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운 교수, ”‘사법농단 침묵’ 법학교수들, 무엇을 하고 있느냐”

“선생이 해야 할 최소한의 책무, 미래의 법률가들에게 보여줘야”

서울의소리 | 입력 : 2018/09/08 [09:00]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법농단 파문이 일파만파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전국 법학 교수들에 ‘재판거래’ 의혹 진상규명을 위해 함께 목소리 내줄 것을 호소했다.

박 교수는 사법부의 ‘재판거래’를 “권력분립과 법관의 독립을 규정한 대한민국 헌법을 유린한 헌법파괴 범죄”라고 규정하고는, 7일 SNS를 통해 전국의 법학교수들에게 “미래의 법률가를 키우는 우리들은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학생들에게 법과 정의를 가르치는 법학교수라면, 더욱 내일의 법률가를 키우는 로스쿨 법학교수라면, 밤잠을 자기 힘든 상황”이라며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말하지 못한다면 우리 제자들 앞에서 어떻게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헌법 교수들에 “학생들이 사법농단을 이야기하면서 헌법적 문제가 무엇이냐고 질문한다면 뭐라고 답할 건가”라고 묻고, 또 민법 교수들에게는 “학생들이 과거사 사건에서 왜 대법원이 뜬금없이 소멸시효기간을 재심 판결 확정 후 6개월로 제한했는지 물으면 뭐라고 답할 건가”라고 물었다.

박 교수는 “이번 사법농단 사태에 대해선 우리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며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법원은 수사에 협조하라, 관련 대법관들은 즉각 사퇴하라, 재판거래로 피해를 본 당사자들에게 다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특별법을 제정하라”는 요구를 전국의 법학교수들이 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의 이런 모습을 법과 정의를 갈망하는 학생들에게, 미래의 법률가가 되겠다고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며 “그리하여 그들이 법률가의 사회적 책임이 무엇인지 깨달으면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들 선생이 해야 할 최소한의 책무”라고 했다.

그는 전국의 동료 교수들에게 “전국적으로 연대의 성명을 내 주시라, SNS든 신문방송이든 어디에든지 글을 써주시라”며 “우리 국민들은 분명 그것을 원하고 계실 것”이라고 호소했다.

 

아래는 박찬웅 교수가 페이스북에 쓴 호소 글이다.

 

대한민국 법학 교수님께, 간곡히 한 말씀 드립니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찬운 교수입니다. 벼르고 또 별러 쓰는 것임에도 SNS를 통해 이런 말씀을 드리려 하니 쉽게 글이 써지지 않습니다. 저는 부족하고 실수가 많은 사람입니다. 결코 정의에 불타는 특별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런 글을 쓸 수밖에 없는 심정을 이해해 주십시오.

사법농단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지난 1년 동안 이 문제가 대한민국 사회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이 처음 터졌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저 보수화된 사법부가 일부 밉보인 법관들을 특별 관리해, 인사 상 불이익을 준 사건 정도로 알았습니다. 이름 하여 법관 블랙리스트 사건이었지요. 그런데 그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면서 이 사건의 본질이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때까지 들어보지 못한 ‘재판거래’란 것입니다.

이런 일은 우리 헌정사에서 전무후무한 일입니다. 과거 박정희, 전두환 정권에선 판사들이 외압을 받아 양심에 반한 재판을 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법원이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법관의 양심을 팔아 권부와 거래한 적은 없었습니다. 우리가 지난 몇 년간 학생들에게 가르쳐 온 그 유명한 대법원 판결을 기억하십니까. 강제징용사건, 과거사 손해배상 사건, 전교조, KTX 그리고 쌍용자동차 등 노동사건 등 말입니다. 가르치면서도 조금 이상했지요? 알고 보니 그들 사건이 모두 청와대와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권력분립과 법관의 독립을 규정한 대한민국 헌법을 유린한 헌법파괴 범죄입니다. 이것이 불러일으킨 결과는 참으로 심각합니다. 법원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고, 재판에 대한 신뢰는 연기처럼 사라졌습니다. 이것은 사법의 위기이자 정의의 위기입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이 어떻습니까. 사태가 이쯤 되었으면 정치권에 비상이 걸려야 할 텐데, 어쩜 이렇게 조용합니까. 이 사건의 백분의 일도 안 되는 사건에선 득달같이 달려들어 국정조사와 특검카드를 빼들었던 국회의원들은 도대체 어디에 간 것입니까.

