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더라' 끌어모은 신재민 폭로의 진위..종착지는 청와대 비방

논의 거쳐 국채발행은 없었다.. '유튜브 폭로' 계좌 광고 띄운 그를 '공익제보자'라 부를 수 있을까

정현숙 | 입력 : 2019/01/03 [10:37]

'공무원 사회를 바꾸라는 주장을 하면서 영상이나 기자회견 타켓은 청와대를 향해'

 

신재민 "靑 적자국채 발행 강요"…기재부 "사실무근" (CG) [연합뉴스TV 제공]

신재민 "靑 적자국채 발행 강요"…기재부 "사실무근" 연합뉴스TV 제공

 

지난 2일 신재민 씨는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부가 국채발행을 통해 의도적으로 국가채무비율을 높이려 했다고 주장했다. 김동연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청와대가 향후 국가채무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으니 정권 초기에 국채를 발행하려 했다는 것이다. 

 

또 신 씨는 차영환 당시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이 채무 규모 확장을 위해 기재부 국장·과장에게 압력을 넣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재부는 국채발행을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기획재정부는 당시 청와대의 강압적 지시가 없었다면서 신 씨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적자국채 발행에 대한 신 전 사무관의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왜 국채발행이 논란이 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조영철 고려대 초빙교수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초과세수가 발생하면 반드시 국채를 갚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채 발행과 상환은 여러 가지 요인을 감안해서 결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험 없는 국고국 사무관이 국채 발행, 상환 관련 정책 결정의 깊은 내용을 알기 힘들다"라고도 평가했다.

 

(사진=조영철 교수 페이스북 캡처)

 조영철 교수 페이스북 캡처

 

전문가들은 국채발행 같은 중요한 국가정책에 대한 결정은 청와대도 분명히 권한을 가지고 있는 일이고 그래서 청와대, 기재부가 논의를 한 데 대해 대체 뭐가 문제라는 건지, 왜 논란거리가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논의를 거쳐 기재부 주장이 받아들여진 거고, 물론 그 와중에서 논쟁이 있었을 것이고 그런 것은 회사에서 간단한 의사결정 할 때도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는 건 당연한 일 아니냐는 것이다.

 

강병원 "신재민, 한쪽 면만 강조해… 단순한 카더라, 가짜뉴스에 불과"

 

민주당 강병원 의원도 3일 ‘YTN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단순한 카더라, 가짜뉴스에 불과하다”면서 “본인의 생각을 너무 과하게 부풀리고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다”고 반박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강 의원은 “박근혜 정부는 긴축재정을 중심으로 (국정 운영을) 했다”면서 “문재인 정부는 확장적 재정을 통해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강병원 의원은 “그런 과정에서 청와대와 기재부 간에 논쟁이 있을 수 있다”면서 “신 전 사무관은 한쪽 면만을 봤고 그쪽만을 강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차영환 전 비서관이 기재부에 압력을 가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상반된 정책을 두고 토론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의원은 “재정정책의 상반된 방향을 가지고 청와대 경제정책 비서관이 기재부하고 토론하고 설득도 하고 하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라면서 “신 전 사무관이 보기에 자기 생각이랑 다르다고 청와대가 압력을 가했다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신 씨는 2017년 11월 정부가 1조 원 규모의 바이백(국채 조기상환)을 취소해 시장의 혼란을 만들어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강 의원은 “대한민국 채권시장이 1800조가 넘는다”면서 “1조 원 바이백은 0.05%”라고 반박했다.

 

강병원 의원은 “국고채는 (자금 규모가) 큰 투자자들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타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없다”면서 “당시 금리가 0.034% 떨어졌지만 바로 회복이 됐다. 바이백을 취소해서라기보다는 미국 금리 인상 신호가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재민의 기승전은 공무원 사회를 끌어들인 공익제보가 아닌 청와대 비방

 

신재민 씨의 글을 보면 공무원이 문제인지 대통령이 문제인지 마구잡이 폭로다. 특히 기재부 관료들의 주장을 무조건 수용해야 한다는 전형적인 관료의식마저 엿보인다.

자한당과 조·중·동, 극우 유튜브 방송 등은 신재민 씨가 엄청난 비리를 폭로한 공익제보자처럼 평가하면서 사회 선동을 부추긴다.

 

신재민 사무관은 폭로 영상 마지막 부분에 후원계좌를 띄우고 자신이 강의하기로 했던 교육기업의 광고 등을 삽입했다. /신재민 사무관 유튜브 캡처

신재민 씨는 폭로 영상 마지막 부분에 후원계좌를 띄우고 자신이 강의하기로 했던 교육기업의 광고 등을 삽입했다. 신재민 씨 유튜브 캡처

 

경직된 공무원 사회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을 하면서 내놓는 영상이나 기자회견을 보면 타켓은 청와대를 향한다. 김태우 전 청와대 행정요원의 주장이 자한당과 연계돼 보수언론과 자한당이 동조를 해주고 노이즈마켓팅 파문을 불러오는 학습효과 때문인가.

 

신 씨가 처음 올린 유튜브 영상을 보면 자신과 계약한 메가스터디 광고가 나온다. 물론 메가스터디 측은 "신씨와 지난 7월 강사 계약을 맺은 것은 사실"이라며 "계약 및 거취 문제 등은 내부 논의를 통해 추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 씨는 유튜브 영상에 광고를 올린 이유에 대해 "저 혼자 무작정 잠수를 탔던 거라서 제가 뭔가 보상을 해주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말 그대로 '공익 제보'는 사익이 아닌 사회적인 이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일이다. 그런데 유튜브 영상에 자신의 잠수로 피해를 본 업체에 보상하기 위해 광고를 삽입했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의 행동은 보통의 공익제보자들이 공익위원회 등을 통해 신고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신 씨는 "공익신고는 경황이 없어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다"라고 주장하지만 6개월이나 일을 하지 않아 돈이 없다고 했던 사람이 그동안 공익 제보에 대한 과정이나 뒷받침할 뚜렷한 증거 수집 등을 하지 않았다는 점 역시 의문 투성이다.

 

신 씨의 이런 황당한 짓거리에 기재부도 법적 대응에 나섰다. 청와대가 KT&G 사장교체를 지시하고 적자국채 발행을 강요했다고 주장한 신재민 씨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2일 오후 5시경 검찰에 고발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신 씨의 행위가 "공무상 취득한 자료를 외부에 무단으로 유출하거나 기재부와 청와대의 내부 의사결정과정에 관해 스스로 판단해 사실과 맞지 않는 내용을 여과 없이 유출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런 사안을 처벌하지 않아 제2·제3의 신재민이 생기면 공무원의 정상적인 직무수행이나 국정 수행에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굉장히 우려돼 법적인 조치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형법 127조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면 2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공공기록물관리법 51조는 공무원 신분으로 취득한 공공기록물을 무단 유출하는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업무상 맡은 정책 결정과 실행 과정, 상사의 지시나 논의 협조 과정을 공익제보라고 폭로하는 것은, 정상적인 토론 과정을 거쳐서 정무적으로 결정되는 모든 사안들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신 씨의 이런 '카더라' 스캔들로 엄청난 사회 혼란을 몰고 올 수 있다. 

 

더군다나 본인의 담당 부서도 아닌 귀동냥으로 얻어들은 다른 부서 파편을 모아서 일개 기업도 아니고 치열한 논의와 토론을 거쳐 합의에 이르는 국가 정책은 더 말해 무엇하랴. 그것도 6개월 지난 후에 공익제보라고 터뜨리는 신 씨는 공조직의 생리에 적응할 수 없는 돈키호테 같은 난데없는 의식구조라고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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