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지원사령부 1일 창설식...악명 떨치던 기무사 사라졌다.

'군복착용' 원칙···'장군 신원조사·청와대 직보' 가능

서울의소리 | 입력 : 2018/09/02 [16:25]

정치권력에 빌붙어 악명을 떨쳤던 국군기무사령부(보안사령부)가 해체되고 새롭게 탄생한 군 보안·방첩부대인 군사안보지원사령부(안보지원사)가 9월 1일 창설식을 열고 본격적인 임무 수행을 시작했다. 

 

새로 만들어진 군사안보지원사령부 부대마크 

 

경향신문에 따르면 남영신 초대 안보지원사령관(육군 중장)은 “저는 정치적, 정무적 감각은 없다. 오로지 국민과 군을 위해 봉사한다는 생각밖에 없다”라며 “반듯한 안보지원사, 다시는 국민을 배신하지 않는 안보지원사로 세울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해서는 안될 일’ 명문화 

 

국방부는 지난달 안보지원사의 존치의 근거가 되는 대통령령을 제정한 데 이어, 국방부 훈령을 제정해 안보지원사의 구체적 운영과 사무분장을 확정했다. 훈령에는 군인 등을 상대로 한 동향관찰 금지, 정치개입 등 부당한 지시에 대한 이의제기 절차, 특권의식 배제 등 구체적인 내용들이 담겼다.

 

안보지원사 운영 훈령은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될 일’을 규정했다. ‘해서는 안될 일’로는 민간인·군인에 대한 정치적 중립 준수, 민간인·군인 및 군무원 등에 대한 불법정보수집활동 금지, 민간인 등에 대한 특혜제공 금지, 특권의식 배제, 인권보호 의무, 수사권 범위, 위반 행위자에 대한 조치 사항 등을 명문화했다.

 

내부 비리를 감독하는 감찰실장은 이용일 현직 부장검사가 맡는다. 직원들이 직무 수행을 이유로 권한을 오남용하면 감찰과 감사를 받도록 하고, 징계 및 수사의뢰, 원대복귀 조치를 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정치개입 등 부당한 지시를 받으면 이의를 제기하고 신고자를 보호하는 조항도 훈령에 담겼다. 직원들이 사령관으로부터 부당한 지시를 받으면, 국방부 감사실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특권의식 배제와 관련해서는 군 부대에 배치된 안보지원사 직원들은 군복을 입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지휘관이 주재하는 회의나 회식 자리에서 직원들이 자신들의 계급이나 직책에 맞지 않게 과도한 대우를 요구하는 것도 금지했다. 기존에 직원들이 부대에 무분별하게 자료를 요구하는 관행을 못하도록 하고 부대장에게 보고해 정해진 절차를 거치도록 규정했다. 또 불시 보안감사를 폐지하고 기동 보안팀을 꾸려 원하는 부대를 방문해 보안컨설팅 등의 지원하도록 했다. 남 사령관은 “직원들은 부대장 승인 하에 정상적 절차에 의해서 관련 문서 요구할 것”이라며 “보안컨설팅은 지적해서 처벌하는 게 아니라 해당 부대를 도와주고 지원하는 것”이라고 했다.

 

주요 대령급·장군 신원조사 가능 

 

훈령에서는 군인 및 군무원의 동향관찰을 폐지하되, 필요한 신원조사와 관련해서는 직무범위 내로 한정하는 등 근거와 내용의 범위를 명확히 했다. 다만, 장군이나 장군 진급 대상자, 장관이 지정한 주요 군부대를 지휘하고 있는 대령급 지휘관, 3급 이상 군무원 및 대국가전복과 관련이 있는 부대의 지휘관 등으로 한정해서 신원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

 

훈령은 신원조사 범위를 보안·방첩 분야의 불법·비리와 관련된 것으로 제한했다. 개인적인 사생활을 캐는 활동도 금지했다. 그러나 신원조사와 동향관찰의 뚜렷한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남 사령관은 기자들과 만나 “예전에는 소령, 중령, 원사 진급자 등 범위가 넓었고 개인 사생활도 조사했지만, 안보지원사는 오로지 보안·방첩과 관련된 불법비리에 대해 신원조사를 할 것을 훈령에 명문화했다”고 밝혔다. 

 

그간 논란이 됐던 대통령 보고 관련 사항은 안보지원사 훈령에 반영되지 않았다. 이전 정부시절 기무사령관의 대통령 독대 보고 관행은 군 정보부대 정치개입의 빌미가 됐다. 창설준비단 관계자는 “시행령과 훈령 등으로 규정화하지는 않았지만, 대통령에 보고할 필요가 있는 사항은 (청와대) 안보실 등을 통하는 것으로 안보지원사 창설준비단 내에서 정리됐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기무사령관의 독대 보고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기조가 유지된다면 군 정보부대 수장의 대통령 독대는 적어도 문 대통령 임기 중에는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통령 독대 관행의 폐지를 규정화하지 않아 대통령이 원할 경우 언제든지 안보지원사령관의 독대 보고는 가능하다. 이때문에 문 대통령이 안보지원사령관의 독대 보고를 받지 않더라도 그 이후 정부에서는 부활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안보지원사가 국방장관을 거치지 않고 청와대에 직접 보고하는 관행 역시 폐지 여부가 주목됐다. 이 또한 기무사 정치개입의 빌미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남 사령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국방장관의 부하이고 보안·방첩 관련해 장관을 보좌하는 역할을 한다”며 “장관에게 보고한 다음 필요하면 청와대 비서실이나 안보실에 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 사령관의 이런 발언은 국방장관에게 보고하지 않은 사안을 청와대에 별도로 보고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그러나 청와대 안보실이나 민정수석실이 특정 사안에 대한 별도 보고를 요구하면 안보지원사령관이 이를 거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안보지원사령관이 필요할 경우 청와대에도 직접 보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1일 열린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창설식에서 참석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경향신문

