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한당 '선거제 합의' 셀프 뒤집고 "비례대표 없애자”..'내각제' 거론한 나경원

"비례대표 없애고 의원수 30석 줄이자" 나경원 발표에 분노한 심상정 "뺨 맞은 느낌"

정현숙 | 입력 : 2019/03/11 [10:29]

자한당 "내각제 안되면 연동형 비례 찬성 못해" '선거제 합의' 끝내 걷어차

 

 

'비례대표 0%’, 의원정수 10% 감축 몽니 나경원.. 헌법 위반 논란

 

자유한국당이 지난해 12월 15일 여야 5당이 검토해 합의 도출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손바닥 뒤집듯 팽개치고 있다.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아예 없애고 의원 정수(300석)를 현행보다 10% 줄여 전체 의석수를 270석으로 하자고 어깃장을 놓는 것이다.
 
비례의원을 현행 47석에서 75석으로 늘리자는 민주당과 정당 득표율에 따라 정당별 의석수를 결정하자는 다른 야당의 방안과 확연히 달라 여야 대립이 격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제 와 합의를 깨는 자한당의 속내가 논란이 되고 있다.
 
자한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10일 비례대표를 아예 없애고 의석수도 30석을 줄이자는 선거제 개편안을 내놓은 데 대해 자한당을 제외한 여야 정당들은 일제히 "꼼수"라고 질타하며 패스트트랙을 통한 연동형 비례대표 관철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달 들어 겨우 열린 임시국회가 선거제 개편을 놓고 시작부터 삐걱거릴 조짐이다. 이번 회기에서도 민생법안 처리가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강병원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내각제 개헌과 비례대표 폐지를 통한 의원정수 축소 주장은 여야4당의 선거제 개혁논의를 방해하기 위한 훼방안일 뿐"이라며 "여야4당이 의원정수 확대를 반대하는 국민 여론을 고려하여 마련한 300석 안에 대한 반대를 위한 반대안일 뿐"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자유한국당 맘에 들지 않는다고 국회법이 보장한 패스트트랙 추진을 독재라고 왜곡해 비난하는 것은 오히려 독재적 발상"이라며 "자유한국당은 국민적 요구 실현을 위한 여야4당의 선거제 개혁과 개혁입법과제 실현을 위한 노력에 내각제 개헌과 의원정수 축소안으로 훼방놓지 말고 진정성 있는 선거제 개혁안을 제시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도 "왜곡된 선거제도를 고쳐 민심을 담는 선거제도 개혁안을 제시하자 했더니, 민심을 모조리 도려낸 황당무계한 개악안을 제시했다"며 "한마디로 일고의 논할 가치도 없는 당론으로 개악안도 이런 개악안이 없다"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민에게 약속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중심으로 한 선거제도 개혁 5당 합의문을 오늘을 기점으로 휴지조각으로 만들어 버렸다"며 "대국민 약속을 손쉽게 어긴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선거제도 개혁 패스트트랙 추진을 하면 의원직 총사퇴를 하겠다는 그 선언만큼은 꼭 지켜주길 당부한다"고 힐난했다.
 
야 3당은 11일 조찬 회동에서 비례대표제를 없애고, 국회의원 정수를 270명으로 줄이는 자한당의 선거제 개편안에 대해 헌법 위반이라며 반발하면서 여당인 민주당과 패스트트랙 법안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민주당과 야 4당은 이에 따라 12일까지 원내대표 간 패트스트랙 협상을 마무리 짓겠다는 방침이다.

 

각 당 원내대표는 이날부터 패스트트랙 대상이 되는 법안과 해당 법안들의 내용에 대해 조율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여야 4당은 자한당이 내놓은 선거제 개편안이 헌법 위반이라며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헌법 41조 3항에 따르면 "국회의원의 선거구와 비례대표제 기타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돼 있어, 선거구와 비례대표제를 명시하고 있다. 그 때문에 비례대표제를 아예 없애자고 주장하는 자한당의 주장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

 

