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자료 파기했는데도...‘사법농단범’ 구속영장 기각한 허경호 판사

통상 4,5줄 영장 기각사유를 무려 3600자가 넘게 해명한 이유는...도둑이 제발 저려서?

서울의소리 | 입력 : 2018/09/21 [17:20]

검찰이 양승태 일당의 사법농단 수사 3개월 만에 처음으로 청구한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유해용에 대한 구속영장이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에 의해 20일 기각됐다.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

허경호 판사는 앞서 유해용의 주거지와 대법원 근무 당시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기각한 전력이 있다.

 

검찰은 유해용의 영장이 기각되자 "법원의 기각사유는 어떻게든 구속 사유를 부정하기 위해 만든, '기각을 위한 기각'에 불과하다며 크게 반발했다.

 

이번 첫 구속영장 신청이 기각됨에 따라 검찰이 의지를 보이며 진행중인 사법농단범 양승태 일당에 대한 강제수사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유해용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 공무상 비밀누설, 직권남용 등 혐의로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도둑이 제발 저렸는지 허경호 판사는 유해용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3000자가 넘는 장문의 해명을 이례적으로 남겼다. 잇단 사법농단 관련 영장 기각으로 고조된 비판 여론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허 판사는 유해용이 작성을 지시하고 편집한 문건을 두고 “상고사건의 통상적인 처리절차 등의 일반적 사항 외에 구체적 검토보고 내용과 같이 비밀유지가 필요한 사항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두둔했다.

 

유해용은 대법원 재판연구관 조장들로부터 수만건에 이르는 재판 관련 보고서 등을 이동식저장장치(USB)에 담아오게 해 퇴임 후 이를 무단 반출한 혐의를 받았다.

 

유해용은 박근혜 측근인 김영재·박채윤씨 부부의 특허소송 자료를 특허법원에서 전달받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통해 청와대에 전달한 혐의도 적용됐지만 법원은 구속 사안이 아니라고 했다. 

 

검찰은 강하게 반발했다. 영장 기각 직후 검찰은 “영장판사의 장문의 기각사유는 어떻게든 구속사유를 부정하기 위해 만든 ‘기각을 위한 기각사유’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동안 법원은 재판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압수수색 영장을 번번히 기각했다. 그 때마다 법원은 기록은 ‘재판의 본질’이므로 함부로 내줄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검찰은 법원 스스로 기록을 ‘재판의 본질’이라고 해놓고 반출한 혐의를 문제삼을 때는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유 변호사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담한 방식으로 공개적으로 증거인멸을 하고, 일말의 반성조차 없었던 그간의 경과를 전 국민이 지켜본 바 있다”면서 “이런 피의자에 대해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다’고 명시하면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사법농단 사건에 있어서는 이런 공개적, 고의적 증거인멸 행위를 해도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주는 것으로서 대단히 부당하다”고 성토했다.  

 

유해용은 2014년 2월~2017년 2월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과 수석재판연구관(차관급)을 지내면서 관여했던 숙명여대의 ‘변상금부과처분취소’ 소송을 지난 3월 변호사 개업 후 수임했다. 원고인 숙명여대가 1·2심에서 승소한 후 피고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상고해 대법원이 2014년 11월11일 접수했다.

 

지난 6월11일 유해용이 원고 대리인 소송위임장을 낸 후 17일 만인 6월28일 원고 승소판결한 원심이 확정됐다. 허 판사는 이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두고도 “법정형(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감안할 때 구속의 사유나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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