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붕 두가족 바른미래의 잇단 '바미하다'..오락가락 정체성 모호

바른미래, '특별재판부 설치' 번복하나..의총서 반발

서울의소리 | 입력 : 2018/11/03 [10:08]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8일 오후 국회에서 국정감사 전략 및 판문점 선언 비준과 관련한 논의를 위해 열린                  바른미래당 의원워크숍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특별재판부 설치 관련 여야 4당 합의에 공조하기로 했던 바른미래당이 내부 반발에 직면해 번복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1일 특별재판부 관련 의견 수렴을 위해 의원총회를 개최한 가운데 당내 중진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터져 나왔다.

 

바른미래당은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설치 추진에 관한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했는데, 이언주 의원이 "입법부가 사법부에 관여하는 것을 끝까지 자제하는 게 맞다"며 위헌 가능성을 제기하며 반발했다.

 

이 의원 뿐만 아니라, 박주선·지상욱 의원 등도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의원들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 없이 다른 당들과 한목소리를 낸 당 지도부의 태도도 지적했다.

 

사실상 여야 4당이 합의한 특별재판부 설치를 확정하지 못하고 모호한 입장으로 돌아서면서 번복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바른미래당은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동의 문제를 두고도 비준동의 찬성 입장에서 국회 비준동의 대상이 아니라는 쪽으로 선회한 바 있다.

 

바른미래당의 약칭으로 쓰이는 '바미'에 동사 '하다'를 붙인 '바미하다'는 바른미래당의 오락가락한 의사수렴 과정과 찬성·반대에 대한 확실한 당론이 아닌 어중간한 절충안을 내는 행위를 시중에서 비판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이를 두고 당 지도부는 민주정당이라서 그렇다고 하지만, 당 밖에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당하여 만들어져 '한지붕 두가족'은 어쩔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의원총회를 마친 김관영 원내대표는 사법부 자정과 공정한 특별재판부 구성 및 재판 진행을 위한 개혁방안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민주평화당·정의당과 함께 특별재판부 설치 추진에 나서겠다고 한 입장에서 한발 물러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앞서 김 원내대표는 이에 관해 "저는 지난 8월부터 특별재판부를 준비해왔다"며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당의 법제사법위원회 의원 및 원내지도부 의원들과 상의해서 내린 결론"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 당시 '냉면 목구멍' 발언 등과 관련한 조명균 통일부 장관 해임 건의안에 대한 당내 의견도 갈리는 모습이다.

 

국민의당 출신인 김 원내대표는 지난 1일 한 라디오에 출연, "정확한 발언과 경위 등을 파악하고, 합당한 조치를 강구해봐야 될 것"이라면서도 "장관 해임보다는 장관이 국회에 와서 솔직하게 사과하고 내역들을 제출함으로써 이 부분이 해소돼야 한다"고 봤다.

 

하지만 이튿날 권은희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 공개발언을 통해 "상대에게 얕보이면 그걸로 게임 끝이다. 조 장관은 이미 기싸움에서 졌다. 선수 교체가 답"이라고 주장했다.

 

권 최고위원은 현역 국회의원이 아닌 원외 인사이기는 하지만, 바른정당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사안을 놓고도 크게 보면 국민의당·바른정당 출신 간 입장이 갈린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해임 건의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가능성이 적어 당내 갈등이 증폭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손학규 대표는 지난 1일에는 문재인 정부 비판과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찬사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이언주 의원과 관련해 "바른미래당은 민주정당으로 어느 정도의 정치적인 이견은 같이 용인하고, 정치적인 스펙트럼이 좌에서 우까지 널리 있다"고 언급했다.

 

주이삭 부대변인은 지난 달 14일 논평에서 "헌정 이래 처음으로 보수와 진보가 한자리에 모여 치열하게 논의하고 대안을 찾으려는 바미함이 국민을 위한 진짜 정치인 셈"이라며 "우리는 더욱 '바미'할 것"이라고 강조한바 있다.

 

바른미래당의 연이은 번복에 대한 '바미함'을 당 지도부는 '민주정당의 모습'이라고 스스로 자찬하고 있는 꼴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는 '민주정당의 모습'이라거나 '더욱 바미하겠다'는 당 지도부의 외침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모여 화학적 결합으로 만들어진 바른미래당의 태생적인 한계를 가리기 위한 쥐어짜기 홍보 멘트로 여겨진다.

 

손 대표는 이날 CPBC 라디오에 출연해 “자유한국당이 보수 대통합을 논할 자격이나 있느냐. 자유한국당 자체가 사분오열됐다”며 “보수 대통합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다음 총선에서는 저쪽 오른쪽 맨 끝에 조그맣게 극우냉전 보수로 수구보수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중도를 내세우면서 세력도 작은 바른미래당이 이런 식으로 정책 현안에 대해 의견 수렴이 되지 못하고 사분오열하면 정당 자체의 정체성이 모호하여 보수 진보 양쪽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외면받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손 대표는 남의 당 걱정에 앞서 바른미래당의 대표로서 이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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