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장관 '민주당 정부'의 숙명을 껴안고 묵묵히 일했다.

“민주당 정부에는 경제 파탄, 경제 위기로 언론들이 도배하는 비판적 지형을 각오하고 일해야"

정현숙 | 입력 : 2019/01/09 [09:49]

"좋은 정책으로 혜택 받아도 당연히 받는 것으로 생각하고 누구도 평가해주지 않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에 있는 장관 서울집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용산구 한강대로에 있는 장관 서울집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르면 이달 중 중폭 개각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개각 대상으로는 2017년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 조각(組閣) 때 입각한 김부겸·도종환·김영춘 장관 등과 함께 김현미 장관도 거론된다. 

 

모두 이번 신년 개각에서 총선 출마로 교체 가능성이 있다. 김현미 장관의 지역구는 경기 고양구로 알려졌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로 이어지는 이른바 오로지 ‘민주당 정부’에서 잔뼈가 굵은 정치인 중의 한 사람이 김현미(57) 국토교통부 장관이다. 

 

대학을 졸업한 파릇한 25살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화민주당 당료로 험난한 정치인생을 출발했다. 세번의 민주당 정부에서 청춘을 바친 셈이다. 평소 ‘소울(soul, 혼)이 있는 정치인’이란 말을 듣는데, 투혼, 전투력이 있다는 얘기다.

 

다음은 그가 8일 한겨레와 인터뷰한 내용이다.

 

김 장관은 최근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는 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인 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민주당 정부에는 비판적인 지형을 각오하고 일을 해야 하는 숙명이 있다”고 했다.

 

내년 4월 총선을 두고는 “경제에서 체감할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한 기준이 될 텐데, 결코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최근의 블랙리스트 논란에 대해선 “전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 임기를 대부분 보장하고 있다. 야당에서 문제제기 하기 조금 미안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김현미 장관은 민주당에서 문재인 정부 초대 내각에 맨 먼저 입각한 네 의원 중 한 명이었다. 문 대통령과의 특별한 인연을 회고한다.

 

“19대 국회 기획재정위 간사를 할 때 문 대통령이 기재위원을 하면서 2년을 옆자리에서 같이 보냈다. 문 대통령이 장관 임명장 주고 환담하면서 ‘기재위 간사 할 때 우리 당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의원들을 상대로 끌고 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그때 인연으로 문 대통령의 당 대표 시절에 대표비서실장도 맡게 된 것 같다.”

 

문재인 정부가 1기를 마감하고 2기로 넘어가고 있다. 1기를 결산한다면.

 

“대통령 임기가 5년, 60개월이니 18개월, 20개월이면 초반을 지났다고 볼 수 있다. 이낙연 총리가 첫해는 연애 기간, 두번째부터는 결혼생활과 같다고 했다. 초반이 개혁과 혁신의 기틀을 잡은 기간이라면 중반기로 넘어가면서 결과를 받고 싶은 게 국민 심정인 것 같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문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야당에선 경제실정론을 줄기차게 제기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위기라고 보나.

 

“지지율이 떨어졌다는 건 사람들이 뭔가 불만이 있다는 것이다. 사는 게 어렵거나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인 만큼 정부 여당으로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치를 하다 보면 가끔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정책으로 혜택을 받으면 당연히 받는 것으로 생각한다. 최저임금 인상하고 노동시간 단축해서 가구소득이 늘고 빈곤율이 떨어진다는 통계들이 나온다. 임금근로자 가구소득이 몇분기째 계속 늘어난 것은 처음이다."

 

"며칠 전 누가 페이스북에 암 수술하고서 (수 백만 원) 병원비가 30만, 40만 원밖에 안 나왔다고 올렸더라. 문재인케어, 아동수당, 노인연금 등 혜택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일은 어떻게 보면 민주당 정부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하겠지만, 문제를 지적만 할 뿐 대안을 모색하고 함께 풀려고 하지 않는다.”

 

민주당 정부의 숙명이라면,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같은 일이 이번 정부에도 되풀이된다는 얘기인가?

 

“기억하는지 모르겠지만 김대중 대통령이 2000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는데 당시 언론들은 경제가 이 지경인데 대통령이 상이나 받으러 다닌다고 한달 동안 난리를 쳤다. 내가 당 부대변인이어서 청와대 박선숙 수석한테 전화해서 대통령이 시상식에 안 가는 게 좋겠다고 했다."

 

"박 수석이 말하기를, 김 대통령이 상을 받으러 못 가면 한국 경제가 진짜 문제 있는 것으로 세계가 생각할 거라고 했다. 지금 보면 그때 경제상황은 괜찮았다. 아이엠에프(IMF) 직후여서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조금씩 나아지던 때였다."

