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위한 ‘혼합민주제’의 실현

국민대표성을 강화하는 비례대표제의 관건은 협치(거버넌스), 이를 혼합민주제가 유인(강제)한다

권혁시 칼럼 | 입력 : 2018/12/18 [23:20]

 

여야 5당 원내대표가 15일 오후 국회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검토를 합의한 것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여야 정당들이 선거제 개편에 관한 합의사항을 발표해 놓고도 국회가 정상화된 17일, 그 첫날부터 서로 다른 소리를 하며 파행을 서슴지 않고 있다. 언제는 내각책임제가 정치권의 이슈가 되더니 지금은 연동형 ‘비례대표제’(proportional representation)를 두고 설왕설래하는 것이다. 그렇게 무슨 말을 하든 ‘국민 대표성’을 확실히 반영할 수 있는, ‘직접민주제’(direct democracy)의 유사 효과가 큰 가장 민주적인 선거제도가 비례대표제다. 이는 다수표를 얻은 후보가 의석을 차지하는 ‘단순다수대표제’의 안티테제인데, 그런 이유는 정당의 존재를 전제로 각 정당의 득표율에 연동·비례하여 국회의 의석을 배분하므로 해서다.

 

소선거구를 중심으로 한 현행의 선거제도 ㅡ 단순다수대표제는 필연적으로 양당제를 유인한다. 의회권력을 독과점하며, 양극적·극단적 경쟁이 유발되는 경향이 농후한데, 이는 임노동(wage labour)에 대한 ‘배제정치’(politics of exclusion)로 연동됨으로써 노동시장으로부터 실패자·낙오자를 대거 유발시키는 퇴행적인 ‘자유노동시장’(liberal labour market)을 조장할 수 있다. 이처럼 노동의 안정성뿐 아니라, 기업의 조세와 국가의 복지정책에도 부정적이다.

 

반면 비례대표제는, 복잡다기한 사회적 갈등, 특히 노사 간의 대립구조와 인과적으로 연계될 수밖에 없는 정당체제를 형성, 의회권력을 독과점하는 패권정당(절대 다수당)을 용인치 않는다. 그리하여 어떤 정당도 단독 과반의석의 점유, 곧 의회 의결권 장악이 제도적으로 불가능한 다당제의 정치로 귀착하며, 종국적으로는 ‘연대·연립 정치’(coalition politics)가 제도화된다. 이로써 행정부·입법부의 거버넌스를 매개하여 ‘유연성(flexibility)·안정성(security)’에 대한 정책융화의 입법화를 추동하는 역할로써 노사 간의 안정·협력을 강화하는 강력한 기제가 될 수 있어 주목된다.

 

따라서 더 말할 필요도 없이 (극단적으로는 현행의 소선거구를 완전 폐지하고) 비례대표제를 전적으로 채택, 실시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면 국민 대표성 확보는 물론, 거대 정당의 정치권력 독과점을 막아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보다 발전적인 정당정치를 실현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하여, 그것이야말로 원론적·상식적으로 한 치도 반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는 대의정치 완결, 완수의 정언명령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 목적하는 바를 차질 없이 달성하기 위해서는 내각책임제와 똑같은, 반드시 선결하지 않으면 안 될 전제조건이 있다.

 

특히,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다당제가 필연적이어서 내각책임제와 마찬가지로 의회권력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다수의 ‘소(小)통령’(이미 그런 양상을 보이는 소위 소두목체제)의 출현으로 인해 정정불안을 일으키는 극심한 역작용이 초래될 것이다. 더구나 대통령(중심)제의 정치체제는 내각책임제와는 달리 의회해산·재선거, 곧 견제장치인 ‘국회책임’의 기제가 없기 때문에 수준 높은 정치의식에 의한 ‘협치’(協治, governance - 자발적 합의제 정치)가 절대로 필요하며, 그래서 정치수준이 삼류인 국가는 도저히 정치파행, 국정혼란을 면할 방도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느닷없이 당리당략적인 단순논리를 앞세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하는 소수 야당과, 이에 대해 정확한 문제제기, 곧 반박논리를 펴지 못하는 여야 다수당 모두는 너 나 할 것 없이 무지하거나, 아니면 비겁하게도 비민주적인 자신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 이를 테면 파행적 ‘정치행태’를 애써 드러내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렇게 단정짓는 까닭은 민주선거 제도의 최대 적폐로 규정할 수도 있는 소선거구가 장점이 전혀 없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사표(死票) 증가로 인해 국민대표성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되겠지만, 정국안정 도모, 공정선거 용이, 선거민·의원 유대강화 등, 결코 무시 못할 장점도 적잖다.