심상정 "숙제하랬더니 자퇴서 낸 한국당에게 뺨 맞은 느낌"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참았던 분노를 쏟아냈다. "얼마나 인내심을 갖고 선거제도 개혁에 전향적 자세를 갖길 기다렸는데... 결국 뺨 맞은 그런 느낌이다." 11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헌법 41조 3항에 비례 대표제에 대해서 법률로 정하도록 명시적인 입법 명령 조항이 있다"며 "이건 우리 나경원 대표가 율사 출신인데 이제 헌법도 잊어버리셨나. 그런 생각이 든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나경원 안을 "어깃장을 놓기 위한 청개구리 안"이라고 규정했다. 오히려 "패스트트랙 빨리하라고 등 떠미는 안"이라는 것. 그는 "국회 불신을 방패막이 삼아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하고 여론에 편승에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이런 얄팍한 정치는 더 이상 용인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의원직 총사퇴도 불사하겠다는 자한당의 주장엔 "밀린 숙제 하라고 하니까 자퇴서 내겠다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심 위원장은 "지금까지 의원직 총사퇴를 이야기하고 한 번도 지킨 적이 없었다. 인터넷에선 제발 약속 좀 지키라는 비아냥도 많은데, 제1야당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책임 있는 자세를 가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한국당 원내대표는 헌법 부정하는 발언한 것"이라면서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반대하며 비례제 폐지와 의원 정수 10% 감축안을 대안으로 내놓았다”며 “이는 지난해 12월 5당 원내대표 합의 내용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라 강한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5당 '선거제 개혁→개헌' 합의 뒤집고 비례대표 없애자는 자한당의 '퇴행'

 

자한당이 비례대표 의석을 모두 없애고 이를 지역구 의석으로 채우겠다는 발상은 지금껏 이어온 선거제 개혁 논의를 퇴행시키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지역구에서 최다 득표자 한명이 당선되는 현행 소선거구제는 ‘사표’를 양산하고 거대 정당이 과다 대표되는 고질적인 문제가 지적돼왔다.

 

또 소수정당의 국회 진입이 어려워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이런 이유로 비례대표 의원 수를 확대하면서,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자한당의 비례대표 폐지 주장은 정치권 안팎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던 이런 선거제 개혁 논의를 원점으로 되돌리고, 나아가 현행 선거제를 ‘개악’하려는 시도인 셈이다.

 

‘의원내각제 개헌’을 선거제 개혁의 선행조건으로 내세운 것은 지난해 12월15일 나 원내대표를 포함한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서명한 합의 내용에도 어긋난다. 당시 합의문 문구는 “선거제도 개혁 관련 법안 개정과 동시에 곧바로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 논의를 시작한다”였다. 그러나 나 원내대표는 이날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의원내각제 요소를 도입해놓고 내각제 개헌을 하지 않으면 극심한 정치적 혼란이 있을 수 있다”며 선거제 개혁보다 개헌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지난해 12월 15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검토를 합의한 것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연합뉴스


하지만 권력의 무게중심을 대통령에서 의회로 옮기는 내각제는 국회에 대한 불신만큼이나 국민들의 거부감이 큰 게 현실이다. 또 대통령의 권한을 국회에 나누려면, 선거제 개혁을 통해 ‘민심’에 따라 의석수가 배분되는 비례성 강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왔다.

 

자한당이 이를 뒤집고 ‘내각제 개헌’을 전제조건으로 내건 것이 결국은 선거제 개혁 논의를 저지하려는 ‘꼼수’에 불과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더구나 자한당이 ‘의원 정수 10% 감축, 비례대표제 폐지, 개헌’을 제시한 이날은 여야 4당이 선거제 개혁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기에 앞서 자한당에 개편안을 내라고 요구한 최종 시한이었다. ‘형식적으로’ 선거제 개편 대안을 내놓았다고 주장할 수 있게 된 자한당은 이제 여야 4당의 선거제 개혁 패스트트랙에 강하게 반발할 태세다.

 

자한당의 선거제 개편안으로 여야 4당이 똘똘 뭉치며 패스트트랙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하지만 여야 4당의 협상에는 암초도 적지 않다. 우선 비례대표제 의석수나 연동형 방식 등 선거법의 구체적 내용이 정해지지 않은 데다, 야 4당이 패스트트랙 대상 법안 수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어서 대상 법안을 둘러싼 협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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