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북미 회담, 그러나 우리 미래의 주인은 우리다​

더 적극적으로 민간차원에서 남북관계를 보다 실질적으로 개선하고 우리 스스로 물꼬를 터 나가야

권종상 | 입력 : 2019/03/05 [22:58]

3.1절 백주년을 맞는 기분들이 많이 착잡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대했던 북미 제 2차 정상회담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는 뉴스는 많은 이들의 가슴이 휑해지도록 만들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이 뉴스를 누구보다 반기는 세력들도 있겠지요. 그동안 늘 평화 프로세스를 방해해 오던 일본과 그들을 추종하는 무리들에겐 꽤나 기쁜 소식이 됐을걸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트럼프가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것과 달리, 북한이 요구했던 것은 제재 전면 해제 조치가 아닌 부분 해제였음이 리용호 북 외무상의 기자회견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즉, 미국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트럼프는 이번 회담에서 자신이 스스로 협상 타결을 원치 않았다는 것이 드러난 겁니다. 이미 많은 이들이 짐작하신대로 이는 북미간에 어떤 특별한 문제가 있었다기보다는, 트럼프의 미국 내 정치적 위기 때문에 빚어진 것으로 봐야 합니다.

어제 미국 뉴스, 특히 CNN 등엔 북미 회담 관련 뉴스의 비중은 적었습니다. 대신 트럼프의 김백준, 마이클 코언의 쏟아지는 충격적 증언만을 도드라지게 방송했습니다. 트럼프로서는 자신에게 닥친 이 정치적 위기를 넘어설 빅 쇼가 필요했을 것이고, 그것이 북미 협상에서 이미 다 작성되기까지 한 합의문에 사인하지 않도록 만들었다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트럼프에겐 이제 노벨상같은 상징성보다는 자신의 구명을 위해 북한과의 협상 카드를 쓸 수 없을 지경으로 몰린 상황이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트럼프로서는 이 카드를 자신의 재선 시점에 맞추어야 할 상황이 된 것이지요. 아울러 이것을 통해 자기 지지자들과 자기 반대자들에게 동시에 이미지 개선용 카드로 사용한다는 전략이 서 있었을 것이고, 협상의 마지막 순간에 미국 국내정치 상황을 보고받은 그가 일단은 서명을 유보한다는 결정을 하도록 만들었을 겁니다.

이번 서명 유보 결정으로 아쉬운 것은 우선 남북한 경협의 시간표가 뒤로 물려졌다는 겁니다. 당장 한국 내 건설 관련 주가가 폭락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이번 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면 남북경협의 속도는 말도 못 하게 빨라졌을 것이고, 박근혜의 뻘짓으로 생계의 터전을 한 순간에 잃어버렸던 많은 기업가들이 회생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트럼프는 북한 카드를 그의 생존 수단으로 쓰기 위해 다시 감춰 버렸고, 이것은 많은 이들에게 실망을 넘어선 절망감까지 안겨줬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제 보다 적극적으로 민간 차원에서 남북 관계를 보다 실질적으로 개선하고 우리 스스로 물꼬를 터 나가야 합니다. 당장 경협이 벽에 부딪혔다고는 하지만, 학술교류, 의학교류 같은 방법들이 있습니다. 우리 민족 내부에 만들어진 동력들을 유지해 나가는 노력이 그 어느때보다도 절실해졌습니다. 아마 이런 점에서는 청와대에서도 고민이 많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북미가 만나도록 이 분위기를 조성해 온 대통령에게 더 큰 책무가 맡겨졌다는 점에서 어쩌면 지금의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단지, 시간표가 조금 뒤로 밀렸을 뿐입니다.

저도 해외동포로서 우리 지역 의원들에게 편지를 쓸 생각입니다. 이미 이런 운동을 전개해 나가는 타 지역의 동포들과 함께 힘을 모아 연방의회에 우리 민족이 얼마나 평화를 갈망하고 있는지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제 처지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이런 것 밖에 없다는 게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한민족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반드시 해야겠다는 투지 같은 것이 솟아 오릅니다. 우리 후손에게도 분단되어 적대시하는 조국을 물려줄 수는 없으므로.

그리고 이것을 '협상 결렬'이라고 보도하는 언론들에겐 불만이 많습니다. 지금까지 보도된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이것은 '서명 유보'에 가깝지, 협상의 결렬이라고 보는 건 억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타결이 되지 않았던 것이지, 분명히 대화의 여지는 남겨져 있습니다. 그런데 기레기 분들은 여전히 이것을 협상 결렬로만 바라보고 싶은 건지, 그렇게만 강조해서 이야기하는군요.

물론, 아직도 미국의 입김 때문에 우리 민족 내부의 일이 제약받는 이 상황은 아쉽고 아픈 부분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어쩌겠습니까. 애초에 일본으로부터 독립되고 나서 이승만 같은 자가 정권을 잡아 전쟁통에 국군 통수권을 미국에 넘기고 정전협정에 당사자로 서명조차 안했던, 그리고 나서 자신의 장기집권 기반만을 닦았던 것과 그에게 빌붙어 목숨을 도모했던 친일 매국노들이 싸질러 놓은 똥을 제대로 치우지 못한 것의 후과이거늘.

 

문재인 대통령이 친일의 오욕된 역사를 지워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이런 면에서 강조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3.1 항일운동 1백년, 새로운 '공화국'을 우리가 선포한 이래 한 세기가 흐르고 새로운 세기를 맞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여기서 절망할 수 없습니다. 반드시 우리의 평화 의지를 다시 만방에 그날처럼 선포하고, 우리가 주인이 되어 우리에게 맞갖는 평화를 쟁취해야 할 때입니다.

대한 독립 만세.

시애틀에서...작성자 권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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