 

이러한 맥락에서 더없이 중시해야 할 대목은 ‘민주주의 인간’(democratic man)이다. 그와 관련한 여러 가지 특성 가운데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자신 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해서도 그 ‘존엄성·가치’에 쏟는 열의와 신념이 아주 강하다. 가치에 관한 명정한 인식은 획일적인 가치를 배제하고 다양성을 적극 인정하며 가치의 독점을 부정하여 분배를 철저히 추구한다. 그래서 간단없이 불편부당의 원칙을 준수하고 엘리트주의·집단이기주의·분파주의를 배격한다. 이는 부연컨대 개방성, 다양성과 변화와 타협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으로 ‘사회성’을 추구하기에 그런 것이다.

 

이같은 한 가지의 특성만 보더라도 한국인, 특히 위정자들 대다수는 이런 ‘민주주의 인간’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는 사실을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뼈저린 자각과 치열한 반성을 통하여 정치행태에 관한 생각(사고방식)과 태도(행동양식)를 일대 전환시키는 것, 곧 ‘의식혁명’(consciousness-copernican revolution)을 무엇보다 우선하여 결행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정치의 안정과 혼란, 심지어 국정의 성공과 실패 등의 현상은 역사와 문화, 정치적 신념과 철학을 비롯한 국가·사회의 저변을 형성하는 다양하고도 전반적·포괄적인 배경에 따라서 달라지는 문제인 까닭이다,

 

이렇듯 민주정치의 제반문제가 지금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단지 선거제도가 결정적인 변수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도덕성을 회복하고 공적사명감을 정립하는 ‘의식의 대전환’을 이루어야 하며, 그런 연후에 항상 명심해야 할 바는, (극히 상식적이지만 진리는 간단하므로) 국회는 국민의 대표기관이라는 불변하는 명제다. 그러한 연유로 본질적·전통적 지위인 국민대표자로서 구성되며, 국민의사를 국정에 반영한다. 또한 국회는 유일한 입법(법률제정) 기관이며, 국가정책을 제시하고 비판·감독하는 국정 통제기관이라는 사실이다.

 

협치가 필수인 연동형 비례대표제, 간접민주제의 국민대표성 강화 
협치에 기초한 ‘연합정치’, 노동의 ‘유연안정성’ 실현의 원동력

 

못내 안타까운 것은 내각책임제가 운위될 때와 다름없이 지금, 밑도 끝도 없이 대두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서도 국민은 물론, 어느 언론도 일방적인 정치적 주장에 대한 명쾌하고 객관적인 비판과 대안제시를 하지 않는다. 그런 정치부재의 관점에서, 진정한 민주국가, 명실상부한 민주공화국의 건설을 위해서는 특정 정치인이나 언론뿐 아니라, 모든 국민이 ‘민주주의 인간’이 되어야 하며, 그것은 ‘주체적 민주시민’의 본분임을 명심하고 상기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민주시민으로서 경계해야 할 바는, 누구이든 공공의 사안에 냉소적이고, 건설적 비판을 회피하는 ‘비판부재’의 경향이나 무분별하게 소신 또는 강직을 내세워 타인을 무시하고 도외시하는 ‘타협부재’의 양태인 것이다. 이는 다같이 비민주적인 생각과 태도이므로 민주국가의 국민인 이상 철저히 배격해야 하며 건전한 사회적 비판과, 관용적 신념을 실천하는 타협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한 나라의 국민이라면 그렇게 국가·사회 공동체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권리행사, 의무이행에 성실해야 한다. 아울러 권리침해를 당하고도 정당한 권리주장을 하지 않거나 권리만 주장하고 의무를 소홀히 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실시의 당위성에 전제한 국민, 더욱이 위정자들의 의식전환, 그를 통한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요원하다는 생각이지만, 다행히 교육혁명·의식혁명이 이루어진다면) 우리의 차세대에나 가능할 것이다.

