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북미대화 재개 물꼬 텄다”...노딜? ”톱다운 성과 확신”

대북 강경파 볼턴·폼페이오 만나 사전 설득 밑작업, 펜스도 "북미 대화 재개 희망적"

정현숙 | 입력 : 2019/04/13 [09:28]

남북정상회담 위한 대북특사 조만간 파견할 듯.. 북한의 반응 중요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11일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친교를 겸한 단독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

 

노딜 아니다!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43일만에 열린 11일(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의 가장 큰 목적은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대화의 모멘텀을 살려내는 것이었다. 북미가 대화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교착국면이 장기화할 경우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은 더욱 요원해질 수 밖에 없다는 절박감이 컸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방미는 그런 면에서 북미 대화를 재개할 수 있도록 꺼져가던 불씨를 다시 살려낸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회담에서 한미는 굳건하고 빈틈없는 비핵화 공조를 확인하고, 북미대화 재개의 필요성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다.

 

자유한국당이나 보수 일간지 등 일부에서 공동 기자회견 등이 없었던 점을 들어 '노딜'이라는 주장도 제기하지만 외교가에선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양국 현안을 협상하는 자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공동 발표문 등 합의가 나오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한미정상의 공개된 발언보다는 북미대화 재개를 위해 문 대통령이 어떤 중재안을 제시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문 대통령에게 어떤 대북 메시지를 줬느냐 하는 부분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는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거나, '단계적'이라는 전제가 붙긴 했지만 "3차 북미정상회담도 있을 수 있다"는 발언 등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우리는 빅딜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면서도 "그 딜이 어떤 것인지 봐야 한다. 다양한 스몰딜이 이뤄질 수 있다"며 우리 정부의 중재안인 '단계적 해법' 수용 가능성을 내비친 부분도 주목된다.

 

특히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즈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3차 북미정상회담 가능성과 함께 북미협상을 진전시킬 단계적 해법에 대해 문을 열어둔 것으로 평가했다.

 

한미 정상은 백악관에서 단독회담과 소규모 회담, 확대회담 겸 업무 오찬을 연달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필요성과 한미공조를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앞선 회담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을 잘 알게 됐다며 “희망컨대 앞으로 시간이 가면서 좋은 일이 일어나길 바라고 있다”며 대화 의사를 드러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미공조 균열설에 대해 문 대통령은 “우리 한국은 미국과 함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의 최종적인 상태, 그 비핵화의 목표에 대해 완벽하게 동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밝히면서 일축했다.

 

비핵화를 이룰 때까지 빈틈없는 공조를 할 것이라는 ‘약속’도 덧붙였다. 이어 두 정상은 톱다운 방식의 필요성도 공감했다. 비핵화 과정에서 정상 주도의 회담이 필수적이라는 뜻을 같이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 위원장과의 대화의 문이 항상 열려 있다고 강조하며 정상회담 재개를 희망했다.

 

12일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 행사까지 만사 제쳐놓고 워싱턴까지 온 대통령을 빈손으로 김정은 위원장 만나라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다만 그 내용을 김정은 위원장한테 직접 전달하기 전에 공개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국대 북한학과 고유환 교수도 "한미정상회담 내용은 공개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문 대통령은 '포괄적 합의, 단계적 이행'이라는 큰 방향속에서 중재안을 가져갔을 것이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의견을 냈을 것"이라며 이를 토대로 남북정상회담이 추진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우리가 대북 특사를 보내든지 물밑접촉을 하든지 할 것인데 북한이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북한이 대화를 수용하면 남북정상회담과 북미간 실무회담, 3차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문제와 관련,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아주 구체적인 방안들에 관해 아주 허심탄회한 논의가 있었다"며 "더 이상 공개를 못하는 점을 양해해달라"고 말한 것도 눈길을 끈다. 한편에선 청와대가 사전에 북측과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의중을 타진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文 대통령 "톱다운 성과 확신"… 대북 강경파 볼턴·폼페이오 사전 설득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대북 강경파인 볼턴 보좌관과 펜스 부통령을 먼저 만나 실무적 차원에서 북미 간 이견을 좁혀 나가되, 북미 대화 촉진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중심이 된 톱다운 대화에 힘을 실어달라고 사전 정지작업부터 먼저 했다.

 
문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에게 최근 한반도 정세와 향후 미북 간 대화를 견인하기 위한 우리 측 노력을 설명했다. 이에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은 "북한과 대화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겠다"며 "여러 수준에서 다각적인 대북 대화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곧이어 펜스 부통령을 별도로 46분간 만나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은 비핵화를 위한 과정의 일부"라며 "하노이 동력을 유지하여 조기에 미북 대화가 재개되는 것이 긴요하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일을 다하겠다"며 "이 과정에서 한미 간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전  워싱턴 영빈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펜스 부통령 또한 "미북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미국 측은 향후 긍정적인 자세를 견지하면서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며 "미북 대화 재개에 희망적"이라고 화답했다. 펜스 부통령은 그 외에도 최근 방위비 분담 협상 타결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에 감사를 표명했다.
 
한편 남북 정상이 4.27 판문점 선언 1주년을 기준으로 다시 만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톱다운 방식의 정상회담을 강조한 문 대통령으로서는 조속한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간 대화를 촉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북한도 핵-경제 병진노선을 포기한 기존의 전략을 유지하면서 대화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4.27 1차 남북정상회담 1주년을 계기로 4차 남북정상회담 또는 대북특사 파견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북미대화 재개를 가를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김정은 3차 북미회담 용의..연말까지 美 용단 기다릴 것"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월 말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처음으로 입장을 밝힌 자리에서 3차 회담에 대한 용의를 밝히면서도 '대화 시한'을 올해 연말로 못 박고 미국의 입장 전환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12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2일 차 회의에 참석해서 한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북미)수뇌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한 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3일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관련해서는 "나와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개인적 관계는 두 나라 사이의 관계처럼 적대적이지 않으며 우리는 여전히 훌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생각나면 아무 때든 서로 안부를 묻는 편지도 주고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연설에서 남측을 향한 메시지가 나왔다. "남조선 당국과 손잡고 북남관계를 지속적이며 공고한 화해협력 관계로 전환시키고 평화롭고 공동 번영하는 새로운 민족사를 써나가려는 것은 나의 확고부동한 결심"이라이라면서도 "외세의존 정책에 종지부를 찍고 모든 것을 북남관계 개선에 복종시켜야 한다"고 강조해 따로 시사하는 의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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