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옷을 입은 '가짜뉴스'..초등생에도 전쟁설·간첩설 퍼트려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는 가짜뉴스들의 출처는 일부 수구단체들로 추정

서울의소리 | 입력 : 2018/12/11 [08:21]

'가짜뉴스'.. 개인을 바보로 만들고 이웃을 이간질하며 공동체에 갈등을 부채질

 

 

가짜뉴스는 언론의 옷을 입고 막강한 힘을 빌려 뉴스 형태로 거짓 정보를 퍼뜨린다. 대부분은 정치적, 경제적 이익을 위해 사실이 아닌 정보를 마치 사실처럼 가장해 기사 형식으로 작성하여 배포한 것을 말한다.

 

이번에 2년의 실형이 선고된 변희재는 주로 자신이 소속된 '미디어워치'를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사실로 퍼다 날랐다. '태블릿 PC 조작설'은 변 씨가 구속된 뒤에도 계속 미디어워치의 동영상을 통해 계속 퍼져 나갔다.

 

지금도 포털에서 '태블릿PC 조작'을 검색하면 터무니없는 가짜 뉴스들이 숱하게 올라와 있으며 변희재의 주장을 허위로 본 재판부는 이런 인터넷 매체의 '파급력'에 주목했다.

 

최근 남북 평화 분위기가 조성 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에선 이와 관련한 가짜뉴스가 횡행하고 있다. 특히 판단능력이 부족한 초등학생들 사이에서까지 ‘전쟁설’ 등 가짜뉴스가 퍼지며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는 것으로 아시아경제가 보도했다.

 

초등학생들이 익명으로 대화를 나누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전쟁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카카오톡 캡처)

초등학생들이 익명으로 대화를 나누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전쟁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카카오톡 캡처) 아시아경제

 

10대들이 주로 이용하는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엔 현 정부와 북한 정권을 엮은 가짜뉴스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11월 발생한 서울 마포구 아현동 KT 화재사건 이후 관련 게시물은 더욱 늘어나는 모양새다.

 

해당 게시물 대부분은 화재사건을 거론하며 “간첩이 저지른 사건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관련 있다”는 식의 주장을 펼쳤다. 일부는 김 위원장의 답방 논의가 현 정부가 대한민국을 공산화하기 위한 준비작업이라는 주장도 했다.

 

대부분 황당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반응은 뜨겁다. 일부 게시물은 조회수가 수십만에 달하는 등 10대들의 높은 관심을 끌었다. 해당 게시물 댓글을 보면 “정전, 지하철 멈춤, KT화재 등 이상한 일이 너무 많다” “전쟁 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는 내용이 눈에 띈다.

 

실제 해당 기자가 초등학생들이 모여 있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참여해 20여명에게 ‘전쟁설’ 등 가짜뉴스에 관해 물어보자 상당수는 “들어봤다”고 답했다. 한 초등학교 4학년생은 “엄마는 전쟁 안 날 것이라고 했지만 걱정된다”며 “핵폭탄이 터지면 도망도 못 간다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불안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10대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북한sns간첩 분명 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물은 조회수가 16만에 달하고, 1700여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높은 관심을 끌었다. (사진=커뮤니티 캡처)


10대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는 가짜뉴스들의 출처는 일부 보수단체들로 추정된다. 이들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나 사이트에 올라오는 가짜뉴스의 형식과 10대 대상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게시물이 상당부분 유사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짜뉴스의 내용과 형식이 갈수록 교묘해져 성인들조차 사실여부를 쉽게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이택과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10대들의 경우 경험의 폭이 좁고, 온라인 활동이 더 많아 가짜뉴스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며 “가짜뉴스에 대한 법제화 등으로 제재를 할 수 있지만 그 전에 자신이 읽고, 공유하는 내용들이 공론화가 될 수 있다는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한겨레 칼럼에서 최근 횡행한 가짜뉴스에는 "외교안보를 어지럽히기 위해 누군가 의도적으로 청와대를 사칭한 가짜메일 사건을 꾸민 경우와 지만원 씨가 번번히 패소를 하면서도 지금도 온라인 유튜브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때 북한군이 침투했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친다"고 했다.

