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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치자는 세상 사람들의 본보기다.

윗사람이 비겁하고 탐욕스럽게 행동하면 아랫사람은 한술 더 뜰 것

이정랑 | 기사입력 2018/08/25 [08:11]

통치자는 세상 사람들의 본보기다.

윗사람이 비겁하고 탐욕스럽게 행동하면 아랫사람은 한술 더 뜰 것

이정랑 | 입력 : 2018/08/25 [08:11]

이정랑의 고전소통 상행하효(上行下效)

 

통치자는 세상의 본보기다. 통치자가 나라를 다스리면서 크고 작은 일을 다 챙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모든 일을 한 손에 다 잡는 것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통치자는 통치의 대원칙을 세우고 이를 철저히 실행하여 백성들을 이끌고 나갈 수 있다. 이것은 통치자가 작은 일에 구애받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가 아니라, 통치자의 행동은 그것이 어떤 것이든 백성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따라할 마음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통치자는 자신의 수양을 높여 늘 백성들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윗물이 맑지 않아 아랫물도 흐려지게 된다.

 

“복숭아와 자두는 말이 없으나 그 아래에 저절로 길이 만들어 진다(桃李不言, 下自成蹊)”는 옛말은 참으로 타당한 말이다.

 

통치자는 세상 사람들의 본보기다. 다음과 같은 예가 있다. 초나라 영왕은 허리가 가는 사람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래서 신하들은 영왕의 총애를 받고자 저마다 살을 뺄 궁리를 했다. 그들은 하루에 밥을 한 끼만 먹거나 숨을 크게 들이마신 채 허리띠를 매고 간신히 일어서곤 했다. 일 년이 지나자 조정 사람들 모두가 얼굴이 누렇게 뜨고 야위었으며 당연히 허리도 가늘어졌다.

 

사실 누군들 건강한 육체를 바라지 않겠는가? 하지만 영왕의 신하들은 몸을 가냘프게 하고 얼굴을 누렇게 만들었다. 오로지 군주의 기호에 맞춰 생활을 바꿨기 때문이다.

 

군주가 요, 순 같은 성군(聖君)이 아니면서 비간(比干), 오자서(伍子胥)처럼 훌륭한 신하를 바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달리 말해 군주가 현명하지 못하면 간신이 나타나게 된다. 그런 군주는 간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오히려 그가 비간 같은 충신이 되길 바라니 나라가 하루도 편할 날이 없게 된다.

 

군주가 요, 순 같지 않고 반대로 걸왕과 주왕 같은 폭군이어서 사람들이 재능을 펼칠 수 없으면 그들은 자신의 불우한 처지를 원망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군주는 아무에게도 기댈 수 없고 나라는 텅 빈 들과 같은 꼴이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군주가 무슨 수로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들을 관리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백성들은 무엇을 믿고 군주에게 봉사할 수 있겠는가?

 

자신의 본성과 취미, 기호를 모두 던져버리고 윗사람이 바라는 것에 의기투합하여 제 사사로운 편의를 도모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이와 같이 간사한 사람을 제쳐두고라도, 사람은 천성적으로 모방성을 가지고 태어난다.

 

대개 사람들은 자신의 윗사람들을 본보기로 삼아 정진하고자 한다. 보통 윗사람들은 같은 방향으로 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순탄치 않은 그 길을 어떻게 개척했는지, 어떻게 하면 성공하는지에 대한 좋은 예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의 이목을 자주 접함으로써 알게 모르게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윗사람이 무언가를 행하면, 반드시 아랫사람은 그 사람을 본받기 마련이다. 따라서 남의 본보기가 될 만한 자리에 있는 사람은 남을 살피기에 앞서 자신을 살피고, 남을 바로 잡기 전에 자신을 먼저 바로 잡아야 한다.

 

스스로 행동하기는 쉬우나 다른 사람의 본보기가 되기는 어렵다. 보통사람은 자기 그릇만큼의 처신을 다하기도 어려운데, 남의 본보기가 되려면 가진 그릇 크기 이상으로 행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손가락질 당하지 않고 욕이나 듣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래서 보통 사람은 세상과 역사에 행과 줄이 되지 못하고 보이지 않는 행간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보통사람이 아닌 통치자가 이렇게 행동한다면 어떻게 될까? 역사는 그릇의 크기가 작거나 자기 그릇이상으로 살지 못하는 사람이 통치자의 위치에 있을 때,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소인배는 잘못이 있어도 자기 자신이나 고작 주위의 몇몇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만, 통치자가 이러하다면 나라가 온통 혼란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만다.

 

통치자의 일거수일투족은 시골 촌부의 행동과는 달라야 한다. 인간의 가치가 달라서가 아니라 미치는 영향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통치자의 행동거지가 바르면 세상에 아름다운 기풍이 만연하지만, 통치자의 제반사에 흠이 생기면 세상은 온통 분란으로 가득할 것이다.

 

위에서 행하면 반드시 아래에서 본받는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다 마찬가지다. 윗사람이 성실하고 청렴하면 아랫사람도 그렇게 될 것이요, 윗사람이 비겁하고 탐욕스럽게 행동하면 아랫사람은 한술 더 뜰 것이다. 이명박에서 박근혜로 이어지는 국정농단 불법 무도함이 그를 말하고 있다. 상탁하부정(上濁下不淨)과 상양부정하양왜(上梁不正下梁歪)을 말이다.

 

필자 : 이정랑 언론인(중국고전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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