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의 교감.. 김정은 "내 아이들이 핵과 평생 살아가길 원치 않아"

"트럼프, 文 대통령에게 '내가 北비핵화 진전 이룰 유일한 사람"이라며 의지 표명

서울의소리 | 입력 : 2019/02/23 [08:28]

"나는 아버지이자 남편이다. 내게는 아이들이 있다"며 "나는 내 아이들이 핵을 지닌 채 평생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나흘 앞으로 임박해졌다. 이번에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과거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전문가와 나눈 가족 이야기까지 언급되며 밝혀져서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4월 초 당시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었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차 방북했을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자신의 자녀들이 평생 핵을 지니고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22일(현지시간) 전해졌다.

 

앤드루 김 전 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은 이날 스탠퍼드대학의 월터 쇼렌스틴 아시아ㆍ태평양연구소 강연에서 당시를 회고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해 3월 31일∼4월 1일로 알려졌던 폼페이오 장관의 1차 방북의 배경과 관련, "주요 목적은 한국 특사단이 우리에게 전한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며 지난해 3월 방북 후 특사단으로 방미했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김 위원장이 비핵화할 의지가 있다'고 한 부분을 확인하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동맹을 신뢰하지만, 그것과 별도로 확인하고 검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전 센터장이 폼페이오 장관을 수행해 비행기를 타고 평양에 갔을 때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에게 "당신은 비핵화할 의향이 있는가"라고 물었으며, 이에 김 위원장은 "나는 아버지이자 남편이다. 내게는 아이들이 있다"며 "나는 내 아이들이 핵을 지닌 채 평생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김 전 센터장은 전했다.

 

김 전 센터장은 "그것이 그(김 위원장)의 대답이었다"며 "김 위원장은 면담 동안 비핵화하겠다는 의도를 확인했을 뿐 아니라 북미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욕구도 강력히 강조했다"고 전했다. 북미 막후 협상 과정에서 '키맨' 여할을 해온 한국계 김 전 센터장은 지난해 12월20일자로 은퇴한 뒤 이 연구소의 방문학자로 자리를 옮겼다. 김 전 센터장은 지난해 폼페이오 장관의 네 차례 방북에 모두 동행했다.

 

김 전 센터장이 공개적인 발언에 나선 것은 현직에 있을 때를 포함해 처음으로, 미 정보기관 고위 당국자 출신 인사가 공개 강연에 나선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강연하는 앤드루 김 전 CIA 코리아미션센터 센터장 (팰로앨토=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앤드루 김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 센터장이 스탠퍼드 대학에서 강연하고 있다.

앤드루 김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 센터장이 스탠퍼드 대학에서 강연하고 있다. 연합

 

김 전 센터장은 이날 강연에 들어가면서 "오늘 내가 이야기하려는 것은 단지 개인적인 견해로, 미국 정부의 공식적 입장과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미정부가 북한을 향해 보내려는 메시지와도 무관치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문재인 대통령에게 "나만이 北비핵화 진전 이룰 수 있어" 소통과 교감

 

임박한 베트남 하노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자신이 북한 비핵화의 진전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며 자신을 치켜세우고 확신에 찼다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자신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도하는 미 언론들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이 같이 말했다. 폴리티코는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낙관하는 사람은 미 행정부 내에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이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이날 '트럼프의 참모들은 그가 대북 협상에서 당할까 봐 우려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는 기대에 부풀어 있지만 다른 인사들은 그가 너무 많이 내어줄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대북정책의 강경 '매파'인 존 볼턴 백악관 NSC(국가안보회의) 보좌관 뿐 아니라 북미협상을 주도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까지도 대북 협상 과정에서 어려움을 토로해왔으며 빅터 차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북한은 기본적으로 트럼프 말고 다른 사람과는 상대를 안 하려고 한다. 그들은 비건도 폼페이오도 상대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시계는 더욱 숨가쁘게 움직일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2차 북미정상회담 확정 이전에는 북미 간 대화의 '촉진자'로, 회담 확정 이후에는 '중재자'로 나섰다면 회담 이후에는 본격적인 '운전자'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고삐를 당길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전화통화. 연합뉴스

 

북미회담을 8일 앞둔 지난 19일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회담 결과 공유와 후속 조치 등에 있어 계속해서 트럼프는 문 대통령과 긴밀하게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이 끝나면 곧 전화를 걸어 회담 결과를 알려주겠다"며 "직접 만나기를 기대한다. 왜냐하면 할 이야기가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할 이야기가 많은 이유는 이번 회담에서 진전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2차 북미정상회담 직후 문 대통령은 20번째 한미 정상 간 통화를 할 것이 예견된 상태이며 조만간 한미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이 유력해졌다.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경제협력 논의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경협은 한국이 당사자이기 때문에 향후 북미 간 경협 논의가 탄력을 받는다면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에 충분하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남북 사이의 철도 도로 연결부터 남북경제협력 사업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고 그것이 미국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길"이라고 밝혔다.

