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축제' 참여한 이재명 “세상이 바뀌면 제도도 바뀌어야”

국내 최초로 기본소득-지역화폐 발표·토론·전시하는 '2019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 성황리 개막

편집부 | 입력 : 2019/04/29 [23:24]

국내 최초로 '기본소득'을 주제로 열린 대규모 행사인 '2019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가 29일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막했다. 경기도가 주최하고 경기연구원,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가 주관하며 국회, 행정안전부, 중소벤처기업부, 경기도의회가 후원하는 이번 행사는 화요일인 30일 오후 6시까지 열린다.

 

이번 행사는 '기본소득, 대동세상(大同世上)의 문을 열다'를 주제로 '기본소득 국제 컨퍼런스', '기본소득 및 지역화폐 전시회' 등 2가지 부문으로 열리고 있다. '제1회 경기도 기본소득 국제 컨퍼런스'는 '협력 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 기본소득'을 주제로, 기본소득과 관련한 정책을 추진했거나 추진을 준비 중인 국내외 지자체장과 고위 실무자들이 준비한 주제를 발표하고 토론하는 행사다.

 

기본소득 국제 컨퍼런스가 주로 중앙·지방정부 관계자들을 위한 행사라면, 기본소득 및 지역화폐 전시회는 더 폭넓은 계층의 시민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경기도 각 시군을 비롯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참가하여 각자 추진 중인 기본소득 정책과 지역화폐를 홍보하는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플리마켓, VR체험관, 놀이시설 등 즐길거리가 마련되어 있으며 행사장 로비에서는 각 지자체별 지역화폐를 전시·판매하고 야외에서는 지역화폐로 먹거리를 판매하는 푸드트럭을 운영한다.

 

▲ '2019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 개막 전 수많은 사람들이 참가 등록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의소리

 

기본소득(basic income)이란 사회 모든 구성원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일정한 소득을 지급하는 정책으로, 이른바 '4차 산업 혁명' 시대가 다가오며 대규모 장기 실업과 부의 과도한 집중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8년 국제 금융위기 이후 이명박 정권의 경제파탄 속에서 진보진영을 중심으로 본격 논의되기 시작했고, 성남시장 시절 청년배당 정책을 시행했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기본소득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기 시작했다.

 

다만 성남시 청년배당을 비롯해 현실 세계에서 '기본소득'의 이름으로 추진 중인 정책들은 청년, 노인, 농민, 문화예술인 등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는 '모든 시민 개인에게 보편적으로 조건 없이 충분한 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기본소득의 조건을 위배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공공배당' 또는 '사회배당'으로 부르는 것이 옳다. 그럼에도 이러한 '실험'들은 '진짜' 기본소득으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기에 기본소득 지지자들은 이들 정책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지역화폐(local currency)는 지역에서 유통하는 대안 화폐를 뜻한다. '화폐'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으나 실제로는 지방정부가 발행하는 상품권이기 때문에 법정통화가 아님은 물론 엄격한(좁은) 의미로는 화폐가 아니다. 그러나 '가상화폐' 등의 단어에서 나타나듯, 경제·재정학적 정의를 떠나 교환의 매개이자 가치 저장의 수단으로서 기능하는 모든 것은 화폐라고 부를 수 있기 때문에 세계의 많은 지방정부와 지역 공동체에서 '지역화폐'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2019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의 개막식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송한준 경기도의회 의장,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등 경기 지역 주요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또한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경기 양주시)과 원혜영 의원(경기 부천시오정구), 유승희 의원(서울 성북구갑) 등 중앙 정치인들도 참석했다. 이외에도 경기도의 기초지자체장, 기초의회 의장, 경기도의원,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 임직원 등 수천 명이 식장을 가득 메웠다.

