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박병대·고영한 구속영장...양승태 추가 혐의도 포착

검찰, 박병대·고영한 영장청구..헌정사상 첫 대법관 출신 구속영장 신청

서울의소리 | 입력 : 2018/12/03 [11:29]

                   박병대·고영한 박병대 전 대법관(왼쪽)과 고영한 전 대법관. 연합뉴스

 

검찰이 3일 '사법농단' 연루 혐의로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전직 대법관을 상대로 한 대한민국 헌장사 초유의 인신구속 시도다.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구속시 사법부의 권위와 신뢰는 큰 타격을 피할 수 없다. 영장이 기각되더라도 이를 심사한 법원은 후폭풍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전직 대법관이 범죄 혐의를 받아 구속영장이 청구되기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이들의 구속 여부는 5일께 결정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3일 오전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를 법원에 접수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미 구속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상급자로서 더 큰 결정 권한을 행사한 만큼 엄정한 책임을 묻는 게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데 필요하다"며 "두 전직 대법관이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하급자들과 진술이 상당히 달라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특히 검찰은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이 직접 일제 전범기업 측을 변호했던 한모 변호사와 접촉하며 재판 지연 등을 논의한 정황도 포착했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 측 대리인과 대법원 주요 관계자들이 직접 수시로 접촉하면서 강제징용 (기존) 대법원 판결을 뒤집기 위한 전원합의체 회부와 그 방식에 대해 비공식적으로 협의해온 사실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범기업 측과 대법원이 접촉한 것과 관련해서, 직접 접촉한 측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병대ㆍ고영한 전 대법관은 수차례 검찰 조사에서 '모르쇠'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증거 앞에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다 거나 "후배 법관들이 한 일"이라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본인 책임을 인정하는 취지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찌감치 검찰이 두 전직 대법관의 신병 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들의 지시로 '사법농단' 실무를 총괄한 의혹을 받는 임 전 차장이 구속된 것도 검찰의 전직 대법관 구속수사에 힘을 보탰다.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2월부터 2년간 법원행정처장을 지내면서 ▲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 ▲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관련 행정소송 ▲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 사건 형사재판 ▲ 옛 통합진보당 국회·지방의회 의원들의 지위확인 소송 등 여러 재판에 개입하거나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내용의 문건 작성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박 전 대법관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014년 10월 소집한 이른바 '2차 공관회동'에 참석해 징용소송을 미룬 다음 피해자들 손을 들어준 기존 판결을 뒤집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당시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외교부 뿐만 아니라 소송의 피고인 일본 전범기업 측과도 비밀리에 접촉한 사실을 최근 확인했다.

 

헌법재판소와 위상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고 파견 법관을 통해 헌재 사건정보를 불법 수집하는가 하면 한정위헌 취지의 위헌심판제청 신청을 취소시킨 혐의도 있다.

법원행정처가 2015년 각급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명목으로 따낸 예산 3억5천만원을 현금으로 돌려받아 비자금을 조성하는 과정 역시 박 전 대법관이 주도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박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고 전 대법관은 '정운호 게이트' 사건 당시 판사들을 상대로 한 수사 확대를 차단하기 위해 수사정보를 빼내고 영장재판 가이드라인을 내려보낸 혐의를 받는다.

 

고 전 대법관은 2016년 서울서부지검의 집행관 비리 수사 때도 비슷한 수법으로 일선 법원을 통해 검찰 수사기밀을 보고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장기간 조직적으로 벌어진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에는 잇달아 법원행정처장으로 재직한 두 전직 대법관이 모두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법관은 2015년 문모 당시 부산고법 판사의 비위 사실을 검찰로부터 통보받고도 징계 절차를 밟지 않은 직무유기 혐의를 받는다. 고 전 대법관 역시 이듬해 문 판사가 '스폰서'였던 건설업자 정모씨의 형사재판 정보를 누설하려 한다는 비위 첩보를 보고받고 징계하지 않았다.

 

고 전 대법관은 문 판사의 추가 비위 의혹을 무마하기 위해 당시 정씨 재판을 맡은 부산고법 법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재판이 정상적으로 보이도록 변론을 재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고 전 대법관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사법행정이나 특정 재판에 비판적인 의견을 낸 판사들에게 인사 불이익을 줄 목적으로 생산된 '판사 블랙리스트' 문건을 보고받고 승인한 혐의도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민사소송 지연 개입 의혹 등을 받는 박병대 전 대법관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검찰청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18.11.19/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민사소송 지연 개입 의혹 등을 받는 박병대 전 대법관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검찰청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검찰은 2016~2017년 법원행정처의 재판개입 정황을 추가로 포착해 고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에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법관에게는 ▲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 공무상비밀누설 ▲ 직무유기 ▲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 공전자기록 등 위작·행사 등 혐의가 적용됐다. 고 전 대법관은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를 받는다. 박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은 158쪽, 고 전 대법관은 108쪽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두 전직 대법관의 신병을 확보하는 대로 의혹의 정점에 있는 양 전 원장도 피의자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다면 양 전 대법원장을 향한 수사는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반면 영장이 기각되면 수사에 제동이 걸리며 사법농단 의혹 수사가 해를 넘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두 전직 대법관의 신병확보 여부가 결정된 이후엔 양 전 대법원장 소환이 예상된다. 양 전 대법원장이 이달 중 검찰 포토라인에 설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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