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농·정세현, 대북 쌀 지원 나비효과 우리 농산물 "서둘러 보내자"

우리 농산물 보내기 단비같은 소식.. "퍼주기 타령 언론과 정치 세력 가차없이 응징할 것”

정현숙 | 입력 : 2019/05/09 [09:57]

 인도적 식량지원으로 비핵화 협상 교착국면 뚫는다

 

전화통화하는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청와대


지난 7일 밤 전화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도적 대북 식량지원에 공감함에 따라 향후 이 문제가 남북은 물론 북·미 대화를 재개하는 실마리가 될 지 관심이 쏠린다.


인도적 식량지원이 현실화되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는 계기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적어도 남북은 물론 북·미 사이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일정정도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인도적 식량지원이라는 ‘당근’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협상에 복귀할 명분을 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에 대해 8일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이 환영의 뜻을 표했다. 전농은 '대북식량지원 환영 성명'을 발표하고 "남북교류는 우리 농산물로 실현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북·미 간 교착 상태를 푸는) 물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며 “우선 이걸 하면 남쪽과 대화 통로가 트일 거고, 그걸 계기로 해서 또 북·미 간 대화를 할 수 있는 길을 우리가 열어 줄 수 있다”고 내다 보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간 대화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뜻으로 문 대통령에게 식량 지원 이야기를 꺼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전 장관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 등 국제기구도 북한의 식량난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지금 국제사회가 움직이고 있는 이 틈을 파고 들어가서 우리가 쌀을 지원하면 아마 남한에 대해 꼬여있던 북한의 심기가 풀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우리가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고 진단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식량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시의적절하며 긍정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이를 지지했다. 그러나 미국 일각에서는 
여전히 대북 인도적 지원을 꺼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정 전 장관은 "미국에서 '식량 지원은 안 된다'는 공식적인 이야기가 없었다면 정부가 밀고 나가야 한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식량 지원하겠다고 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그래 뭐 그렇게 하든지"라는 정도의 대답만 했으면, 그 정도면 된다"며 "미국 대통령이 이정도의 관심을 보였다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 전 장관은 이날 프레시안 인터뷰에서 "쌀 지원을 통해 북한의 취약계층을 돕고 우리 농민들의 지갑도 두둑히 하고, 남북관계도 풀고, 나아가 북미 간 협상도 다시 이어붙일 수 있는데 뭘 망설이고 있는 겁니까? 쌀 지원 하나가 교착상태에 빠진 현재 협상 국면을 풀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습니다. 좌고우면하지 말고 쌀 지원에 즉각 나서야 합니다."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우리가 50만 톤을 보내주겠다고 마음을 먹어도 실제 북한의 하역 능력이 좋지 않기 때문에 한 달에 10만 톤 이상을 보낼 수도 없습니다. 또 실제 쌀을 보내려면 정부 비축미를 남북협력기금을 이용해 구입하고 이를 실어 나를 배를 섭외해야 하는데, 정부미가 벼 상태로 보관돼 있기 때문에 이걸 먹을 수 있는 쌀로 만들려면 도정공장에서 작업도 거쳐야 합니다. 게다가 이제 장마철이 두 달도 남지 않았습니다. 비가 내리는 와중에 쌀을 배에 실어 보내기는 여건이 좋지 않습니다. 정부가 신속하게 결정해서 북한과 협의를 서둘러야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전농, 40만톤 우리 농산물 당장 보내자”

 

전농(전국농민회총연맹)은 이날 "한미 정상 간 통화를 통해 북측에 식량 지원을 하기로 인식을 같이한 데 대해, 환영한다"며 “당장 40만톤 이상의 우리 농산물을 보내야 한다”고 밝히면서 "철도와 도로연결,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까지 막혀있는 상황에서 식량지원은 가뭄의 단비와 같은 소식"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전농은 "북측 식량지원이 향후 산림과 의료 분야 협력에 이어, 남북 간 농업농민교류의 물꼬를 트는 마중물이 되기를 바란다"면서도, "형제 간의 인도적 지원도 미국의 사전검열을 받아야 하는 비참한 현실에 비통함을 금할 수 없다"고도 지적했다.

 

이어 "인도적 지원은 대북제재 대상도 아니며 논쟁거리는 더더욱 아니다"라며, "남북 간 직접 교류와 협력이 판문점 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을 이행하는 것임을 정부가 명심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전농은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무엇'을, '언제' 주는가, '양'은 어느 정도이며 어떤 '경로'를 통해 북으로 보내는가"라면서 "전농은 쌀 생산조정제를 중단하고 통일경작지를 대규모로 조성해 남북공동식량계획에 따라 농산물 교류를 실현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고 밝혔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 회원들이  지난 4월 16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따뜻한 쌀밥을 나눠 먹길 바란다"며 대북제재 해제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FN TODAY

 

그러면서 "그 연장선에서 지금 당장 최소 40만 톤 이상의 우리 쌀과 밀, 채소 등을 남북 간 최단거리 경로를 통해 북으로 보내야 한다고 요구한다"며 "문재인 정부가 독자적으로 결단해야 통일의 당사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촉구했다.

 

전농은 “인도적 지원은 대북제재 대상도 아니며 논쟁거리는 더더욱 아니다”고 강조하며 “아울러 남북공동통일경작지 조성을 위한 통일품앗이 사업이 하루 속히 실현되기를 바란다”면서 “남북농업농민교류와 북과의 농산물 교류에 재를 뿌리면서 ‘제재타령과 퍼주기’를 운운하는 정치인 및 정당, 언론이 있으면 가차 없이 응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이날(8일)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과 직접 지원 등 두 방안 모두 포함해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면서 “결과물이 나올 때마다 해당 부처에서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기구를 통한 공여 방식 외에도 정부 차원의 직접적인 식량 제공 방법도 검토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가 인도적 대북식량지원을 공식화하면서 한국정부는 이날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인도적 대북 식량지원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비건 대표는 9∼10일 카운터파트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북핵 수석대표협의를 갖는 것을 비롯해 한·미 워킹그룹회의 등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비건 대표는 청와대 예방과 김연철 통일부장관 접견 등도 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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