 

무제한 군 ‘감청권한’ 논란 

 

안보지원사의 군 통신망에 대한 사실상 무제한 감청권한은 과거 기무사와 마찬가지다. 국방부 기무사 개혁위원회가 기무사의 군 통신 감청권을 제한하기 위해 영장을 받아 감청하도록 권고했지만, 국방부가 2일 공개한 안보지원사 운영 훈령에는 기무개혁위의 이런 권고가 반영되지 않았다. 기무개혁위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기무사의 군 통신 감청에 대해 “보안이나 방첩에 이상 징후가 있으면 영장을 받아서 도·감청을 하도록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기무사는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국가 안보와 관련된 사항’에 대한 감청의 경우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실시할 수 있었다. 기무사는 통상 4개월에 한 번씩 대통령의 포괄적 승인을 받아 감청해 왔다. 이는 군 통신에 대해서는 사실상 제한이 없는 감청권한이었다.

 

군 통신망에 대한 사실상 제한 없는 감청권한이 유지된 것은 쿠데타 등을 감시하는 안보지원사의 ‘대(對)국가전복’ 임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무사령(대통령령)에는 ‘대정부전복’이라고 표현된 임무가 안보지원사령에는 대국가전복으로 명칭이 변경됐지만, 군 작전부대의 혹시 모를 국가전복 시도에 대비하는 임무는 동일하다. 남 사령관은 대국가전복 임무와 관련 “보안·방첩 임무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군 정보부대의 감청권한은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이는 작전부대 지휘관 등에 대한 무차별적인 감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국방부 관계자는 “안보지원사 훈령은 군인과 군무원에 대한 불법적인 정보수집을 금지하고 있다”며 “감청권한 역시 그런 취지의 훈령에 따라 행사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담당부대 법제화 

 

기존에 기무사가 보유한 10대 수사권 중 민간인과 관련된 남북교류 및 집회·시위 관련 수사권은 폐지했다. 

 

부대 편성은 보안·방첩 임무와 기능을 중심으로 슬림화했다. 보안·방첩 분야는 기존 각각 3개실에서 4개실로 편성해 기능을 강화한 반면, 정치개입으로 논란이 된 융합정보실과 예비역지원과는 해체했다. 융합정보실은 기무사가 2014년 세월호 관련 보고서를 생산한 부서이며, 예비역지원과는 예비역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예비역 단체를 관리하면서 정부정책 지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안보지원사의 예하 부대는 50여개에서 30여개로 줄였다. 사단에 설치됐던 지원부대 20여개를 없애 군단급 이상 지원부대로 통합했다. 사단 지원부대에서 연대 단위에 차려놓은 사무실과 ‘기무반’도 모두 없앴다. 남 사령관은 “과거에는 기무 직원들이 연대 단위도 나가 있었는데, 이를 전부 폐지키셨고 사무실도 전부 해당 부대에 반납 조치했다”고 말했다.

 

광역 시·도 11곳에 설치됐던 60단위 부대도 해체했다. 기존 재정과장과 법무실장 등 2개의 개방형 직위를 기획운영실장, 육군 야전군사령부 부대장, 인사근무과장 등을 추가해 9개로 확대했다.

 

정원은 기존 4200여명에서 2900여명으로 30% 감축했다. 장군과 대령은 30% 줄였다. 예하부대 중추 인력인 소령과 대위는 10% 감축했고, 부사관과 준사관은 33~35%를 감축했다. 병사 580명은 전역 후 충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자연 감축될 예정이다. 

 

현재 420명은 군무원을 2020년까지 660명으로 늘려 군인 비중이 70%를 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앞서 안보지원사 창설준비단은 심사를 통해 750명을 원대복귀 조치했다. 이 가운데는 댓글공작, 계엄령 문건, 세월호 민간인 사찰 등 이른바 ‘3대 불법 행위’에 가담한 240여명도 포함됐다.

 

장군 수는 기존 9명에서 사령관을 포함해 6명으로 줄였다. 사령부에 사령관(중장)과 참모장(소장), 보안처장(준장) 등 3명과 육·해·공군본부 부대장과 합참 부대장 네자리 중 두자리를 준장으로 임명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합참 부대장으로 공군이나 해군이 임명될 경우 공군이나 해군본부 부대장은 대령으로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남 사령관은 “3대 사건에 연루된 이들 중에서도 엄격한 심의를 통해 일부는 구제를 했다”라며 “국방부 특별수사단이 (계엄령 문건 및 세월호 민간인 사찰 관련)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 결과에 따라 안보지원사를 나간 사람들에 대한 재심의를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의의 피해를 입는 사람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기무학교의 명칭을 군사안보지원학교로 변경하고, 교육 체계도 개선했다. ‘조직에 충성을 강요하는 교육’에서 ‘국민에 충성하는 교육’으로 변경했다는 게 안보지원사의 설명이다. 교육과정에서 인권, 인성, 헌법 등 시민의식을 육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강화했다. 민간 개방형 직위를 새로 만들고, 인성·인문학 전문가와 리더십 강사 등 외부 전문가 초빙 교육도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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