 

그러므로 끊임없이 주장한 바와 같이 직접민주제인 국민발안, 국민투표, 국민소환을 위시하여 유사한 기대효과의 분권화, 비례대표제 확대, 옴브즈맨(ombudsman) 등을 실행하여 ‘간접민주제’(indirect democracy․psephocracy, 대의제·정당정치)의 폐단을 보정하는 ‘혼합민주제’(mixture democratic politics)를 확립해야 한다. 이를 테면, 의원내각제와 비레대표제 성공의 관건은 ‘협치’(숙의정치, 거버넌스)이므로 사리사욕·당리당략과 아집에 사로잡혀 이를 거스르는 경우에는 가차 없이 국민소환(파면)을 단행하여 이를 강력히 재제하는 것이다.

 

부언컨대, 앞서 거론한 ‘유연성·안정성’ 의제는, 슬프게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위험 외주화’의 제물이 된 고(故) 김용균 씨의 사례가 말해주는 비정규직,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인간의 존엄성(인권)과 노동권의 보호와 매치된다(어이없게도 한국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노동시장 유연화’의 대표적인 희생양이다). 그러나 유연성·안정성은 서로 충돌해 상충(trade-offs)하는 관계다. 유연성을 중시하는 사용자와 안정성을 바라는 노동자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현상은 권력분점(power-sharing)에 준거한 협의·조정의 메카니즘이 작동하는 협치, 소위 ‘합의제’ 정치제도를 필요로 하며, 그 기초가 바로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인 것이다.

 

아울러 간과치 말아야 할 중요한 문제는, 비정규직이란 계약에 의한 노동 제조건의 다양성, 즉 노동형태 , 노동시간, 취업규칙 등등의 차이(difference)를 왜곡하여 노동의 가치표준인 임금의 차별(distinction)을 정당화시키는 데 있다. 그러므로 궁극적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 ㅡ 임금의 사회적 표준화’는 모든 기업의 정당성(corporate legitimacy)과 노동자 연대(solidarity)의 관점에서 기필코 실현해야 할 사회적 기대(social expectation)에의 부응인 동시에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의 완수라는 엄연한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이를 준행하기 위해서는, 유연성·안정성을 실행하는 정책융화의 입법화가 추진되어야 하는 바, 덴마크·네덜란드의 사례를 벤치마킹했으면 한다. 이 두 나라는 전통적으로 소득보장에 역점을 둔 결과, 고용불안 증가, 실업급여 급증, 재정부실의 악순환이 심화되었다. 1990년 대 이후, 이를 타개할 방책으로 ‘유연안정성’(flexicurity)의 3대요소 가운데 취업능력·고용안정성을 강화하는 직업훈련교육, 고용창출, 창업지원 위주의 ‘적극화’ 프로그램 ㅡ 근로연계복지(workfare)를 노동시장정책으로 채택, 강력히 추진하여 ‘고용의 기적’을 이루었다(이는 또한 한국경제의 고질화된 근본문제, 즉 ‘저성장, 불균형’ 경제구조를 극복하는데도 시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같은 성공의 핵심은, 노사의 상충된 이해관계로 인식하는 (특히 한국에서는 대립관계로 여길 만큼 극심한) 노동시장의 유연성·안정성의 요소를 균형적으로 반영, 적용함으로써 정책융화를 실행하는 정치적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개발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정치적 소통·협의를 이루는 ‘사회적 대화시스템‘을 창출, 보편화하여 경제적 효율성과 사회적 형평성의 ‘선순환‘을 추동하는 유효 적절한 노동시장 전략·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리고 이를 효과적으로 추진, 실행한 데는 ‘합의제 연합정치‘를 전제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역할이 지대한 기여를 했다는 사실을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덴마크·네덜란드와 같은 노동시장 정책은 전통적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진보적 케인스주의 ‘복지경제‘의 균형, 공존을 도모하는 합의제 정치제도를 향한 논제가 되어야 한다. 그럴진대, 거대 양당제의 정치패권주의를 혁파하는 다당제에 의한 의회권력 분립을 실현하는, 협치를 통해 이념·사상 마저 상쇄 융화시키는 ‘연합정치‘(cross-bloc coalition polities)로 일대 변혁, ‘정치혁명‘을 성공시켜야 한다. 하지만 정치가 삼류인 우리나라의 처지에서는 내각책임제이든, 연동형 비례대표제이든 주권자 국민이 직접 통제·조정, 유인·강제할 수 있도록 직접민주정치를 확실히 보정하는 국민소환(파면)제를 필두로 한 ‘혼합민주제‘의 실현은 당연한 귀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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