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서 집사라” 박근혜-조선일보의 '결탁'

"강효상이 도와주기로" 문자 이후, 조선일보의 한국은행 때리기

고승은 기자 | 입력 : 2018/10/22 [14:01]
▲ 박근혜 청와대가 조선일보에 기사 청탁을 해서 한국은행에 금리인하를 압박한 정황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2015년 2월 정진우 당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조선일보 편집국장인)강효상 선배와 논의했다"며 "기획기사로 세게 도와 주기로 했고, 관련자료를 이모 씨에게 이미 넘겼다"고 문자를 보냈다.     © KBS

박근혜 청와대가 조선일보에 기사 청탁을 해서 한국은행에 금리인하를 압박한 정황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21일 < KBS > 는 박근혜 청와대가 한국은행에 금리 인하를 압박한 정황이 담겨 있는 안종범 전 경제수석의 문자 메시지를 단독 입수해 보도했다.


지난 2015년 3월 한국은행은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1%대로 인하했다.


그런데, 금리인하 직전인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과 정진우 당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이 문제를 사전논의한 사실이 안종범의 휴대전화에 담겨 있었다. 정진우는 안종범에게 "강효상 선배와 논의했다"며 "기획기사로 세게 도와 주기로 했고, 관련자료를 이모 씨에게 이미 넘겼다"고 메시지를 전했다.


여기서 '강효상 선배'는 당시 조선일보 편집국장을 맡고 있던 강효상 현 자유한국당 의원이며, '이모 씨'는 조선일보의 경제부 차장급 기자였다.


실제 2015년 3월 2일 < 조선일보 > 는 1면에 < '우물 안'의 한은 (상) > 기획 꼭지를 실었다.


당시 1면 기사제목은 < 경기부양 팔짱낀 한은의 '시대착오' > 였다. 당시 < 조선일보 > 는 "올 들어 캐나다, 호주, 덴마크, 인도 등 11개국과 유로존이 금리 인하나 양적완화를 단행했다"며 "금융시장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언급했다.

▲ 이후, 조선일보는 한국은행에 금리인하를 압박하는 내용의 기사를 연달아 1면에 개제했다.     © KBS

그러면서 "반면, 한국은행은 어려운 국내 국내 경기 상황과 0%대 저물가에도 선제적인 대응은 고사하고 번번이 시기를 놓쳐 경기 회복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한은을 비판하며 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다음날인 3월 3일에도 역시 < '3저 수렁' 빠진 경제, 한은이 끌어올려야 > 라는 제목의 기사를 1면에 냈다. < 조선일보 >는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가 어렵다고 주장하면서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재정절벽에 내몰린 미국 정부를 대신해서 양적완화를 시행했던 것처럼 한은이 경기 회복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며 금리인하를 압박했다.


또 역시 사설을 통해서도 "선진국 중앙은행들처럼 고용 확대를 위해 중앙은행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역시 금리인하를 압박했다.


기사가 나가자마자 정진우는 “조선이 약속대로 세게 도와줬으니 0.5%P 내리도록 말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안 수석에게 다시 보냈다. 그의 메시지처럼, 한은은 같은 달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어 기준금리를 0.25%P 내렸고, 3달 뒤 0.25%P를 더 낮췄다. 한편 강효상 의원은 "기사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는 기억나지 않는다"며 답을 회피했다.


이같은 보도와 관련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언론이 정부나 법원과 결탁해 특정 여론을 만들어 내는 이런 식의 결탁은 없어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헀다.


한편, 이같은 파장과 관련해 당시 금리인하를 결정한 당사자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연관 의혹을 부인했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조선일보 기사가 연달아 나간 뒤, 금리인하를 전격 발표한 바 있다. 그는 박근혜 청와대로부터 압박받았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 KBS

이 총재는 "금융당국과 언론이 한팀이 돼 인하를 압박한 것 아니냐”는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당시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정도로 우리 경제가 많이 어려웠고, 정부로부터 압박 받지도, 정부가 압박한다고 따를 가능성도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의원은 “당시 (금통위)회의록을 보면, 인하에 반대하는 금통위원들은 ‘추가적인 금리 인하는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시키지 못한 채 한계기업을 연명하게 함으로써 오히려 구조개혁을 가로막고, 가계도 소비확대 대신 가계부채만을 키워 장기적 금융불안정 문제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금의 경제상황과 너무 잘 맞아 떨어지지 않느냐?”고 언급하며 "조선일보가 ‘한은은 뭐하냐’고 기획 기사를 쓰고, 한은은 실제 금리를 낮추고, 문자를 보면 ‘짜고 했다’는 얘기다. 이렇게 정교한 시나리오에 의해 착착 진행됐다"며 박근혜 청와대-조선일보-한국은행 간 3각 커넥션이 있음을 강조했다.


집값 급등, 가계부채 폭증 주범인 '빚내서 집사라'


해당 문자메시지가 오간 시기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친박좌장'이자 '진박감별사'인 최경환이다. 그는 재임 기간 내내 '빚내서 집사라'는 투기조장 정책을 밀어부쳤다.


최경환이 장관으로 재임하면서 기준금리는 2.5%에서 1.5%까지 1%P나 떨어졌다. 최경환 재임 시절에만 4차례나 금리 인하가 벌어진 것이다. 그런 '빚내서 집사라' 정책은 가계부채를 폭증시켰으며, 최근의 집값 상승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 최경환이 주도한 '빚내서 집사라' 정책은 가계부채를 폭증시켰으며 집값 상승에도 큰 영향을 미쳐,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아주 큰 후유증을 일으키고 있다.     © JTBC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 대정부질문에서 "2014년 금리 인하 이후 지금까지 시중에 약 600조원의 돈이 풀렸다. 지금 시중 유동자금이 1100조원을 넘었다"며 "대부분 풀린 돈이 부동산으로 갔고 시중 유동자금 문제는 바로 부동산 급등의 주범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최경환이 주도한 '빚내서 집사라' 정책의 후유증을, 그대로 문재인 정부가 받아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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