 

법원은 어떻습니까. 지금 우리 사법부가 일대 위기에 빠져 있는데도 그 불신의 당사자인 법원은 갈팡질팡하고 있습니다. 양승태 시절 임명된 대법관들은 여전히 법대를 지키고 있고, 영장전담법관들은 검찰이 청구하는 압수 수색 영장을 열에 아홉 기각하는 사태를 벌리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전국의 수 천 법관들은 조용합니다. 관련 대법관들 물러나라는 소리 한 번 못하고 있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도 기대를 걸어야 할 지 자꾸 의심이 갑니다. 그에게 도대체 이 사법농단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있는 겁니까?

 

언론은 어떻습니까. 몇 몇 진보언론을 빼고는 대부분 언론이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헌정유린 사태를 이렇게 술에 물탄 듯 물에 술탄 듯 보도해도 되는 것입니까. 이 사태를 사법부 내의 보혁 충돌이라는 색깔 논쟁으로 몰아가고 있는 일부 언론을 보고 있노라면 복장이 터집니다.

 

이제 우리들을 돌아봅시다. 미래의 법률가를 키우는 우리들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저는 이 사태가 여기까지 올 때까지 헌신적으로 날카로운 비판의 목소리를 내 온 동료 교수님들을 기억합니다. 그분들은 때론 신문이나 SNS에서 글을 썼고, 때론 대법원 앞에서 폭염 속 천막 농성을 하며 진상규명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그 소수의 목소리가 대한민국 법학교수들 모두를 대변했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이것은 매우 심각한 사태입니다. 학생들에게 법과 정의를 가르치는 법학교수라면, 더욱 내일의 법률가를 키우는 로스쿨 법학교수라면, 밤잠을 자기 힘든 상황입니다.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말하지 못한다면 우리 제자들 앞에서 어떻게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있겠습니까. 

 

지금 전국의 로스쿨을 보십시오. 어느 학교에서도 학생들이 이 문제를 가지고 의견 표명을 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옛날 같으면 아마 난리가 났을 겁니다. 학생들이 전국적으로 들고 일어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소리를 높였을 겁니다. 대한민국의 젊은 학생들이라면 원래 그래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들이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만들어오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왜 학생들이 이렇게 조용합니까. 아무리 변시 공부가 부담이 된다고 해도 이렇게 철저히 눈을 감아도 되는 것입니까. 도대체 미래의 법률가들을 이렇게 만든 것이 누구입니까.

 

저의 이런 말씀에 불편하실지 모릅니다.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해 봅시다.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는 선생님이라도 이 문제만큼은 달리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헌법 교수님께 묻습니다. 학생들이 사법농단을 이야기하면서 헌법적 문제가 무엇이냐고 질문한다면 뭐라고 답할 겁니까? 민법 교수님께 묻습니다. 학생들이 과거사 사건에서 왜 대법원이 뜬금없이 소멸시효기간을 재심 판결 확정 후 6개월로 제한했는지를 물으면 뭐라고 답할 겁니까? 이것은 공법담당이든 사법담당이든 모든 교수님이 답해야 할 질문입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이번 사법농단 사태에 대해선 우리가 나서야 합니다. 결코 외면할 일이 아닙니다.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법원은 수사에 협조하라, 관련 대법관들은 즉각 사퇴하라, 재판거래로 피해를 본 당사자들에게 다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특별법을 제정하라... 이런 요구를 우리가 해야 합니다. 

 

우리의 이런 모습을 법과 정의를 갈망하는 학생들에게, 미래의 법률가가 되겠다고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보여줘야 합니다. 그리하여 그들이 법률가의 사회적 책임이 무엇인지 깨달으면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저는 그것이 우리들 선생이 해야 할 최소한의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동료 교수님, 저의 간절한 바람에 귀를 기울여 주십시오. 제 주장이 SNS 상에서 모기 소리 같은 작은 목소리로 끝나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전국적으로 연대의 성명을 내 주십시오. SNS든 신문방송이든 어디에든지 글을 써주십시오. 우리 국민들은 분명 그것을 원하고 계실 겁니다. 

 

2018년 9월 7일 새벽

박찬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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