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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방정오-장자연 통화' 진술 확보.. 풀려가는 퍼즐에 TV조선 '법적 대응'

고인의 10주기를 맞아 되짚어본 장자연 사건..'31명의 악마.. 이제는 처벌해야'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9/03/25 [13:48]

KBS '방정오-장자연 통화' 진술 확보.. 풀려가는 퍼즐에 TV조선 '법적 대응'

고인의 10주기를 맞아 되짚어본 장자연 사건..'31명의 악마.. 이제는 처벌해야'

서울의소리 | 입력 : 2019/03/25 [13:48]

'장자연 사건' 개인의 비극을 넘어 사회적 비극.. '이제는 처벌해야'

 

KBS 뉴스9 21일 보도 화면 캡쳐.

 

KBS “장자연·방정오 통화내역 삭제 압력” TV조선 “법적 대응” 으름장

 

KBS 1TV 'KBS 뉴스9'는 지난 21일 저녁 방송에서 "대검 진상조사단이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와 장자연 씨 간 통화 내역이 있었고, 이 내역을 삭제하기 위해 조선일보가 경찰에 압력을 넣었다는 관계자 진술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KBS가 대검 진상조사단이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와 고 장자연씨가 통화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보도한 데 대해 TV조선이 사실무근이라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TV조선은 25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KBS 보도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TV조선은 “방 전 대표는 장씨와 통화한 사실이 전혀 없고 조선일보가 경찰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며 “방 전 대표는 허위보도를 한 KBS와 해당 기자에 대해 언론중재위에 정정보도를 신청할 것이다. 동시에 법적 대응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는 2009년 경찰이 장자연 씨 성 접대 의혹 사건을 수사하던 때부터 고인과 술자리를 가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술자리에서 한 시간만 있다가 자리를 떴으며 이후 장 씨와 통화하거나 만난 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접대 강요·수사 외압 의혹" 장자연 사건 풀어야 할 의혹

 

故 장자연 씨 사건에서 규명해야 할 의혹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소속사 대표가 장 씨에게 접대를 강요했다는 부분이다. 조사단은 장 씨가 연예계는 물론, 조선일보를 포함한 언론계, 그리고 금융계와 재벌 일가에까지 접대를 강요받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장 씨가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과 35차례 통화했고, 만난 적도 있다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면서 접대 대상자들의 범위는 더욱 넓어졌다. 당시 검경 수사에 외압이 가해졌다는 의혹도 풀어야 할 과제다.

 

MBC ‘PD수첩’

 

방정오 전 대표는 부인하고 있지만 조사단은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와 장 씨와의 통화내역이 있었고, 이 통화내역을 삭제하기 위해 조선일보가 경찰에 압력을 넣었다는 관계자 진술을 확보했다. 당시 수사 지휘 라인도 조사 대상이다.

 

장 씨의 접대 대상자로 지목된 인물은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조사단은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을 불러 외압 의혹을 조사했다. 또 2008년 가을 장 씨와 술자리를 가졌다는 의혹이 제기된 권재진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도 조사를 시도했지만, 권 전 장관은 조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단은 특히 권 전 장관이 2009년 수사 당시 서울고검장으로 검찰 내 2인자 격인 고위 간부였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권 전 장관은 KBS와의 통화에서 "장 씨를 모르고, 술자리에 동석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남은 두달 동안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이자 잠적 중인 소속사 대표 김종승 씨와 전 매니저 유 모 씨를 직접 조사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윤지오, 사라진 '장자연 문건 속 리스트'.. '또다른 방 씨·국회의원' 봤다"

 

고 장자연 씨 사건과 관련한 유일한 목격자이자 증언자인 동료배우 윤지오 씨가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에서 봤다는 언론사 사주 일가 '방 씨들'과 '특이한 이름의 국회의원'에 대해 좀더 구체적인 진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방 씨를 봤고 사주 일가 가운데 2명을 술자리에서 직접 봤고, 특이한 이름의 국회의원 역시 술자리에서 봤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문건을 직접 본 사람 가운데 유일한 증언자인 동료 배우 윤지오 씨는 이 문건 속 이름을 최근 진상조사단에 진술했다.

 

먼저 윤 씨는 장자연 씨 문건에서 봤다는 '성이 같은 언론사 사주 일가 3명'의 이름을 진술했다. 조사단이 장 씨와 만난 것으로 보고 소환 조사한 방 씨 일가는 지금까지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과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 두 명, 그런데 또 다른 방 씨들에 대한 진술이 나온 거다.

 

배우 윤�오 인터뷰.사진=KBS뉴스 캡처

배우 윤지오 씨 KBS 인터뷰 화면

 

윤 씨는 방 씨들 가운데 2명은 술자리에서도 직접 봤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새로운 인물은 '국회의원'이다. 이부분에 대해서 윤지오 씨 법률 대리인인 차혜령 변호사는 조사단에서 국회의원이 누군가에 대해서도 질문이 나왔었고, 그 부분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특이한 이름을 가진 사람'으로 사진하고 대조해 확인을 했다고 했다.

