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 전에는 부친이 이번에는 아들이.. 장제원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역사적 사실'

선거법 날치기는 전례 없다며 몸싸움 벌이던 국회 부의장 아버지는 ‘1988년 선거법 날치기’ 주역

정현숙 | 입력 : 2019/05/02 [10:58]

장제원 '어디서 감히' 반말·특권의식 논란.. 아들이 인스타에 올린 '국회 몸싸움'

 

지난 30일 선거법 패스트트랙 표결이 통과되자 장제원 자람당 의원이 국회 정개위 회의장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이를 국회 방호과 직원이 저지하자 장 의원은 "국회의원을 미는 것이냐"며 거칠게 반응했다.

노컷V 영상 캡처

 

지난 4월 30일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의 '반말 갑질' 무대포 영상이 네티즌 입방아에 올랐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표결이 지정된 이 날 장 의원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장을 빠져나가려다가 이를 막으려던 국회 방호과 직원에게 엄포를 놓았다.

 

"국회의원을 밀어?" 당황한 방호과 직원이 어쩔 줄 모르며 "죄송합니다."라고 하자 더 고압적인 목소리로 "정식으로 (사과) 하세요. 당신 이름 뭐야?"라고 소리쳤다. 이 모습이 고스란히 영상에 담겨 온라인으로 퍼 날렸다.

 

자한당 의원들이 전례에 없는 일이라며 패스트트랙 표결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면서 공방이 지속됐지만,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은 선거제 개혁안 패스트트랙 지정안 무기명 투표를 진행했다. 정개특위 위원 18명 중 자한당을 제외하고 여야 4당 소속 12명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의결정족수인 5분의 3(11명)을 충족하자, 심 위원장은 결과 발표를 하려 했다.

 

계속 눈을 부라리며 힘쓸 기회만 보고 있던 장제원 의원이 '회의 중 폐문'이라는 표시가 붙어 있는 회의장 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다. 회의를 주관하던 심상정 위원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시켜 출입구가 통제된 상황에서 심 위원장은 "그렇게 하면 안 된다"며 국회 방호과 직원들을 불러 장 의원을 막도록 했다. 장 의원은 과격한 반응을 보이면서 '갑질 논란'과 대단한 '국회의원 특권 의식' 논란'을 빚었다.

 

그는 "이보세요. 내가 나가려고 그래요"라며 "어딜 잡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장 의원은 "국회의원을 미는 것이냐"라고도 말했다. 이에 국회 직원이 "죄송하다"고 말했지만,  장 의원은 "정식으로 (사과) 하라. 당신 이름 뭐냐"며 직원을 추궁했다. 이를 본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죄 없는 국회 직원을 겁박하냐"면서 "그러지 말라"고 말리고 나섰지만, 장 의원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장 의원의 발언은 관련 발언이 담긴 유튜브 동영상이 매체를 통해 퍼져 나가면서 '국회의원 특권 의식, 하도 많이 봐서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면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 대부분의 네티즌이 "국회의원이 대단하긴 대단한가 보네", "권위 의식 한번 찢어지네" "국민이 뽑아준 사람인데 자기가 왕족, 귀족이라도 되나" 등의 비판적 반응이었다.

 

아들 노엘이 인스타에 올린 '국회 몸싸움'

 

장제원 의원의 이런 폭언과 거친 행동을 그의 아들인 래퍼 '노엘'이 인스타에 사진을 올렸다. 노엘은 지난 1일 자신의 SNS에 자신의 공연장 사진과 장제원 의원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대해 주먹으로 누군가의 뒷덜미를 거세게 쥐어 잡고 항의하고 있는 사진을 올리며 비교했다.

 

 

그는 자신이 공연장에서 균형을 잃고 넘어지기 직전의 사진에다 아버지 장 의원의 몸싸움 사진을 덧붙여 올렸다. 노엘은 최근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연달아 사진을 올렸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삭제되는 게시물이다.

 

그는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에 반발하는 장 의원의 사진과 자신이 공연장에서 넘어지는 듯한 모습에다 “3대 가업을 물려받기 위해 몸싸움 체험하려고 일부러 넘어진 겁니다”라고 썼다. 한쪽 손을 번쩍 든 자신의 모습이 마치 누군가와 다투는 모양새라는 뜻이다. 노엘은 이 사진에 ‘국회의사당’이라는 위치 태그를 달았다.

