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황교안에 "종교 편향".. 내 신앙만 우선이면 대표직 내려놔야"

석가탄신일 봉축식에서 합장·관불식 거부에 "개인 입장 고집, 매우 유감"

정현숙 | 입력 : 2019/05/23 [11:03]

불교계 '합장' 대신 '뻣뻣 직시' 종교 편향 매우 유감.. "자연인으로 돌아가야"

 

자한당 황교안 대표가 부처님오신날인 지난 12일 경북 영천시 은해사를 찾아 봉축 법요식에 참석해  뻣뻣이 선 자세로 정면을 직시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불교계가 최근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에서 '합장 거부'를 하며 뻣뻣이 서서 눈을 감거나 앞만 직시하고 기본적인 불교 의식을 외면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 대한 종교 편향 논란과 함께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지난 12일 황 대표는 부처님오신날 경북 영천 은해사에서 봉축 법요식에 참석했으나, 가슴에 두 손을 펴 모으는 합장(合掌), 불상에 허리를 숙이는 반배(半拜), 아기 부처님을 목욕시키는 관불(灌佛) 의식을 모두 거부해 논란이 인 바 있다.

 

22일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황 대표가 합장과 관불 의식을 거부했다고 해 모든 언론에서 기사화하고 논란이 됐다"며 "모두가 함께 축하하고 기뻐해야 할 날에 이런 일이 생긴 것에 대해 불교계에서는 매우 유감스럽게 받아들이며, 깊은 우려와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 된다"고 했다.

 

이어 "황 대표가 믿고 따르는 종교와 신앙생활을 존중한다"면서도 "황 대표가 스스로 법요식에 참석한 것은 자연인 황교안이나 기독교인 황교안이기 때문이 아니라 거대 정당의 대표로서, 지도자로서 참석한 것이 분명함에도 개인의 생각과 입장만을 고집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논란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계종은 "(황 대표가) 남을 존중하고 포용하기보다는 나만의 신앙을 우선으로 삼고자 한다면 공당의 대표직을 내려놓고 자연인으로 돌아가 독실한 신앙인으로서 개인의 삶을 펼쳐 나가는 것이 오히려 황 대표 개인을 위해 행복한 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독재와 권위의 시대를 지나 민주와 평등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여정에서, 우리는 획일화하고 통제되었던 과거와 달리 다양성과 차이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가져야 함을 알게 되었고 혐오와 차별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할 것인가가 중요한 사회적 과제임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 다양성의 범주에서 서로 다른 입장과 견해를 존중하고 이해하려고 하는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도 요구되는 시기"라고 전제했다.

 

덧붙여 "(그런데)설사 내가 섬기지 않는 스승이라 하더라도 이 시대 우리 사회의 정상적인 지식인이자 교양인으로서 예를 갖추는 것조차 손사래를 칠 정도의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과연 우리 사회를 얼마나 행복하게 이끌고 나갈지 우려된다"고 정치 지도자로서 황 대표의 자질에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조계종은 말미에 10여년 전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장에서 발표된 봉축 법어를 황 대표에게 전한다며 법어의 뜻을 화두 삼아 지도자로서 자세에 대해 깊이 참구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황교안 자한당 대표가 12일 오후 불기 2563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경북 영천시 청통면 대한불교조계종 10교구 본사 은해사에서 열린 ‘부처님 오신 날 봉축법요식’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부처님오신날인 이날 영천 은해사에서 열린 봉축 법요식에 참석한 황교안 대표는 법요식 내내 합장 대신 두 손을 모은 채 앞을 직시하거나 눈을 감고 서 있었다. 삼귀의 반야심경이 진행될 때도 목탁 소리에 맞춰 반배를 하지 않았다.

 

황교안 대표는 법요식 마지막 순서인 아기 부처를 목욕시키는 관불의식 때 외빈 중 가장 먼저 호명됐으나 외면했다. BBS 불교방송에 따르면 황교안 대표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손을 내저으며 거부 의사를 표시했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 3월에도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을 만난 자리에서도 합장하지 않고 악수로 인사해 “다른 종교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 아니냐는”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기독교계 일각에서는 불교계에 되려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식으로 해석을 하면서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황교안 대표가 교회의 율법을 따르기 위해 이러한 행동을 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그러나 공당의 대표로서는 예의가 아니라는 비판이 따랐다.

 

황 대표가 제1야당 대표 자격으로 법요식 공식 행사에 참석한 만큼 기본적인 의식은 따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황 대표가 타 종교에 대한 배려심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함께 나오고 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했다' 참배까지는 아니더라도 황 대표는 봉축식 내내 기본적인 목례 조차하지 않았다. 그러려면 아예 참석을 하지 말아야 한다. 불교계에 생색은 내서 표는 얻고 싶고 기독교계 눈치도 봐야 하는 황교안 장로 겸 자한당 대표가 두마리 토끼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억지 참석은 결국 불교계를 욕보인 행보로 역효과만 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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