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운동은 이승만이 주도해” 황당 주장.. 정치집회로 변질된 한기총

복음을 설파하는 교회를 '가짜뉴스' 퍼트려 정치집회 만든 전광훈 목사의 불도저 전횡

정현숙 | 입력 : 2019/03/06 [08:32]

'정부 비난과 주사파, 빨갱이 등을 강조' 교회 정치 세력화

'나라가 망해가는 상황에 이를 살릴 길은 오직 한기총'

 

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전 �통령 탄핵에 반발하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1 운동 일으켰다는 이승만.. 2·8 독립선언, 3·1 독립선언 어디에도 행적 없어

 

지난 1일 3·1절 100주년을 맞이해 거국적인 기념행사가 치뤄졌다. 그러나 한기총은 광화문 인근에서 '문재인 탄핵 3·1절 범국민대회'를 주최했다. 이 행사에서 한기총 회장인 전광훈 목사는 "공부도 안 한 녀석들이 오늘도 전국에서 3·1 독립운동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3·1 운동은 이승만이 일으킨 것이다."라고 주장하면서 목청을 높였다.

 

또 "대한민국은 이승만 대통령을 통해 1948년 8월 15일 건국됐다. 이거 외에 딴소리 하는 놈들은 대한민국에서 살 자격 없다. 차라리 북한으로 가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면서 환호했다. 이날 집회를 주최한 한기총의 주제는 한마디로 복음 전파가 아니라 '3·1 운동 이승만 주도설'과 '1948년 건국설' '문재인 탄핵'으로 되풀이 된 정치 집회였다.

 

전 목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이 1919년 3월 1일부터 건국됐다고 거짓말 한다면서 범죄행위를 하고 있다고 맹비난 했다. 전광훈 목사의 말대로 3·1 운동이 과연 이승만이 주도한 것이 맞는 것인가. 사실을 확인해 보면 그의 말은 대체로 자의에 의한 억측이다. 공훈전자사료관에서 공개한 '독립운동사 제2권'은 3·1 운동의 주도체를 종교 단체와 학생으로 서술하고 있다.

 

이데일리에 따르면 "1919년 2월 24일 천도교와 기독교의 협력에 불교와 학생들의 합류가 이어져 3·1 운동의 주도체가 비로소 단일화되었다."고 설명하며 "2월 28일까지 민족대표 33인이 선정되었고 독립선언서의 인쇄, 배포 등 거사에 필요한 준비가 완전히 끝났다."고 당시 상황을 서술했다.

 

3·1 독립선언서 선포와 함께 만세 운동이 시작됐지만, 이승만은 현장에 없었고 민족대표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이승만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3·1 운동이 준비 단계이던 당시 이승만은 미국에 있었다.

 

김도형과 박은식의 '한국독립운동지혈사'에 따르면 이승만은 워싱턴에서 파리강화회의의 한국 대표로 출국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여권을 발급해주지 않아 결국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고, 수일이 지난 3월 10일 서재필로부터 3·1 운동 소식을 뒤늦게 접했다.

 

3·1 운동의 도화선 역할을 했던 것은 약 한 달 전에 선포된 2·8 독립선언서였다. 국가기록원의 국가지정기록물인 '3·1 운동 관련 독립선언서류'에 따르면 이 선언은 1919년 2월 8일 조선청년독립단 명의로 재일본도쿄조선YMCA 회관에서 낭독됐다.

 

2·8 독립선언서는 도쿄 유학생이었던 이광수가 대표로 집필했고, 국내에 반입되어 3·1 독립선언서의 기초가 됐다. 하지만 여기서도 역시 이승만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YMCA가 국제단체인 점을 고려할 때, 같은 단체에서 활동한 이승만의 영향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1995년 중앙일보가 기획한 '이승만과 대한민국 탄생' 기사를 보더라도 이승만의 YMCA 주 활동은 국내에서 이뤄졌다.

 

교회를 정치집회로 변질시킨 한기총... 누구도 설득시킬 수 없어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전광훈 목사가 주도한 이번 3·1절 국민대회 주제는 한마디로 문재인 탄핵 집회였다물론 이 주제에 대한 임원회의의 논의나 허락은 없었다다만 국민대회를 단독으로 개최하는 것에 대해서만 허락했고이를 전 목사에게 전권을 위임했을 뿐이다그리고 전권을 위임받은 전 목사가 내놓은 주제가 바로 문재인 탄핵 집회였다.

