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시민 위장 '남한 특수군' 5·18 광주 투입.. 시민군 '사살 명령'

전 美육군 군사정보관 증언 ‘5·18은 계획된 시나리오’.. 진압 빌미 만들려 남한 특수군 공작

정현숙 | 입력 : 2019/05/14 [08:38]

전두환, 광주 헬기타고 와 '사살명령'.. 자한당 주장 북한군 없는 北 침투설은 "날조"

 

김용장 전 미군 방첩부대 정보관과  허장환 전 보안사 특명부장(왼쪽).  뉴시스


"전두환과 보안사가 사복군인 투입해 유언비어 유포·시민 극렬행위 유도"

 

‘5·18은 계획된 시나리오였다’라며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전두환 씨가 광주를 직접 방문해 시민들에 대한 '사살명령'을 내렸다는 증언이 나왔다.

 

전 씨의 광주 방문 이후 집단 발포가 이뤄졌다고 증언한 김용장 전 미군 501정보여단 방첩부대 군사정보관이 5.18 당시 전두환 신군부가 광주시민을 폭도로 만들기 위해 사복군인들을 광주시내에 침투시켜 시민에 총격을 가했다고 추가 증언했다. 

 

김용장(74) 전 미군 방첩부대 정보관이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에 섞여 5‧18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조작했다는 남한특수원을 직접 봤다고 증언했다. 또한 계엄군이 발포했던 1980년 5월 21일 전두환이 광주를 직접 방문해 사살 명령을 내렸으며 ‘5·18은 계획된 시나리오’라고 주장했다.

 

1980년 당시 미 육군 501 정보여단 광주파견대에서 군사정보관으로 근무했던 김용장 씨와 505보안부대 수사관으로 근무한 허장환(71) 씨가 13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증언했다.

 

5.18 당시 계엄군의 시민 집단 학살을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두 사람은 언론이 ‘발포’의 개념부터 제대로 정리해야 한다고 이날 기자회견에서 강조했다. 김용장 씨는 "군 용어에서 '발포'란 상대방이 총격을 가했을 때 현장의 군인이 자위권 차원에서 '스스로' 결정해 시행하는 행동"이라며 "전두환은 20일 정오 경 광주로 직접 내려와 '사살 명령'을 내렸으리라는 게 내 합리적 추론"이라고 강조했다. 
 
1980년 5월 21일은 계엄군의 시민 집단 학살 당일이다. 김 씨의 말을 정리하면, 전두환의 광주 방문 직후 계엄군의 시민 학살이 시작됐다. 이 때문에 김 씨는 전 씨의 광주 방문 목적이 시민군 집단 학살을 명령하기 위했으리라고 추론했다. 전 씨가 5.18 당시 광주를 직접 방문했다는 최초의 구체적 증언자다. 
 
5.18 당시 광주의 계엄 업무를 실질적으로 현장 지휘한 부대인 보안사 505 부대에서 수사관으로 근무한 허장환 씨 역시 "전두환이 사살 명령을 내렸다"고 기자회견에서 강조했다. 
 
허 씨는 "'발포'는 초병이 다수의 외침자로부터 자기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현장에서 대응하는 행위"며 "당시 신군부는 '계엄군의 발포 상황'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시민 사이에 위장한 공수특전단으로 하여금 상당 기간 광주 시내에서 지체토록 했다"고 전했다. 
 
허 씨는 이어 "제가 직접 목격한 바에 따르면, 계엄군은 '앉아쏴 자세'로 시민을 겨냥해 사격했다"며 "절대 자위적 '발포'가 아닌 '사살'이었다. 전두환은 '발포 명령'을 내린 게 아니라, '사살 명령'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1980년 5월 20일경 C-130 수송기를 타고 도착한 30∼40명가량의 젊은이들이 광주 K57 비행기 격납고에서 2, 3일 주둔한 것을 직접 목격했다”며 “보안사령부 소속 ‘편의대’라는 이름의 남한 특수군”이라고 주장했다.

 

김 씨에 따르면 이들은 대부분 새카만 피부에 짧은 머리를 하고 있었으며 일부는 가발을 쓰거나 누더기처럼 해진 옷을 입는 등 거지 행색을 하기도 했다면서 “이들이 광주 시민들 속에 섞여 방화, 총격, 장갑차 탈취 등의 행위를 유도하거나 직접 벌였을 것”이라며 “광주 시민을 폭도로 만들어 강경 진압 빌미를 만들기 위한 전두환의 고도 공작”이라고 했다.