 

국내외 기본소득 전문가 및 관계자로는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BIKN) 이사장인 강남훈 한신대 교수, 전 청와대 정책실장인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이한주 경기연구원장,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IEN) 공동설립자인 애니 밀러 영국 시민소득트러스트 의장, 안드레아스 예니 스위스 라이노시 시장, 알마즈 젤레케 뉴욕대 교수, 시그네 야우히아이넨 핀란드 사회보험국 선임경제학자, 사라트 다발라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부의장, 이노우에 도모히로 고마자와대 교수 등이 자리했다. 행사의 사회는 문소리 아나운서가 맡았다.

 

▲ '2019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 개막식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비롯한 주요 참가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울의소리

 

이 지사는 개회사 자리에서 "오늘의 행사가 지금은 미약하지만 언젠가는 역사의 중요한 한 장면으로 기록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를 하며 추구하는 가치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의 가치이다. 경쟁하되 공정한 경쟁을 하고,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고, 각자 기여한만큼 몫이 보장되어야 구성원 모두가 열정을 바쳐서 사회의 자원과 가치들이 제대로 효율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효율과 경쟁을 추구했지만 이제는 그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인간이 필요로 하는 생산력이 충분히 늘어났지만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기회는 줄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특히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 혁명 시대는 지금까지 감히 꿈꿀 수도 없었던 엄청난 생산력을 자랑하지만 그로 인해 생겨나는 이익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배분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소수에게 과도하게 집중되어, 생산의 총량은 늘어나는데 사람들의 삶은 상대적으로 나빠진다"고 했다.

 

이 지사는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과연 지금까지의 복지정책이 감당할 수 있겠는가 반성하게 된다"며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제도와 시스템은 무엇인가, 모두가 원하는 만큼 기회를 얻을수 있었던 시대에 만들었던 제도와 시스템을 이제는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계의 기본소득 시도들에 대해 실패했다고도 성공했다고도 하지만 함께 사는 세상을 향한 좋은 시도임은 명백하다"며 "오늘 함께해 주신 여러분들과 함께 기본소득이 모두에게 희망을 주는 새로운 제도로 출발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정리했다.

 

이어 송한준 경기도의회 의장이 환영사를 하고 원혜영 의원, 정성호 의원, 유승희 의원,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애니 밀러 의장이 잇따라 축사를 했다. 이어 전국 30여개 지자체가 참여 의사를 밝힌 '기본소득 지방정부 협의회' 출범 선언식이 열렸다. 선언식에는 참여 의사를 밝힌 자치단체장들이 함께했으며 백두현 경남 고성군수가 선언문을 낭독했다. 오는 6월 공식 출범 예정인 협의회는 ▲기본소득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확산, ▲기본소득 제도화를 위한 '기본소득기본법' 제정,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국토보유세 도입 등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 '2019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 오찬 간담회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애니 밀러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공동설립자와 대화하고 있다.     ©서울의소리

 

개막식이 끝나고 이재명 지사와 정성호·유승희 의원은 기본소득 및 지역화폐 전시회 현장을 찾았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주제체험관에 전시된 여러 시설물을 둘러보고, 참여 부스에서 "모두가 함께 행복한 길 기본소득"이라고 쓰기도 했다. 그는 의원들과 함께 여러 지자체 부스를 둘러보며 지역 특산물을 맛보고 지역화폐로 직접 물건을 구입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오찬 이후 열린 1일차 기본소득 국제 컨퍼런스를 여는 발언을 맡았다. '공정사회를 위한 새로운 분배의 상상력 기본소득'이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그는 기본소득의 불가피성을 설파하고 여러 비판에 대해 반론하며 기본소득이 가져올 경제 효과를 강조했다.

 

이 지사는 "우리가 어떤 정책을 만들거나 일을 할 때 목표가 무엇인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국가 정책 결정과 집행의 궁극적 목적은 인간의 행복과 사람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의 가장 본질적인 요소는 '억강부약'에 있다"며, '억강부약'을 "힘센 자들의 횡포를 억제하고 힘없는 다수 약자의 삶을 북돋아 같이 살게 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억강부약'은 이 지사가 예전부터 정치를 하는 목적으로 언급해온바 있다.