 

노엘의 친할아버지이자 장제원 의원의 아버지는 제11대, 12대 국회의원과 제12대 국회 후반기 국회부의장을 역임한 장성만 전 동서학원 이사장이다. 노엘이 언급한 3대 가업은 국회의원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장제원 의원은 사학재단 집안 출신으로 친형이 현재 동서대학교 총장 재임 중이고, 모친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그는 비슷한 시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아버지 장제원 의원이 누군가의 뒷덜미를 잡고 주먹을 꽉 쥔 채 화를 내는 듯한 모습의 사진도 올리면서 ‘똑같지 않으냐’는 뜻으로 “똑같쥬”라는 문구를 써 보이기도 했다

 

노엘은 2017년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 고등래퍼에 출연했지만, 미성년자 상대 성매매 시도 행적이 드러났고, 자필 사과문과 함께 방송에서 하차했다. 장제원 의원도 당시 이 문제와 관련해 SNS에 사과문을 올렸다.


당시 장 의원은 "수신제가를 하지 못한 저를 반성하겠다"며 "아들 문제뿐만 아니라 저로 인해 상처받은 모든 분께도 참회하는 시간을 가지겠다. 다시 한번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한다"고 사과한 바 있다.

 

장제원 부친 ‘1988년 민정당 선거법 날치기’ 주역.. 유승민 부친도 민정당 의원

 

한편 국회 정치개혁위 자한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지난달 25일 “대한민국 헌정사상 단 한 번도 여야가 합의되지 않고 선거제도를 강제 입법한 적이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그는 26일에도 “선거제도라는 것은 반드시 여야가 합의해서 완성도 높은 제도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8일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 역시 “군사독재정권 때도 선거법만큼은 여야 합의로 개정하는 전통을 지켰다.”며 “다수의 힘으로 선거법마저 바꾸는 나쁜 선례를 남기면(안된다)”고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그러나 자한당과 바른미래당의 비당권파가 선거법 날치기가 없었다고 입에 침도 안 바르고 주장하지만 사실이 아닌거로 판명이 났다. 그리고 패스트랙은 자한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주도해서 국회 선진화법을 만들 때 도입한 핵심 제도이다.

 

또 이번 선거법 개편안은 날치기와는 전혀 상관없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것으로 단지 시간제한을 정한 것뿐이다. 최장 330일, 가장 짧게는 180일 동안 여야 논의를 거쳐 표결 처리하게 돼 있어 오히려 ‘슬로우 트랙’이 아니냐는 소리도 나온다. 

 

문제가 많은 현행 소선거구로 바꾼 1988년 3월 8일 선거법 개정은 당시 여당이었던 민정당이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현행 소선거구제는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을 막고 1표만 많아도 당선되는 승자독식 구조를 만들어왔다.

 

1988년 노태우 정부는 형식은 민간정부지만 군인으로 12·12 쿠데타의 주역이었던 터라 내용은 군사정부였다. 그래서 1992년 연말 김영삼 대통령의 출현을 최초의 민간정부라고 부른다. 지난 30일 한국일보는 신문 5면에 당시 집권 여당이었던 민정당이 소선거구제로 날치기 통과시킨 과정을 상세히 소개했다.

 

당시 의사봉을 두드린 사람은 국회 부의장인 장제원 자한당 의원의 부친이었고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의 부친은 민정당 소속 의원이었다.

 

당시 한국일보 보도에는 1988년 3월 8일 새벽 2시쯤 여야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 의석에 앉아 있는데 갑자기 단상 양옆 문을 통해 국회 경위들에게 둘러싸여 장성만 부의장(민정당)이 단상으로 올라가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은 채 의안을 상정하고 의사봉을 두드렸다고 했다. 제안설명은 유인물로 대체하고 찬반 토론은 생략됐다. 이 과정에서 야당 의원들이 몰려가 소리를 지르고 서류를 던지며 격렬하게 항의했지만, 통과를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지난 30일 한국일보 5면에 실린 1988년 민정당 선거법  날치기 통과 기사

 

동아일보도 그날 기사에서 “민정당은 7일 밤부터 야당 의원들과 몸싸움 속에 선거법안의 본회의장 상정을 몇차례 시도하다 새벽 2시 10분 장성만 국회 부의장의 사회로 1분 만에 처리했다”고 보도했다. 날치기 통과의 주역인 장성만 국회 부의장은 장제원 의원의 부친이고 1988년 당시 민정당 원내 부총무였던 유수호 전 의원은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의 부친이다.

 

지난 30일 새벽 국회 방호처 직원을 거칠게 반말로 하대하면서 심상정 위원장을 압박하던 장제원 자한당 의원이 31년 전 당시 선거법을 진정한 날치기로 통과시킨 당사자 장성만 국회 부의장이 그의 부친이라니 참으로 역사의 아이러니다. 안 그래도 논란이 많은 장 의원에게 과거에는 부친이 이번에는 아들이 그를 곤혹스럽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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