 

김 씨는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1980년 5월 21일 점심시간 전에 헬기를 타고 광주 K57 비행장에 왔다"며 "오자마자 정호용 특전사령관, 이재우 505보안부대장 등 3명과 모두 4명이서 회의를 했다"고 말했다.

 

특히 김씨는 자유한국당 측에서 제기하는 광주 북한군 침투설에 대해 "전두환이 허위날조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당시 미국 정찰위성 2대와 공군 조기경계관제시스템(AWACS)이 광주와 한반도를 정밀 감시해 북한국이 침투할리 만무했다는 설명이다.

 

김씨는 “북한 특수군 600명이 미군의 첨단감시망을 피해 광주로 들어오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며 “북한군이 침투했다는 보고는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 일이 전혀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군 600명이 침투하려면 잠수정이 약 30척 필요한데, 당시 북한은 그 정도 규모의 잠수정을 보유하지 않았다고 그는 강조했다.

 

김 씨는 이들이 온 이유에 대해 "북한 특수군이 했다는 방화, 총격, 장갑차·수송차 탈취는 일반 시민이 했다고 보기 어려운 매우 극렬한 행위들인데, 이 편의대가 선봉에서 시민을 유도하거나 직접 벌인 소행으로 추정한다"며 "유언비어 역시 이들이 시민으로 위장해 벌인 공작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사람들의 역할은 시내에서 데모 군중 속에 들어가 '경상도 군인이 광주시민 다 죽이려 한다', '북한 게릴라가 침투했다' 등 유언비어를 유포하고, '우리가 낸 귀한 세금이 전부 군사정부에 사용된다'고 광주세무서에 불을 지르고, 'MBC는 허위방송이 너무 많다'며 (방송국에) 방화를 한 것"이라고 추정하며 "편의대, 남한 특수공작원 의해 이뤄졌다고 저는 확신한다"고 했다.

 

김 씨는 "5.18 특조위나 언론이 비행계획서를 찾아보면, 파기되지 않은 한 절대로 남아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증언했다. 김 씨는 "이들이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는 모른다"면서도 "그러나 같은날 오후 1시 도청 앞에서 집단 사살이 이뤄진 것을 감안하면 전두환의 방문 목적은 바로 사살 명령이었다고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광주시민과 전쟁한 전두환.. 헬기 사격에 전투기까지 '출격 대기'

 

이날 김용장 씨와 같이 증언한 허장환 씨는 전남도청 진압을 위해 전투기까지 출격 대기 상태였으며 계엄군이 이동하는 상황에서 한국군이 시민군을 헬기에서 저격해 사살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허 씨는 "계엄군이 27일 전남도청 진압 작전을 펼쳤는데, 당시 공수특전단에서 내려온 지침이 '한 명의 (계엄군) 사상자도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거였다"며 "은밀히 도청을 진압하러 계엄군이 이동하는 길에 전일빌딩 위에 시민군 저격수가 있다는 첩보가 들어왔고, 헬기로 저격수를 사살하는 작전이 수행됐다"고 말했다. 
 
5.18 당시 계엄군이 시민군을 향해 헬기로 무차별 발포를 했다는 증언에 대해 그간 신군부가 거짓이라고 주장해 온 내용의 하나다. 하지만 최근 탄흔 과학수사와 법적 판단 결과 사실로 확인됐다.
 
 

이날 광주지법 장동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전 씨에 대한 고 조비오 신부 사자명예훼손혐의 공판에서는 5·18 당시 계엄군 헬기의 기총 사격을 봤다고 주장하는 시민들의 증언이 추가로 나왔다. 전 씨는 피고인 불출석 허가가 받아들여져 이날 공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육군 항공정비공 출신인 최형국 씨(64)는 “5월 18일이 지난 며칠 뒤 낮에 광주 북구 유동 상공에 내가 정비했던 MD-500헬기가 10∼20초간 빨간색과 노란색이 섞인 화염과 함께 기총소사 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특별기자회견은 민주당 박광온 의원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현재 남태평양 피지에 거주하고 있는 김용장 씨는 미군 소속으로 광주에 근무할 당시 40건가량의 정보 보고를 상부에 올렸다고 했다.

 

그는 “보고서 가운데 5건은 백악관까지 올라갔고, 그중 3건은 지미 카터 당시 미 대통령에게도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김 씨가 작성한 40건 정보보고 중에는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1980년 5월 21일 광주 비행장을 직접 방문했다는 내용도 있다.

 

사회를 맡은 박광온 의원은 “오늘 39년 만에 공개된 증언은 전두환을 비롯한 정권찬탈세력이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라며 “진상을 밝혀내는데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고, 5.18진상조사위원회 활동의 강력한 동력을 만들어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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