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부당한 지시, 단 한명의 판사도 거부하지 않았다.

‘양승태 사법 농단’의 손과 발이 됐던 일선 판사들의 ‘부끄러운 민낯’ 드러나

서울의소리 | 입력 : 2018/11/18 [09:47]

양승태 무리의 사법 농단 수사 개시 이후 구속자가 나오고, 재판에 넘겨진 자가 나오며, 그자들의 공소장이 공개되면서 그동안 ‘양승태 사법 농단’의 손과 발이 됐던 일선 판사들의 ‘부끄러운 민낯’도 함께 드러나고 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와 거래를 하려던 ‘윗선’의 재판개입과 법관사찰 등 내부 통제는 ‘적극적’이었든 ‘마지못해서’였든 모두 개별 판사들의 협조가 발판이 됐다는 것이다.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임종헌의 공소장에는 부당한 지시임을 알면서도 ‘인사 불이익’ 등을 우려해 끝내 이를 거절하지 못했던 비굴한 판사들의 모습이 곳곳에 등장한다.

 

 

 

‘주저’하고 ‘거절’했지만, 결국 따른 지시 

 

사법 농단 사태 이후 고위법관을 제외하고 재판 업무에서 배제된 판사는 울산지법 정다주(41·사법연수원 31기), 창원지법 마산지원 김민수(42·연수원 32기), 창원지법 박상언(42·연수원 32기) 부장판사다. 이들은 검찰에도 공개 소환됐고 법원 징계 대상에도 올랐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나선 이들 외에도 사법농단 두목 양승태를 정점으로 한 법원 행정처 ‘상사’의 지시를 따른 판사가 적지 않다.

 

공소장을 보면, 임종헌은 2013년 12월 박찬익(43·연수원 29기, 현 변호사) 당시 사법정책실 심의관이 작성한 ‘강제동원자 판결 관련 검토’ 문건 등을 강제동원 사건을 담당하는 대법원 민사총괄재판연구관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박 심의관이 특정 사건을 검토한 행정처 문건을 재판연구관에게 전달하는 것을 주저”하자, 임종헌은 “민사총괄재판연구관의 동기인 사법지원실 총괄심의관에게 전달하도록 하라”고 했고, 그는 제목 등을 수정한 뒤 그대로 따랐다고 한다.

 

2016년 3월 문성호(43·연수원 33기, 현 서울남부지법 판사) 당시 사법정책실 심의관은 임 전 차장에게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의 발언을 비난하는 취지의 기사 초안을 한번 작성해보라”는 지시를 받고 “기사 초안을 작성해주는 것은 좀 그렇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임 전 차장이 “화를 내며 큰소리로 ‘일단 써 보세요’라고 재차 지시”하자 그는 이틀 뒤 ‘박한철 헌재소장, 거침없는 발언으로 법조계 술렁’이라는 제목의 기사 초안을 보고했다.

 

이처럼 행정처 심의관들은 임종헌 등의 지시가 부적절하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최우진(45·연수원 31기, 현 대구지법 김천지원 부장판사) 당시 행정처 사법지원실 심의관도 윤성원 당시 사법지원실장에게서 2014년 12월 통진당 관련 사건 검토 자료를 담당 판사들에게 전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는 “부당한 재판 관여 또는 압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행정처가 만들어 전파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보이려고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에게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자료’처럼 전달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이들의 ‘선택’에는 인사 불이익 우려가 주요하게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심경(47·연수원 28기, 현 변호사) 당시 사법지원실 총괄심의관은 2015년 9월 통진당 관련 소송을 맡은 전주지법 행정2부(재판장 방창현)의 심증을 확인하고, 행정처 자료를 전달하라는 당시 이규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의 지시를 받았다. 공소장에는 그가 “위와 같은 지시가 일선 재판에 개입하는 것으로 부적절함을 알고 있었음에도, 따르지 않을 경우 자신에 대한 부정적 평가 등 유무형의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심리적 부담감”으로 재판장에게 연락했다고 나온다.

 

고법 부장판사 승진 누락 불안감 

 

공소장에 등장하는 적폐판사들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해야 했지만, 실제로는 부당한 재판개입을 단호하게 막아내지 못했다.

 

광주지법 행정1부 재판장으로 통진당 지방의회 의원 사건을 맡았던 박강회(54·연수원 21기, 현 변호사) 부장판사는 2016년 1월 이규진 상임위원에게서 행정처 입장에 따라 판결하거나, 어렵다면 선고기일이라도 연기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공소장을 보면 그는 “행정처 요구에 따르지 않을 경우 고법 부장판사 승진에서 누락될 수 있다는 불안감 등으로 심리적 부담을 느껴 행정처 입장에 따라 ‘청구기각’으로 결론을 재검토해보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하지만 배석판사들이 반대하자 인사 때까지 선고하지 않았다.

 

앞서 행정처 입장을 전달받은 방창현(45·연수원 28기, 현 대전지법 부장판사) 부장판사도 “유무형의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심리적 부담감”으로 선고를 한차례 연기하고, 행정처가 넣어달라고 한 내용을 선고 당일 판결문에 추가했다.

 

박근혜의 세월호 당일 행적에 의문을 제기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지국장의 명예훼손 혐의 1심 재판장이었던 이동근(52·연수원 22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도 행정처의 요구에 순응했다. 2015년 11월께 임성근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가 그에게 “선고 때 고지할 내용을 사전에 검토받으라”고 요구했고, 그는 작성된 초안을 전달했다.

 

임 부장판사는 “대통령을 피해자로 하는 명예훼손죄의 성립을 함부로 인정하여서는 아니 될 것”이라는 부분을 삭제하거나, “기사가 허위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설시”하라고 요구했고, 그는 가토 전 지국장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행정처가 요구한 내용을 ‘다시 한 번 설시’했다. 그는 이듬해 2월 고법 부장판사로 ‘승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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