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성 방통위원장, https 차단 국민청원 ”검열안해, 공감 못얻어 송구”

"불법 도박·몰카는 차단해야.. 소통 부족일 뿐 검열 아니다. 오해 말길" 사과

정현숙 | 입력 : 2019/02/23 [09:59]

"규제 적정성 논의…꼭 필요한 조치만 할 것"

 

지난 11일 청와대의 국민청원 게시판에 ‘https 차단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이 올라왔다. 온라인 커뮤니티 곳곳에서 ‘해외 DNS 서버로 우회했는데 해외 (불법) 사이트 접속이 되지 않는다’며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이효성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이후 ‘중국처럼 검열 국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댓글이 쏟아졌다.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21일 최근 불거지고 있는 ‘보안접속(https) 차단’ 논란과 관련해 "국민들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며 사과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청와대 SNS에 게재한 ‘https 차단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을 통해 “정책 결정 과정에서 국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소통하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국민 모두 불법성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에 대해 꼭 필요한 조치만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또한 “표현의 자유는 정부의 국정철학”이라며 “동시에 누군가의 존엄성을 말살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규제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지난 11일부터 음란·도박 사이트 등에 대해 https 사이트를 차단할 수 있는 SNI(서버 네임 인디케이션) 기술을 통해 규제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감시도구’, ‘실효성 논란’ 등을 두고 갑론을박이 끊이질 않았다. 

 

결국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관련 청원들이 줄을 이었고, 이 가운데 엿새 만에 답변기준인 20만명을 돌파한 청원에 이 위원장이 직접 나서 답변한 것이다. 이 위원장은 “검열은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며 “혹시나 (있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조차 정부에 대한 신뢰가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라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녹화 영상으로 사과 입장을 밝히면서도 이번 차단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과거 해보지 않았던 방식을 결정하면서 국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소통하는 노력이 부족했다”면서 “여러 가지로 송구하다. 늦었지만 투명하게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불법 도박 시장이 2015년 기준 무려 47조원이고 국경 없는 온라인에서 심각한 폐해를 낳고 있다. 불법 촬영물, 이른바 몰카가 피해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에 빠뜨리고 심지어 스스로 목숨을 끊게도 한다”고 진단했다.

 

이 위원장은 “우리 정부는 성인이 합법적으로 무엇을 하든, 무엇을 보든, 국가가 관여해서도 안 되고 관여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불법 도박과 피해자를 지옥으로 몰아넣는 불법 촬영물은 삭제되고 차단되어야 한다. 불법에 대한 관용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새로 도입된 SNI 차단 기술에 대해 “서버 네임이 불법 사이트와 일치하면 기계적으로 접속을 차단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차단 대상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하며 이번에 불법 도박사이트 776곳과 불법 촬영물이 있는 음란 사이트 96곳에 차단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그는 이어 “불법 사이트의 차단 및 피해자 보호라는 공익과 이에 대한 수단으로서 인터넷 규제 수준의 적정성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국내법으로 규제할 수 없는 해외 사이트 불법행위에 어떻게 대응할지 국가 간 논의도 더 필요하다”며 “창과 방패처럼, 막는 기술이 나오면 뚫는 기술도 나온다”고 말했다.

 

또한 “우회기술이 있다하더라도 피해자를 방치할 수 없다”며 “더 나은 방법에 대해 의견을 주면 경청하고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5·18 왜곡 영상 '북한군 침투설’ ‘역사왜곡’ 유튜브 등 37건 차단

 

▲ 5·18 왜곡 유튜브 영상 화면 갈무리.

뉴스타운TV 5·18 왜곡 유튜브 영상 화면.

 

한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그동안 유튜브에 올라온 5·18 민주화운동 왜곡 영상 37건을 차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디어오늘이 방통심의위로부터 받은 ‘5·18 민주화운동 관련 유튜브 시정요구’ 내역에 따르면 방통심의위는 2012년부터 현재까지 관련 영상 37건을 ‘접속차단’했다.

 

시기별로 살펴보면 2014년 22건, 2015년 10건, 2017년 5건 심의 제재를 결정했다. 제재 사유는 정보통신심의규정 상 ‘역사 왜곡’ ‘차별 및 편견 조장’ 조항 위반이다. 

 

방통심의위가 심의 제재한 영상 가운데 36건은 북한군 침투설을 다뤘고 1건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을 사주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5·18 북한군 침투설은 “5·18 광주에 북한특수군 600명왔다!!” “5·18 광주사태시 북괴군이 침투했다는 증언” “북한군 장교 탈북자 임천용씨 인터뷰 동영상” 등으로 “광주무장폭동은 북한특수군 600명이 축차적으로 남파돼 대한민국을 전복시키기 위해 작전을 수행한 비극의 사건이었다”

 

“탈북자 이주성과 5.18 당시 북한에서 특전사를 남파했으며, 북한에서 그 업적을 기리기 위해 기념행사 등을 진행했다” “5.18 당시 북한군이 남파되어 시민을 살해했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례적으로 종합편성채널을 방영한 내용을 그대로 내보낸 경우 심의 제재한 사례도 있다. 2015년도에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와 채널A ‘김광현의 탕탕평평’에서 5·18 민주화운동 북한군 침투설을 다뤄 법정제재했는데, 방통심의위는 같은 내용을 다룬 유튜브 영상에 삭제 및 접속차단을 결정했다. 

 

앞서 민주당 ‘허위조작정보 대책특별위원회’는 ‘5·18 북한군 침투설’을 다룬 영상 58건과 ‘5·18 유공자가 북한에서 영웅 대접을 받는다거나 공무원 자리를 싹쓸이했다’는 등 유족과 관련한 영상 6건 등 총 64건에 심의 민원을 제기했는데 이들 영상 역시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인터넷 게시물이 대상인 방통심의위 통신심의의 경우 네이버와 다음 등 한국 사이트에 게재된 게시물에는 ‘삭제조치’를 시정요구 할 수 있지만, 유튜브 등 해외 사이트에는 사업자가 아닌 통신사에 접속차단을 요청해 우회적으로 접속되지 않도록 한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유튜브의 경우 통신사를 통해 접속망을 차단하는 방법과 자율규제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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