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 5년 이건희 회장.. 인공호흡기 없이 자극치료, 삼성의 그림자와 남은 숙제

이재용 부회장, 작년 5월 공정위가 총수 지정...국정농단 최종심 재판 등 난제 산적

정현숙 | 입력 : 2019/05/08 [13:26]
 
5월 10일은 이건희 회장이 병상에 누운 지 만 5년이 되는 날이다. 얼마 전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이 별세하면서 삼성전자의 회장이자 삼성그룹의 총수인 이건희 회장(78세)의 근황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회장은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VIP 병실에 입원해 있다.
 
오늘(8일) 재계와 복수의 삼성 관계자 등에 따르면 현재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VIP 병실에 입원 중인 이 회장은 여전히 의식이 없으나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희 회장의 건강 악화는 오래전부터 예견됐다. 이 회장은 지난 2014년 5월 10일 이태원동 자택에서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순천향대병원 응급실로 실려 간 바 있다. 이 회장은 당시 심장 혈관을 넓히는 '풍선 확장술(CPR)'을 받은 뒤 다음날 새벽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져 막힌 심혈관을 넓혀주는 심장 스텐트 시술을 받았다.

 

이후 심폐기능이 정상을 되찾자 입원 9일 만에 중환자실에서 병원 20층에 있는 VIP 병실로 옮겨져 지금까지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병세나 치료 진행 상황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는 않고 있지만, 이 회장은 인공호흡기나 특수 의료장비 없이 주로 병상에 누운 상태로 자가호흡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의식은 없지만, 접촉과 소리 등에 반응하고 있기 때문에 병실에서 영화와 음악 등을 켜놓는 '자극 요법'을 진행하는 한편 의료진이 휠체어에 태워 복도 산책을 시키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원 초기에는 그룹 임원들이 무의식 상태인 이 회장에게 수시로 업무 보고도 했는데, 이 역시 과거에 익숙했던 환경을 만들어 의식 회복에 도움을 주려는 자극 요법의 하나였다는 후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증권가 정보지 등을 통해 수차례 위독설, 심지어 사망설까지 돌았으나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장기 입원에 따른 합병증 우려도 있었으나 철저한 치료와 관리로 예방에 힘쓰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건희 회장 일가. 연합뉴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 동일인 변경에 따라 이 회장으로부터 '삼성 총수'를 물려받은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가족은 수시로 병원을 찾아 문안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건희 회장은 1979년 삼성그룹 부회장에 오르면서 이병철 선대 회장으로부터 본격 승계를 대비한 경영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이 회장이 회장직에 취임한 1987년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1조원이었다. 지난 2일 기준 삼성전자의 시총은 304조 6244억원을 기록, 이 회장의 취임 당시보다 300배가 넘는 성장을 이뤘다.

이 회장은 장기 와병 중이지만 존재감은 여전하다. 삼성 이건희·이재용 부자가 올해도 개인 배당 순위에서 나란히 1·2위를 기록했다. 이들의 배당총액은 6147억원에 달했다. 가장 배당을 많이 받은 사람은 이 회장이었다. 이 회장의 배당금은 총 4747억원으로 전년(3063억원)보다 55.0% 늘어났다.


그러나 이 회장이 30년이 넘도록 위장계열사를 보유하고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되어 법원이 벌금 1억원을 선고한 바 있다. 지난 4월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김태호 판사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약식 기소된 이 회장에게 검찰 구형대로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이 회장은 삼성그룹 총수로서 2014년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계열사 명단을 공정위에 제출하면서 삼우와 서영엔지니어링을 고의로 빠뜨렸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총수(동일인) 또는 동일인 관련자가 사실상 사업 내용을 지배하는 회사는 기업집단 소속회사로 기재해 공정위에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최고 1억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앞서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삼우는 회사 임원 소유로 돼 있었으나 실제로는 1979년 3월 법인 설립부터 2014년 8월까지 이 회장이 아닌 삼성종합건설(현 삼성물산)이 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1994년 설립된 서영은 삼우의 100% 자회사다. 공정위는 삼우와 서영이 삼성그룹 위장계열사가 맞다고 판단하고 지난해 11월 이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또 이 회장은 지난해 말엔 차명계좌를 보유해 수십억원대 양도소득세를 탈루한 혐의를 받았으나 검찰로부터 시한부 기소 중지 처분을 받았다. 검찰이 직접 이 회장의 건강 상태를 확인한 결과 이 회장이 안정적으로 생존해 있지만 직접 조사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와병 중에 이 회장이 자택에서 성매매했다는 의혹이 보도돼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앞서 뉴스타파는 2016년 7월 이 회장이 지난 2011년부터 2013년 6월까지 모두 5차례에 걸쳐 서울 강남구 삼성동, 논현동 자택에서 젊은 여성 3~5명에게 성매매 대가로 5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건네주는 광경을 담은 동영상을 입수해 보도했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과 관련해 물의가 빚어지고 있는데, 대해 당혹스럽다”며 “이 문제는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회사로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모든 혐의는 ‘이재용 승계’로 향하는데.. 삼성의 남은 과제들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사기 분식회계에 대해 치밀한 수법을 동원해 증거를 인멸하면서 관련된 여러 정황이 7일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그 배경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편법적 경영권 승계가 자리 잡고 있다. 그 연결고리가 명확해지고 있고 대법원은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이르면 오는 6월 선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질 당시 삼성전자는 실적 부진 등으로 우려가 컸지만, 이재용 부회장 중심으로 실적 회복과 미래 사업 투자 등을 추진하며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리며 그룹 총수 사상 첫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현재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대법원 재판 결과를 앞두고 있다.

