 대담에서 조선일보를 통한 여론형성 시도를 다뤘습니다.


그러나 모든 방송사가 ‘조선일보’를 보도에서 언급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TV조선, 채널A, MBN은 직접적으로 ‘조선일보’를 언급하는 것을 피했습니다. 이는 사실상 ‘조선일보 감싸기’라고 볼 수 있었습니다. 법원행정처의 문건과 대부분 일치하는 조선일보의 기사가 발견됐고, ‘한명숙 사건 상고심’ 등 문건에서 언급한 특정 재판에 대한 기사가 게제되는 등 문건을 통한 대법원과 조선일보의 유착 정황이 나타났지만 이를 묵과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O

O

O

O

X

X

X

△‘양승태 사법농단 문건 공개’ 관련 보도중 조선일보 언급 여부(7/31) ©민주언론시민연합
 

‘조선일보’를 ‘유력언론사’라 설명한 TV조선


가장 흥미로운 사례인 자매사인 TV조선의 <“3심 재판 원하는 언론은 이기적인 존재”>(7/31 한송원 기자 https://bit.ly/2O8RSux )입니다. TV조선은 ‘조선일보’를 다뤘지만 신기하게도 ‘조선일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이 보도는 조선일보 등 언론사를 이용한 상고법원 홍보 전략이 중심적으로 다룬 것도 아닙니다. 

 

신동욱 앵커는 “법원행정처가 3심 재판, 즉, 대법원 재판을 받기를 원하는 국민은 이기적인 존재라고 묘사한 대목이 있어서 그 배경에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라며 보도를 시작했습니다. 한송원 기자는 “행정처는 ‘상고법원이 국민들과 청와대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는 문제를 지적하면서 그 이유를 '이기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라며 문건의 내용을 설명했습니다. 이어 “국민들은 대법관이 높은 보수와 사회적 지위가 있는 만큼, 업무가 과한 것은 아니다”는 문건의 내용을 소개한 뒤 법원행정처가 "이기적인 국민들 입장에서 상고법원이 생겼을 경우, 어떠한 장점이 있는지 접근"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조선일보를 통한 홍보계획에 대한 내용은 대단히 부실했고, 조선일보를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기자가 “대국민 설득 용도로 유력 언론사를 활용한 홍보 계획도 세웠습니다”라는 짧은 설명 속에서 조선일보를 “유력 언론사”로 표현하는 것에 그쳤기 때문입니다. TV조선은 대법원과 조선일보의 유착관계를 숨긴 것과 다름 없었습니다.

 

법원 행정처 대신 ‘전병헌 의원’에 집중한 채널A


채널A <문건 196개 추가 공개…“국회의원 공략”>(7/31 강경석 기자 https://bit.ly/2vcbAP2 )는 양승태 대법원이 로비를 계획한 여러 국회의원들 중 유독 민주당 전병헌 의원에만 초점을 맞추기도 했습니다. 현 여권으로 화살을 돌리려는 ‘물타기’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김승련 앵커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만든 문건 196개가 추가로 공개됐습니다”라며 소식을 전한 뒤 “우리 사법부가 필요한 법률과 예산을 따내기 위해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로비하겠다는 구상도 담겨 있었습니다”라며 문건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김승련 앵커의 설명부터 부적절한 부분이 있었는데요. 대법원이 ‘부정한 방법으로 상고법원을 설치하려 시도했던 것’을 단순히 “필요한 법률과 예산을 따내기 위해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로비하겠다는 구상”으로 표현해버렸기 때문입니다.


이어 강경석 기자는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2015년 5월 작성한 '상고법원 입법을 위한 대국회 전략' 문건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들을 집중 공략하려는 계획이 담겨있습니다”라면서도 문건의 핵심 내용에 대해서는 “상고법원에 반대했던 당시 여당 소속 김진태, 김도읍 의원과 야당이었던 전해철, 서기호 의원 등의 성향과 접촉 전략까지 검토한 겁니다”라고 언급만한 수준에 그쳤습니다. 

 

오히려 강 기자는 “법사위원은 아니지만 당내 영향력이 큰 의원들을 이른바 '거점 의원'으로 정했는데, 검찰은 전병헌 당시 의원이 포함된 배경에 주목하고 있습니다”라며 주제를 문건에 등장한 전병헌 전 의원으로 전환해 버렸습니다. 강 기자는 이어 “문건에는 전 전 의원이 "개인 민원으로 법원에 먼저 연락했고 해결될 경우 이를 매개로 설득을 추진한다"고 적혀있습니다”라며 문건 내용을 설명했습니다. 채널A의 보도는 문건의 핵심 내용인 법원행정처의 ‘정치권 로비 시도’에 대한 지적은 부족했고, 문건에 등장한 전 전 의원과 관련 의혹만을 집중적으로 다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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