 

한기총 대표회장인 전광훈 목사는 범국민대회에서 '3·1 운동 이승만 주도설'과 동시에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고 기독자유당 지지를 호소했다. 전광훈 목사는 "이승만이 3·1 운동을 일으켰다."라는 발언과 함께 "정부가 광화문에서 행사를 주도하고 있다. 이 것은 3·1절 행사가 아니라 범죄행위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1948년 건국설'을 이야기하며 "건국을 부정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함께 연단에 오른 고영일 변호사는 "우리 교회가 기독자유당에 참여해서 여의도에 입성시킬 때 문재인 정권이 퇴진할 줄로 믿는다."고 이야기했다.

 

지난 3월 1일 CBS 뉴스는 이 행사를 두고 '사실상 정치 집회'라고 보도했다. 겉으로는 3.1 운동 행사를 표방하고 있지만 강한 정치, 종교 성향을 띄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승만이 3·1 운동을 일으켰다."라는 주장이 불편부당성과 객관성을 갖춘 시선에서 나온 것인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한기총 임원회의의 전광훈 목사

 

1989년 12월에 한경직 목사를 초대 대표로 설립된 한기총은 한국 기독교의 교단, 단체, 그리고 원로들이 모인 연합기관으로서 대표회장이 사랑제일교회를 시무하는 전광훈 목사다. 스스로 "한기총이 한국교회를 대표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한기총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1960년 박정희 군사 독재 정권 시절, 삼선개헌에 찬성하는 교회가 전신이 되어 설립되었다. 1924년 창립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용공이라 비판하며 이를 견제하기 위한 정치적, 사회적 목적으로 창설되었다.

 

한기총이 보수적 성향으로 출발하기는 했지만어디까지나 근본은 교회다복음을 전하고사람을 품는 것이 가장 먼저인 집단이다하지만 한기총은 지금 그 어떤 정치단체보다 더 극으로 치달으며분열과 대립을 가속화 하고 있다다만 그 구성원이 그 심각성에 대해 깨닫고 있지 못할 뿐이다.

 

전광훈 전횡에 불만.. 회의체 상실, ‘임원회’는 허수아비로 전락?

 

한기총은 지난 2월 15일 대표회장으로 취임한 전광훈 목사의 일방 독주 체제로 굳어지는 모습이다대부분의 사업이나 인사는 모두 전 목사가 결정하고추진하며임원회에는 이를 보고할 뿐이다매번 임원회에 앞서 성경에서 말하는 초대교회의 회의 자세를 강조하는 전 목사지만정작 그가 진행하는 회의에서는 일방적인 브리핑만 있을 뿐,회의는 없었다.

 

3월 4일 열린 임시임원회 역시 전 목사의’ ‘전 목사에 의한’ ‘전 목사를 위한’ 임원회란 인상이 강했다임원들의 입에서는 동의제창 외 사업과 관련한 구체적인 발언이나평범한 의견 제시조차 찾아보기 어려웠다.

 

사전 예배 설교를 포함해 매 사안마다 현 정부에 대한 비난과 주사파빨갱이 등을 강조하며나라가 망해가는 상황에 이를 살릴 길은 오직 한기총 뿐이라고 강조했다그런 중에 전 목사가 제시한 모든 안건은 단 한명의 이의도 없이 통과됐다.

 

애초에 한기총이 보여줬던 상식적인 회의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절차와 과정이 무시된 사안에 대해서도 일말의 문제도 제기되지 않았다일례로 전광훈 목사는 한기총의 이름으로 지난주 일간지에 이승만 대학 설립 발기인 대회’ 광고를 게재했다광고에는 발기인 대회가 3월 4일 오후 2시 프레스센터로 명시됐다.

 

하지만 이 광고는 한기총이 전혀 인지한 내용이 아니었다심지어 지난 2월 25일 열린 임원회에서조차 논의된 적이 없는 사안이었다임원회의 검토나 허락도 없이 덜컥 이승만 대학 설립 발기인 대회가 한기총의 이름으로 나간 것이다

 

이뿐 아니라 이 광고에는 한기총의 은행 계좌를 명기해 후원까지 요청하고 있다대학 설립이라는 중차대한 사안은 물론이고후원까지 요청한 광고가 임원회의 어떠한 허락도 없이 진행된 것이다그리고 정작 전 목사가 이승만 대학과 관련해 임원회의 동의를 받은 것은 광고가 발표된 후인 3월 4일 임시 임원회에서였다

 

발기인 대회를 고작 2시간여 앞둔 시점이었다한기총은 지난 창립 30년 이래 단 한 번도 대학 설립에 관심을 가져본 적도연구를 한 적도이를 논의한 적도 없다이승만 대학을 추진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적은 당연히 없다하지만 이 모든 것이 전광훈 목사의 단 몇 분의 브리핑으로 결정됐다그리고 두 시간 후 한기총은 대학 설립의 첫 발을 내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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