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드 보복은 옛말...”한국 기업 모십니다” 러브콜 재개

"돈은 중국 지방 정부가 대부분 낼테니 한국 기업과 협력·교류 강화의 기회를 만들어달라."

서울의소리 | 입력 : 2019/04/09 [10:02]

"기회의 땅" "경계해야"한다는 엇갈리는 반응

 

8일 허난성 정저우시 힐튼 호텔에서 열린 한·중 청년기업가 포럼에서 한국과 중국에서 온 100명의 기업가들이 사회자의 행사 진행 소개를 듣고 있다. 자료:중국 한국인회 제공

 

중국의 위기는 한국 기업들에는 위기이자 동시에 기회

 

중국 경제의 불황 속에 한국 기업들이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직격탄으로 힘들어진 중국 지방정부가 외국 기업유치에 사활을 걸면서 한국 기업이 내륙 진출의 계기로 활용하고 있다.

 

사드(THAAD) 갈등으로 한때 끊겼던 중국 지방정부들의 한국 기업 투자 유치 발걸음이 다시 분주해지고 있다. 최근 중국 산둥성과 광둥성의 성장이 잇따라 한국을 방문해 투자 유치 활동을 했고, 허난성에서는 한·중 산업단지를 새로 만들기로 하는 등 양국 경제교류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 5일 시작된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6.0~6.5%로 제시하면서 중국 경제 위기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성장률을 구체적 수치가 아니라 구간으로 제시한 것은 중국 정부가 사실상 6% 사수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올해 성장률 목표치는 1990년 이후 28년 만에 최저로 떨어진 지난해 성장률(6.6%)보다 0.6%포인트 낮춰 잡은 것이라고 봐야 한다. 중국 정부가 성장률을 낮춘 가장 큰 요인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이다.

 

올해는 중국 정부가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경제 성장둔화 분위기 속에 시장개방과 글로벌 무역촉진을 주요 경제정책 목표로 설정하면서 각 지방정부들이 대외 경제협력에 적극적인 상황으로 한국기업이 중국 불황을 틈타 내륙 진출 계기로 활용될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5일에는 서울시가 중국 광둥성 사절단과 경제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지난달 말에는 중국 산둥성의 16개 도시 시장단 및 사절단 참가기업 119개사가 서울을 다녀가 한국 중소중견기업 185개사와 함께 교류, 협력의 기회를 가졌다.

 

"돈은 중국 지방 정부가 대부분 낼 테니 한국 기업과 협력·교류 강화의 기회를 만들어달라." 이런 경제성장 둔화 분위기 속에 성장 촉진 압박을 받는 중국 지방정부 간부들이 요즘 한국 정부 관계자 및 기업인들을 만날 때 자주 하는 말이다. 베이징, 상하이처럼 이미 외국계 기업들이 많이 들어와 있는 콧대 높은 중국 1선 도시들과는 달리 2~3선, 그리고 그 밑의 지방 도시들은 투자 유치에 목말라 있다.

 

이들이 한국과 경제 교류, 협력의 장을 만드는데 적극 나서고 있는 이유도 외국인 투자유치를 통해 경제성장 촉진을 꾀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경험했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 두려움 때문에 탈(脫) 중국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분위기 전환을 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중국 한국인회는 8일 허난성 정저우에서 한·중 청년기업가 포럼을 개최했다. 한국과 중국의 청년 기업가 50명씩, 총 100명이 참석해 서로 교류하는 행사로 2박3일간 진행된다. 한국 측 참석자들은 화장품이나 의류, 생활용품 유통, 여행사이트 운영 등 주로 서비스업 분야의 창업자들이 많았다.

 

전날에는 허난성 짜오쭤시에 한·중 산업단지를 만드는 양해각서(MOU) 체결식이 있었다. 한인회가 한국 기업들을 유치해 허난성 정부와 윈윈하는 모델을 구축하고, 한국 스타트업과 중국 재력가들을 연결시켜주는 ‘스타트업 빌딩’도 마련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행사는 세계한인상공인지도자대회와 중국 한국인회 총회 등을 겸해 총 320여명이 참석했다. 허난성 정부는 행사비용 320만 위안(약 5억4000만원) 가운데 280만 위안을 지원해 주는 등 한국기업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허난성이 주최한 국제무역박람회에는 한국 기업들이 참석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허난성 정부는 한국 측에 주빈으로 참석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비용 문제로 포기했다는 후문이다. 한인회 관계자는 “무역박람회는 중국 지방정부들이 할당량을 채우듯 다른 나라의 상품을 사주는 행사”라고 말했다.

 

허난성 외에 중국 지방정부들도 최근 한국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서울에서 개최한 ‘제8회 한·광동 발전포럼’에는 마싱루이 광둥성장을 비롯해 왕촨푸 비야디(BYD) 회장, 리둥성 TCL 회장 등 중국 거물 기업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마싱루이 광둥성장은 “삼성, LG, 현대차 등 한국 기업들이 웨강아오 건설에 적극 참여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국이 외국 기업 보호를 강화하는 점도 긍정적이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전인대에서 외국기업투자법을 제정해 해외기업에 기술 이전을 강제할 수 없도록 하고, 외국 기업의 진입과 퇴출도 자유롭게 하겠다고 밝혔다. 또 특허법을 개정해 지식재산권 보호도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다. 미국의 압박에 따른 것이지만 중국 진출 한국 기업에도 희소식이다.

 

'외국 기업의 무덤' 중국, 과연 안심할 수 있을까

 

중국이 이렇게 아쉬움의 손길로 한국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과거 중국에 진출한 국내 유통업체들의 경우 사드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한동안 한류 열풍을 타고 가파른 성장을 이어가며 중국을 점령해갔지만, 2016년 이후에는 사드 후폭풍에 도망치듯 중국을 떠나왔다. 

 

당시 롯데는 직격탄을 맞은 대표 기업이다. 중국 현지 롯데마트 100여곳이 중국 정부 제재로 영업에 방해를 받았다. 반한 정서가 커지면서 매출도 크게 줄었다. 결국 지난해 롯데마트 철수를 결정했다. 손실액 추정치는 2조3000억원에 달한다. 지난 달에는 백화점 5곳 중 3개를 청산과 지분 매각 등으로 정리키로 했다.

 

신세계는 2017년 일찌감치 중국을 떠났다. 사드 보복이 계속되자 현지 이마트 매장을 완전히 철수했다. 중국 진출 20년만이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 관계자는 "중국 시장 규모는 무시할 수 없지만 지난친 규제와 텃세 등의 장벽이 높아 국내 기업들이 경쟁하기 쉽지 않다"며 "지난해 일부 기업들이 철수한데 이어 전자나 자동차 등 주요 제조업들도 각종 악재와 현지 기업의 빠른 성장으로 공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으로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에 닥친 경제 불황은 한국 기업들에는 위기이자 동시에 기회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푸념할 게 아니라 내수와 개방 확대에 눈 돌리는 중국을 잘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다.

 

박원우 한인회장은 “중국은 우리와 사드 갈등도 있었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며 “중국 내륙으로 파고들면 우리 중소기업들에게 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참석자들 일부에선 여전히 중국 시장은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김병유 한국무역협회 베이징 지부장은 "최근 중국 지방정부가 한국과의 경제교류에 적극 나서고 있어 한국 기업들의 중국 진출에 새로운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며 "동시에 과거와 달라진 중국내 기업환경의 변화에 대해 우리 기업들의 꼼꼼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 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