 

윤 씨는 진상조사단에 '이름이 특이한 국회의원'을 명확히 전달하면서 "이 국회의원을 직접 술자리에서 봤는데 당시 '국회의원 배지'로 보이는 것을 달고 있었다"고 진술 했다.

 

새롭게 등장한 인물들은 단순히 문건에 적힌 게 아니라, 윤 씨가 접대 자리에서 '목격'을 했기 때문에 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조사단은 이 인물들이 장자연 씨와 접촉했던 증거가 있는지 추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장자연 10주기..'31명의 악마들.. 이제는 처벌해야'

 

장자연 씨는 사회 고위층인 유력 인사들에게 술자리와 성 접대, 폭력을 당했다는 문건을 남겼다. 문건에는 언론 방송관계자, 연예기획사 관계자, 대기업과 금융업 종사자 등 31명에게 술 접대와 성상납을 강요당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세간에 나도는 ‘장자연 리스트’다.

 

리스트를 통해 고 장자연 씨는 신문·방송사 고위직과 PD들, 감독들, 재벌, 대기업 관계자 등이 자신을 노리개 취급하고 사기 치고 몸을 빼앗았다고 울부짖었다. 그녀는 “언제까지 이렇게 이용당하면서 살아야 할지 머리가 혼란스럽고 터질 것 같고 미쳐버릴 것 같다”는 내용과 함께 돌아올 수 없는 길을 택했다.

 

장자연 문건에는 당시 ‘밤의 대통령’이라 불리던 최대 일간지 사주를 비롯해 사회 유력인사들이 많았다. 사건 발생 당시에도 수사기관이 의도적으로 부실한 대응을 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실제로 2009년 조사에서는 문건에 언급된 사람들은 하나도 기소되지 않고, 소속사 사장과 매니저만 유죄 처벌받았다. 몸통은 놔둔 채 꼬리만 자른 거다.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은 8년 전인 2011년 3월 7일, 장자연 리스트를 두고 “우리는 31명의 악마들이 누군지 안다”며 “법 위에 군림하는 악마들을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제는 그 말이 지켜져야 할 때다. 공소시효에 상관없이 누가 그런 범죄를 저질렀는지 밝혀야 한다. 장자연 사건은 아직까지 현재 진행 중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도 문건만 존재할 뿐, 가해자가 얼마나 대단한 권력의 소유자인지 그들에 대한 처벌이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수사기관은 아예 처벌 의지가 없었다. '장자연 리스트'를 최초로 보도한 임종빈 KBS 기자는 얼마 전 KBS 1TV ‘오늘밤 김제동’에 출연해 당시 상황을 돌이켰다.

 

임종빈 기자는 2009년 취재 당시 검찰 라인의 수사 의지에 의문을 느꼈다면서 “상주했던 경찰 수사본부에서는 ‘검찰 쪽에서 사건을 키우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왔다고 했다. 또한 “담당 수사라인의 검사가 ‘근거가 없어서 혐의 적용이 어렵다. 무엇으로 처벌을 하냐’고 취재진에게 반문하기도 했고, 경찰은 ‘영장을 신청해도, 검찰 쪽에서 막히는 경우가 많다’는 진술도 있었다”라고 말해 수사의지는 아예 첨부터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지만 장자연 사건은 그대로 가라앉지 않았다.  PD수첩이 불씨를 살렸다. 지난해 PD수첩은 7월 24, 31일에 걸쳐 ‘故 장자연’ 사건에 대한 경찰의 부실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과 방정오 TV조선 대표이사 전무,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 등이 제대로 된 경찰 수사를 받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사건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장이던 조현오 씨는 조선일보 핵심 관계자가 두 번 찾아와 “‘이명박 정부가 우리(조선일보)하고 한 번 붙겠다는 거냐’는 이야기까지도 했다”며 조선일보는 정권을 퇴출할 수도 있고 창출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고 외압이 있었음을 시인했다.

 

저 높은 사회 권력층 다수가 저지른 비리가 한 개인의 자살이라는 비극으로 끝이 났다. 하지만 장자연 사건은 단순히 한 개인의 비극으로 끝나지 않는다. 연예계가 사회적 권력을 가진 이들과 결탁해 성접대까지 했던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의 압축판이다. 또한 권력이 저지른 범죄를 파헤쳐야 할 수사기관이 사건을 덮으면서 힘없는 국민을 지켜 주지 못하고 권력에 유착해 임무를 스스로 져버린 도덕불감증의 끝판을 보여줬다.

 

30세 젊은 나이로 세상을 등진 장자연 씨의 10주기를 맞아 그의 죽음을 다시 되짚어 봤다. 그의 억울한 죽음을 하늘도 아는지 늦게나마 갖가지 정황과 목격자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다시 덮어 버리고 지난 과거로만 취급한다면 어디선가 제2의 장자연 사건이 벌어질 수도 있다.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고 밤이 깊을수록 촛불은 더욱 선명하게 타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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