 

"참여정부 때도 5년 내내 경제 파탄, 경제 위기로 언론들이 도배를 했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지형에서 오는 어려움을 각오하고 일을 해야 하는 숙명이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에 있는 장관 서울집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경제 어려운 것을 야당이나 언론 탓만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결과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하는 건 정부가 맞는다. 하지만 문제제기 하는 쪽도 정치 슬로건화해서 제기하는 것보다는 대안을 가지고 해야 한다.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게 자영업인데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율은 25%로 세계 최고다. 자영업자 폐업률은 과거부터 높았고 지금은 오히려 줄었다는 통계도 있다. 그 수치 자체가 워낙 높긴 하다."

 

"자영업자 어려운 게 모두 최저임금 때문은 아니라는 거다. 최저임금도 한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임대료 문제도 있고 시대적 흐름도 있다. 사람들이 가게가 아니라 홈쇼핑으로 물건을 산다. 이런 변화와 무관하게 창업하고 폐업하는 게 반복된다. 임대료, 카드수수료 문제가 굉장히 크다."

 

"시장이 온라인으로 재편될 경우 물류 등에서 새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람들이 이동할 수 있도록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얘기는 거의 없고 최저임금 때문이다, 이렇게 가는 건 이데올로기처럼 돼 있는 거다.”

 

최근 김태우·신재민씨의 폭로가 정국 쟁점이 되고 있다. 현 정부에서도 민간인 사찰, 블랙리스트, 청와대의 국정농단 같은 게 있다고 야당에선 주장한다.

 

“김태우라는 분이 만들었다고 하는 문건을 보면 내 이야기도 있다. 이분이 한 일의 상당수가 이른바 ‘지라시’를 정리해서 뒷조사하러 다닌 거 아닌가 싶다."

 

"블랙리스트 얘기를 하는데, 우리 부에 와서 보니 산하기관에 전 정부에서 임명한 분들이 많았다. 대부분 낙하산인데 그만두라고 하면 오히려 시끄럽지 않나. 웬만하면 임기를 다 보장했다. 1년 반 정도 됐는데 거의 임기가 끝났다. 야당에서 이런 문제제기 하기 조금 미안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경제위기론 등으로 내년 4월 총선에서 여당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있다. 평소 표밭 관리는 하나?

 

“선거가 쉽지는 않을 거라고 본다. 경제 문제에서 체감할 성과를 내는 게 굉장히 중요한 기준이 될 텐데 결코 쉽지 않다. 상황 자체가 어렵다. 세계적으로 경제가 어렵고 우리나라는 저성장 국면에 들어서서 예전처럼 4~5% 성장하는 시기가 아니다. 산업적으로 여러 분야에서 전환기다. 그래도 열심히 해서 성과를 내야 한다."

 

"지역구 관리는 거의 안 했다. 주말에 교회 가는 거, 당에서 정해진 행사 외에는 지역을 돌아다니지 않았다. 지역에서 나랏일 하라고 보내줬더니 지역구 챙기는구나 하는 얘기 할까봐 그랬다.”

 

택시업계가 카풀 문제를 놓고 반발하고 있다. 이해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도 지지부진하다. 정부가 뭔가 결단을 해야 하지 않나?

 

“좀더 기다려야 한다. 이렇게 기다리며 가는 게 오히려 더 빨리 가는 길일 수 있다. 작년에 건설 혁신이란 걸 했는데 2017년 가을부터 노사정 전문가가 모여 회의를 수십차례 했다. 작년 12월에 법안이 통과됐다. 1년 정도 논의하면서 하나씩 맞추니까 국회 가서는 아무도 태클 걸지 않더라. 지금 어중간하게 해서 국회 가면 또 시간이 걸린다. 나는 더 기다릴 거다.”

 

지난해 부동산 문제로 노심초사했는데 부동산은 이제 잡힌 건가?

 

“전망은 안 한다.(웃음) 지금 이런 상황이 지속될 수 있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바람일 뿐이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다. 주거안정과 함께 주거복지가 중요하다. 집 없는 사람도 전월세시장 안정되고 불안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우리 사회의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이른바 ‘유리천장’을 깨고 여성들이 사회에 활발히 진출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까?

 

“우리 부에 각 국의 실무책임자랄 수 있는 정책계장 20명 중 9명을 여성으로 했다. 그 친구들 불러 밥을 먹었는데 아이 키우는 얘기 하면서 눈물을 쏟더라. 나도 옛날 생각이 나 울었다. 정부에서 보육시스템을 더 전폭적으로 해줘야 여성들이 책임있게 일하고 그게 쌓여서 고위직에도 갈 수 있다.”

 

그렇게 여성들만 살피면 남성들이 역차별이라고 하지 않나.

 

“남성 정책계장들을 불러서 따로 밥을 샀다. 남성이란 이유로 밥 먹어본 거 처음이라더라. 내가 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자기들 안 이뻐하고 여자들만 이뻐한다고 생각할까봐. 그런데 만나 보니 그런 의식 자체가 없더라. 이 친구들도 똑같이 아이 키우며 산다. 너무 천진난만하고 밝고 희망차 보였다.”

 

당으로 복귀 시점은?

 

“대통령께서 가라 하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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