 

오래전부터 이 주장을 펴온 지만원 씨는 지난 4월에도 ‘5·18 북한군 침투설’을 주장하면서 ‘5·18’을 “북으로부터 파견된 특수군 600명이 또 다른 수백명의 광주 부나비들을 도구로 이용하며 감히 계엄군을 한껏 농락하고 대한민국을 능욕한 특수작전”이라고 폄훼했다.

 

북한군 침투가 사실이라면, 이를 막지 못한 책임을 누군가가 져야 하는데, 아무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은 그 사건을 그렇게 집요하게 파고드는 이유를 알 수 없다. "재판부는 지 씨의 게시글이 “5·18 민주화운동에 관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관련 지역, 집단, 개인을 비하하고 편견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판시했다.

 

'전두환 회고록'도 5·18을 “북한 특수군의 개입”이라 써서 금서가 되었는데 이렇게 ‘5·18 북한군 침투설’은 당시 나라를 책임지고 있던 자기 스스로를 바보로 만들고 있다.

 

얼마전 뉴욕 타임스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보고를 인용해 북한 내 비밀기지 16곳을 위성사진으로 확인했다며, 올해 3월29일치 황해북도 황주군 ‘삭간몰 미사일기지’ 위성사진을 ‘큰 속임수’란 제목으로 보도해 국내 보수 언론이 떠들썩하게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이만열 교수는 "이는 북-미 간에 새로운 관계 수립과 북한의 비핵화를 협상하는 과정에서 보도된 것이어서, 북-미 대화에 의구심을 품은 미국 조야의 불편한 심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으로 간주된다."고 했다.

 

이어서 "이 보도에 트럼프는 ‘새로운 게 없고 부정확’하다며 ‘가짜뉴스’라는 딱지마저 붙였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가 어떤 곳인가. 미국 내에서도 록히드마틴·보잉 등 군수업체들이 후원하고 일본의 정부·기업·재단·개인이 기부하는 단체여서 미국 군수업체와 일본 쪽 목소리를 대변해왔으며, 실제로 2014년 11월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표기해 논란을 일으킨 단체다."라고 했다.

 

이 교수는 "국내의 조중동 같은 수구매체들이 이 연구소의 후원자가 어떤 곳인지 모를 리 없을 터, 그런데도 그들은 이 연구소의 보고서와 그것을 베낀 뉴욕 타임스의 ‘가짜뉴스'를 대서특필했다. 비핵화가 무기시장을 축소할 것은 뻔한 일, 그렇다면 미국 무기를 가장 많이 구매한 한국의 무기시장이 위축될 것은 물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뉴욕 타임스가 미국 군산복합체의 시각을 반영한 전략국제문제연구소를 믿고 과장·왜곡된 뉴스’를 만드는 동안 국내 보수언론들은 어땠나. 그걸 베껴 가짜뉴스를 양산하고 긴장을 높여 갔다."고 했다.

 

9일(현지시간)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해 아무것도 확정 된 게 없고 인터뷰를 진행 중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리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비서실장인 닉 에이어스가 후보라는 외신의 소문에 대해 ‘거짓 뉴스’라고 못을 박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를 통해 “백악관 비서실장 자리를 두고 정말로 훌륭한 사람들을 면접 보는 중”이라면서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후임이 에이어스라는 말은 ‘가짜뉴스’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국내외적으로 거짓정보와 가짜뉴스가 횡행하고 있다. 이만열 교수는 "정보가 은밀한 상태에 있는 것이라면, 뉴스는 언론의 옷을 입고 그 ‘정보’가 드러난다."고 했다. 최근 가짜뉴스라는 괴물이 날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가짜뉴스는 인간의 기대심리에 의지하고 믿고자 하는 개연성에 인간의 호기심을 덧칠하여 그럴듯한 가짜정보로 둔갑시킨다.

 

거기에 ‘~하더라’가 덧붙여지면 가짜뉴스는 날개를 달게 된다. 가짜뉴스는 대부분 그럴듯한 진실에다 아주 작은 부분의 거짓을 조합했기 때문에 반신반의로 출발하여 그 거짓됨이 명백히 드러나는 경우도 쉽지 않다.

 

이만열 교수는 "언론의 자유를 빙자하여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날개를 단 이 괴물은 자신의 영역을 넓히면서 개인을 바보로 만들고 이웃을 이간질하며 공동체에 갈등을 부채질하는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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