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민족사적 대의 앞에 당리당략 거둬달라”

북한 미국의 '통큰 결단'에 정치권 협력 촉구

정현숙 | 입력 : 2018/09/11 [17:15]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평양방문 불가' 고수..청와대 고심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회의를 시작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가오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국회의장단을 비롯한 야당 정치인 동행 건을 둘러싼 청와대와 야당간 입장이 합의점을 못찾고 팽팽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각자의 입장에서 서운함을 토로하면서 '협치'는 실종되고 '갈등'만 증폭되고 있다.

 

이런 정가의 어수선함 속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평양행을 일주일 앞두고 이번 방문의 최대 목표라 할 수 있는 비핵화 합의와 종전선언을 위해 북미 양국과  함께 우리 정치권이 진정성을 보여줄 것을 호소했다. 

 

교착 상태에 빠졌던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 파견을 계기로 돌파구를 찾은 만큼 서로의 이해만을 앞세워 어렵게 살려낸 불씨를 꺼트려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으로 보여진다.

 

문 대통령은 11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가장 먼저 남북관계 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제 남북 간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공동선언이 아니라 남북관계를 내실 있게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남북미 간 군사적 긴장과 적대관계 해소에 집중적 노력을 기울이려고 한다"며 "그래야 남북경제 협력과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추진이 본격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비핵화도 종전선언도, 그 시작은 남북관계의 발전이라는 기존의 원칙을 재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등 성과를 내려면 국내에서의 초당적 뒷받침이 필요하지만 현재로선 국회의 협조가 부족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문 대통령은 "중차대한 민족사적 대의 앞에서 제발 당리당략을 거두어주시기 바란다"며 "국회 차원에서도 이번 정상회담을 국회 회담의 단초를 여는 좋은 기회로 삼아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지난달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대로 남북관계 발전은 북미 관계 진전의 부수적 효과가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하는 동력인 만큼 모든 문제를 푸는 시발점인 남북관계에서 반드시 진전을 보겠다는 의지다. 

 

이런 대통령의 입장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도 말을 보탰다. 임 실장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언제부턴가 우리 정치에서 중진정치가 사라지고 이젠 좀처럼 힘을 합하는 장면을 보기가 어렵다"고 썼다. 이어 '정치권 중진급'인 국회의장단과 주요 정당 대표들을 겨냥 "이미 당리당략과 정쟁으로 어지러운 한국정치에 '꽃할배' 같은 신선함으로 우리에게 오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두사람이 동시에 '당리당략'이라는 단어를 써가면서까지 국회를 향해 질타한 것은 전날(10일) 청와대의 평양 남북정상회담 동행 제안을 받은 국회의장단 및 야권인사들이 청와대의 제안을 즉시 거절의사를 내비친 데 대한 서운함과 섭섭함으로 보인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이번 방북에 대한 굳은 신념과 실천의 의지를 나타내고자 자신의 진정성을 호소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판문점선언과 같은 새로운 선언이 아니라 산림·철도분야 협력을 비롯해 인적 교류 등 대북제재를 피해 낮은 수준부터 남북이 합의한 내용을 이행해야 그 동력으로 남북관계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그러한 실천의 중요성을 비핵화 협상의 키를 쥔 북미에도 요구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작년 11월 이후 핵과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은 북한과 전략자산이 전개되는 대규모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한 미국 양측의 조치를 평가하면서도 이제는 그보다 더 높은 수준의 진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제안하는 친서를 보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에 기대감을 나타내는 등 다시금 물꼬를 튼 북미 관계가 더욱 촉진돼야만 비핵화에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이날 회의에서 "북한이 보유 중인 핵을 폐기하는, 한 차원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려면 다시 한 번 북미 양 정상 간 통 큰 구상과 대담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은 이와 같은 맥락이다. 북한의 핵 폐기 실행과 미국의 상응 조치를 언급하면서 "양국은 70년의 적대관계에서 비롯된 깊은 불신을 거둬내야 한다"고 말한 것은 다음 주부터 진행될 남북→한미정상회담으로 종전선언을 앞당겨 비핵화의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런 점진적인 진행에 발 맞추기 위해서는 국내 정치권에 대해 남북관계 발전과 비핵화, 종전선언 등을 위한 행동에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평양정상회담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다시 한 번 큰 걸음을 내딛는 결정적 계기로 만들고 북미 대화의 교착도 풀어야 한다"며 "국제적 지지와 함께 국내에서도 초당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평양정상회담 전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 국회 제출을 추진한 것도, 국회와 여야 대표에 평양동행을 제안한 것도 초당적 지지를 바탕으로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 논의의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여야가 이에 합의하지 않은 채 비준동의안 처리와 관련한 논의를 남북정상회담 뒤로 미룬 데다 국회의장단은 물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평양 초청을 거부하는 등 사실상 국회의 협력은 전혀 얻지 못한 상태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선봉에 서서 남북관계 발전과 비핵화, 종전선언에 드라이브를 걸어도 국회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면 문 대통령이 해온 '중재자' 내지는 '촉진자' 역할의 명분에 힘이 실리기가 쉽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중차대한 민족사적 대의 앞에서 제발 당리당략을 거두어주시기 바란다"며 "국회 차원에서도 이번 정상회담을 국회 회담의 단초를 여는 좋은 기회로 삼아주시기 바란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호소에 참모들도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그런 내용을 설득하고자 이날 한병도 정무수석이 국회를 찾았음에도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는 점 등은 국회와의 협력을 놓고 청와대의 해법 찾기가 어려울 것임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다된 밥에 코 빠트린다고 그동안 대통령과 전국민이 가시밭길을 헤쳐 이루어 놓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 초당적으로 협력해도 모자랄 판에 각당의 이해 관계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모습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남은 기간 동안이라도 오랫동안 물을 주고 키워온 한반도에 맺어진 잘익은 과실을 따기 위해서는 마지막 햇빛이 필요한 시점으로 서로 한걸음 씩 양보해 합의점을 도출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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