 

이 지사는 "환경이 바뀌고 세상이 바뀌면 제도도 바뀌어야 한다"며 지난 산업혁명 이후 복지제도가 잘 작동했으나 인류 생산력이 더욱 높아진 시대에는 기존 제도가 적절하지 못한 것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별적 복지제도는 낙인효과와 노동회피를 발생시키며 그 대책 중의 하나로 기본소득이 있다고 했다.

 

그는 '기본소득을 제공하면 사람들이 노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에 대해서는 "인간에 대한 존중이 없는 사고"라 비판하며 그 근거로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자기실현을 위해 일한다"는 점을 제시했다. 또한 기본소득이 극단적 분배정책이라는 시각에 대해서는 수요를 창출하여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정책이라고 반박했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과 지역화폐의 결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자본주의의 심각한 문제점인 독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것이다. 그는 연설을 마치며 "비록 대한민국이 동북아 끝에 있는 작은 나라지만 우리가 가진 상상력, 기획력, 추진력으로 인류 역사에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국가의 영속 및 경제의 지속성장과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나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 '2019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에 많은 지자체가 참여해 지역화폐를 홍보하고 있다. 박람회는 화요일인 30일까지 열린다.     ©서울의소리

 

참가자들이 초대형 강당을 가득 메운 가운데 컨퍼런스가 열리는 시간, 아래층에서 열린 전시회도 많은 사람으로 북적거렸다. 전시회를 둘러보는 사람들 대부분이 명찰을 패용하고 양복을 갖춰 입은 유관기관 임직원인 가운데, 무리지어 다니는 군인들과 행사장 옆인 수원 광교신도시 등지에서 찾아온 것으로 보이는 주부들이 간간이 보였다. 많은 시민들이 지역화폐에 관심을 가지고 문의하였으나, 모바일 방식을 어려워하거나 관계자들이 가맹점 확인법을 정확히 안내하지 못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 지사의 지지자들도 많이 참여했다. 이들은 이 지사의 기본소득 추진을 지지하는 피켓을 들고 '이재명'을 연호했으며, 이 지사를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거나 행사를 녹화·중계하기도 했다. 이들은 첫날 행사가 끝난 오후 6시 무렵까지 컨퍼런스에 참석하거나 전시회장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는등 자리를 지키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경기도는 지난해 12월 전국 최초로 기본소득 정책지원 자문기구인 '기본소득위원회'를 출범한데 이어 올해부터 민선 7기(이재명 지사) 대표 정책인 '청년기본소득'(청년배당)을 도내 31개 시·군으로 확대하고, 농민수당 도입을 적극 검토하는 등 기본소득 확대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4월부터 도내 시군에서 지역화폐가 유통될 수 있도록 ‘경기지역화폐’ 발행을 개시했다. 경기지역화폐는 기본적으로 각 기초자치단체별로 운영한다. 이를테면 수원의 지역 상품권인 '수원페이'는 경기지역화폐의 한 종류이지만 수원시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식이다.

 

경기도의 각 기초단체들은 지역 골목상권 활성화 등을 기대하며 청년배당, 산후조리비 등 복지수당을 지역화폐로 지급(정책발행)하고 있다. 그 외는 각 기초단체에서 구입(일반발행) 가능하며, 구입대금보다 많은 지역화폐를 적립(충전)해 준다. 홈페이지 등에 '할인율 6%'로 표기된 것과 달리 6%의 추가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9400원을 내고 1만원을 적립(6% '할인')하는 것이 아니라 1만원을 내고 10600원을 적립(6% '추가')하는 것이다.

 

지역화폐의 종류에는 기존 상품권와 완전히 같은 종이형, 체크카드 비슷한 방식의 카드형, 스마트폰 간편결제 비슷한 방식의 모바일형이 있으며 각 기초단체별로 다르기 때문에 시·군청에 문의하거나 인터넷 등으로 알아봐야 한다. 경기지역화폐는 지역 내 대부분의 중소규모 상점에서 사용 가능하며, 각 기초단체 홈페이지 등에서 가맹점 목록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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