 

뇌물공여 혐의와 함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이 큰 악재다. 이런 가운데 올해 들어 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실적이 급락했다. 여러 악재를 극복하고, 그룹 경영과 실적 안정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장기적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이를 지속 육성하는 것도 과제다.

 

먼저 구조적인 맥락을 간명하게 살펴보면 이런 거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구 에버랜드) 지분(23.24%)을 많이 갖고 있다.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전체를 지배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 지분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한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에 대한 지분을 4.06% 갖고 있다.

 

그래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하려고 했으나 제일모직의 기업 가치는 삼성물산에 비해 낮다. 결론적으로 제일모직의 가치를 뻥튀기해서 합병을 강행했고 그 과정에서 온갖 불법이 벌어졌다. 이 부회장도 나섰고 이 부회장을 위시한 미래전략실(현 사업지원 TF) 최고위 임원들(최지성·장충기·박상진·황성수 등)이 대거 움직였다. 

제일모직은 삼바에 대한 지분 46.3%를 보유한 대주주이고 삼바는 제일모직의 자회사다. 삼바의 가치를 불법적으로 뻥튀기하려고 한 동기에는 위의 대전제를 토대로 봤을 때 딱 맞아떨어진다. 더구나 합병이 이뤄지더라도 덩치가 더 큰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을 먹는 모양새가 돼야 하지만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 비율로 이뤄졌다.

미전실과 이 부회장이 자행한 범죄 의혹들은 크게 첫 번째,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 불법 뇌물성 승마 지원 두 번째, 에버랜드 땅값 부풀리기 세 번 째, 삼바 가치 뻥튀기 등인데 현재 검찰 수사는 세 번째에 집중돼 있고 대법원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전반에 대한 불법성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유치원3법에서 맹활약했던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성 저격수로도 불린다. 그런 박 의원이 국내 최대 재벌 삼성을 파헤치면서 일종의 사이클을 몸으로 습득했다.

박 의원은 “삼성이 얼마나 대단하냐면 일단 자기들과 관련돼서 불리한 법을 못 만들게 한다. 입법부인 국회를 거의 가지고 논다. 그리고 그 법이 행여 엉터리거나 조금 부족한 법이라도 만들어지면 관료들이 그것을 시행령이나 이런 것을 다 주물러서 엉망을 만들어버린다. 그래도 위법한 일을 저지르면 검찰이 기소를 가장 낮은 거로 한다. 그리고 법원에 가면 판결이 웃기게 나온다. 이 모든 과정에 대해서 언론이 침묵한다”고 판단했다.

삼성이 당면한 최대 과제는 국민 신뢰 회복이다. 글로벌 기업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지만 삼성에 대한 국민 시선이 결코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국내 대표기업, 재계 1위 기업으로서 위상에 맞지 않는 지금 하나씩 드러나는 삼성의 부조리를 볼 때 곱지 않은 시선을 결코 피할 수가 없다.

 

할아버지인 선대 이병철 회장은 차지하고라도 아버지 이건희 회장이 차명계좌를 보유해 양도소득세를 탈루하고 신고하지 않은 위장 계열사를 보유하는 비리를 저질렀다.  그러나 이재용 회장 자신이 자행한 여러 불법 정황들이 더 막대하다. 국가와 국민이 있어서 일으킨 거대한 부를 정당하게 돌리지 못하고 3대에 와서 크게 꺾어졌다. 어떻게 수습해야 하는가. 당당히 죗값을 치르고 거듭나야 할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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