 

하노이까지 열차로 4,000km..김정은, 중국과 베트남에 손 뻗은 외교술 관측

 

2차 북·미 정상회담(27~28일)이 나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하노이 일정'도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김 위원장이 25~26일쯤 열차 또는 항공편으로 하노이에 도착, 26일 응우옌푸쫑 베트남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27~28일 트럼프 대통령과 만찬, 정상회담을 차례로 갖는다는 것이다. 응우옌 주석과의 회담은 정상회담 직후가 될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은 앞서 25~26일쯤 하노이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후지TV는 이날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 등 의전팀이 지난 17일 랑선성 동당역 등 베트남·중국 접경 지역을 둘러본 사실을 언급하며 "김정은 위원장이 오는 25일 밤쯤 열차로 동당역에 도착한 뒤 승용차를 타고 하노이로 향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실제 이날 동당역사에선 대대적인 청소·보수 작업이 계속됐고, 커다란 꽃을 실은 트럭들이 오가기도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열차와 항공기를 함께 이용해 하노이까지 올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일각에선 "김정은이 열차로 왔다가 비행기로 돌아가거나 비행기로 방문한 뒤 열차로 돌아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위원장의 베트남 방문 기간에는 산업단지 시찰도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하노이 인근 하이퐁의 LG전자나 박난 지역의 삼성전자 공장이 포함될지 주목된다. 김정은은 작년 4월 문재인 대통령과의 판문점 도보다리 대화에서 베트남식 개혁·개방 노선을 추진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은 베트남전 참전 북한군 묘지나 김창선이 미리 둘러본 베트남 유명 관광지 할롱베이를 방문할 수 있다. 또 싱가포르 회담 때처럼 시내 고층 빌딩에서 하노이의 야경을 관람할 수도 있다. 현지 소식통은 "산업단지 방문 등 일부 일정은 미·북 회담 전후로 조정될 수 있다"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차 북미정상회담 장소인 베트남 하노이를 전용열차를 타고 이동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이 항공기를 이용하면 불과 3시간 거리인 베트남 하노이를 전용 열차를 이용해 갈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계속 제기되는 이유가 있다.

 

평양에서 베트남 하노이까지는 비행거리로 약 2천 700km. 3시간 반 정도면 도착한다.

김정은 위원장의 전용기인 '참매 1호'는 1차 북미정상회담 당시 이 보다 두 배나 먼 싱가포르까지 비행한 경험도 있다.

 

반면에 항공기를 두고 열차를 이용할 경우 이동거리는 4천 km가 넘는다.

시속 100km를 못 내는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 속도로는 베트남까지 꼬박 2박 3일이나 걸리고, 중국 내 복잡한 철도망 통제 문제도 쉬운 일이 아니다.

 

굳이 장점을 꼽으라면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는 방탄 기능과 박격포 무장을 갖췄고 전용 방탄 차량 수송도 가능해 경호와 신변 안전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김 위원장이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발자취를 찾아가며 정통성을 대내외에 과시하려 한다는 의견도 높다.

 

김일성 주석은 1958년 베트남 방문 당시 열차를 이용해 중국 광저우까지 갔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의전 책임자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회담 준비를 위해 하노이에 가기 전 뚜렷한 이유 없이 광저우를 들르면서 열차 방문설이 급속하게 확산했다.

 

이른바 '김일성 루트'를 재연해 대내 외교술과 함께 중국 주요 도시들을 들르며 관계 강화 의지도 피력할 수 있다는 분석이 끊임없이 나왔다. 김정은 위원장은 중국 방문 시 필요에 따라 열차와 항공기를 골고루 이용해 온 만큼 이번에 두 교통수단을 다양하게 이용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또 경제개방ㆍ개혁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하는 기회로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주목적이지만, 60여년만에 이뤄지는 북한 지도자의 공식 방문인 만큼 베트남 정부는 김 위원장 방문에 철저히 대비하는 분위기다. 김 위원장 방문 준비를 위해 먼저 하노이에 파견된 북한 실무진에 대한 경호 및 숙박에 최대한의 지원을 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지난해 1차 정상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김 위원장 일행의 하노이 체류관련 경비 일체를 베트남 정부가 부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日 '재팬 패싱' 걱정 "악몽 같은 결과 우려"

 

한편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을 지켜보는 일본의 속내는 복잡해 보인다.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소외되며 이른바 '재팬 패싱'에 대한 우려는 오히려 북미 1차 정상회담 때보다 더욱 커진 상황이다. 이 때문에 2차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핵심적인 요구들이 완전히 배제되는 악몽과도 같은 상황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며 일본의 속내는 편치 않다. 

 

전직 일본 고위 관리는 북한의 군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데 미국이 대북 제재를 해제하는 '악몽 같은 시나리오'가 나올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할 정도로 공을 들여왔던 미·일 공조가 이제 한계에 봉착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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