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권력 최순실...누가 대통령인지 착각시키는 발언들

박근혜·최순실·정호성 녹음파일 2탄 공개, 해외순방·국정운영·야당 동향 전방위로 관여

정현숙 | 입력 : 2019/05/23 [16:03]

박근혜-최순실 녹음파일, 박근혜 수하 황교안의 영향은?

지난 17일 유튜브 채널 '시사저널TV'에 90분 분량의 정호성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국정농단 주역 최순실씨의 국정 개입 정황을 보여주는 내용으로 사회적 파장이 컸다. 시사저널TV 화면 

 

지난 17일 시사저널이 ‘박근혜-최순실-정호성 90분 녹음파일’을 공개한 데 이어 정호성 휴대전화 녹음파일을 23일 추가 공개했다. "90분 녹음파일’ 속 최순실 씨의 목소리는 누가 대통령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전권을 휘두르는 절대 권력자의 모습이었다.

 

이날 시사저널은 “추가로 공개하는 녹음파일은 11건이며 전화 통화 내용으로 볼 때 이 가운데 9건은 2013년 10~11월 사이 이뤄진 녹음들로 추정된다”고 밝히고 나머지 2건은 2012년 대선후보 시절로 보인다“고 했다. 정호성 전 비서관은 본인 스스로 납득하기 어려운 지시도 따를 수밖에 없을 정도로 최순실의 위세는 대단했다.

 

시사저널이 이번에 공개한 파일은 검찰이 압수했던 정호성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에 녹음됐던 것으로 녹음 시기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인 2013년이다. 지난번 ‘90분 파일’이 대통령 취임 전 서울 모처에서 녹음된 것이라면, 이 파일은 취임 후 ‘최순실-정호성’ ‘박근혜-정호성’ 간 전화 통화 내용을 담고 있다.

 

그야말로 단순 민간인인 최순실 씨는 이때도 마치 본인이 대통령인 것처럼 국회의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 개정안 통과와 예산안 반영을 챙기며 정호성 전 비서관에게 일방적 지시를 내렸다. 2013년 11월 22일 저녁 최순실은 정호성을 다그친다.

 

최순실 왈 "여야가 합의해서 해 달라고 내가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렇게 예산을 묶어둔 채 정쟁을 하는 거는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고 국민한테 전혀 도움 되지 않는다고 보는데…. 계속 1년 동안 이렇게 하는 것이 야당한테, 이게 진정 국민을 위한 것인지 물어보고 싶다. 의도가 뭔지’ 이런 식으로 한 번 하고요"

 

"그다음에 ‘지금 12월 2일로 예산이 풀리지 않으면 지금부터 해를 두고 하지 않으면 이 예산이 지금 작년 예산으로 돼서 특히 새로운 투자법(외촉법)이나 국민 그거를 못 하게 되는데, 이거를 본인들 요구 들어주지 않는다고 해서 국민을 볼모로 잡고 이렇게 하는 거는 국회의원이나 정치권에 무지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고 책임져야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좀 하세요."

 

최순실의 다그침에 정호성은 예산안 통과 등은 법적으로 12월 2일까지 하게 돼 있지만, 여태껏 국회에서 권고 기일을 맞춘 적이 없고 12월 30일쯤이 돼서야 통과되곤 했다고 답한다. 이에 최순실은 “아니, 그렇더라도 (중간생략) 전혀 협조를 안 해주니까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없고…”라면서 답답하다는 듯이 재차 지시를 내렸다.

 

국정농단 의혹으로 최순실이 검찰 조사를 받을 당시 처음엔 자신은 컴퓨터를 못 다룬다면서 대통령 연설문을 이메일로 받은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같은 날 정호성 전 비서관과의 통화 녹음파일에서는 이 같은 해명이 거짓임이 가차 없이 드러난다.

 

최순실/ (대통령 연설문 자료가 첨부된) 메일이 잘 안 열려. 그거(연설문에 넣을 내용) 넣고….

 

청와대 자료를 정호성이 최순실에게 보낸 뒤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자료 송부 사실을 알리면 최순실은 자료를 열어 검토해서 수정하고 다시 이메일로 정호성에게 수정본을 보낸 뒤 문자 메시지로 이를 통보했다. 녹음파일에 나온 대로 가끔은 전화 통화로 수정할 사항을 정호성에게 일일이 지시했다.

 

박 전 대통령의 2013년 6월 중국 방문 당시 중국 칭화대에서 한 연설 내용도 최순실이 정호성에게 일러준 것과 거의 판박이 꼴로 나와 놀라움을 자아낸다.

 

중국 방문 전에 최순실과 정호성이 나눈 대화 내용을 발췌해 보면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6월 29일 칭화대에서 첫 인사말과 마무리 등 5분 정도를 직접 중국어로 연설했다. 특히 마무리 부분은 최순실이 정호성 전 비서관에게 일러준 내용 그대로였다.

 

최순실/ (칭화대 연설) 맨 마지막에 중국어로 하나 해야 될 것 같은데요.

정호성/ 맨 마지막에요? 근데 그…저기 뭐야, 제갈량 있잖습니까. 제갈량 그 구절을 그냥, 그 부분을 중국어로 말씀하시면 어떨까 싶은데요. 쭉 가다가 갑자기 맨 마지막에 중국말로 하면 좀…. 하하.

 

최순실/ 아니, 마지막으로…, 중국과 한국의 젊은이들이 미래를 끌고 갈 젊은이들이…. 앞으로 문화와 인적교류…. 문화와 인문교류를 통해서 더 넓은 확대와 가까워진 나라로 발전하길 바란다. 여러분의 미래가 밝아지길 기원한다. 그러고 감사한다, 이렇게 해서….

정호성/ 지금 선생님 말씀하신 그걸 마지막으로 하신다고요?

최순실/ 응.

정호성/ 알겠습니다.

 

녹취록에 나타난 박근혜와 최순실 두 사람 다 주어와 술어가 불일치하고 애매모호한 화법을 구사했다. 정호성은 이런 이들의 지시를 듣고 따랐다. 정호성은 대통령인 박근혜보다도 최 씨와 전화 통화할 때 더 긴장하는 듯했다.  

 

예를 들면 2013년 11월 16일로 추정되는 전화 녹음파일에서 박근혜는 정호성에게 연설문에 들어갈 신재생에너지 이야기를 하다가 느닷없이 청동기시대를 언급했다. 정호성은 대통령의 부정확한 표현에 건성으로 대답했다. 박근혜의 애매모호한 화법에 비서관인 정호성이 진의를 파악 못 해 전전긍긍하는 모습도 보였다.

 

놀라운 것이 녹취록 속의 정호성 비서관은 명문 SKY대 출신으로 소위 말하는 엘리트다. 좋은 실력을 겸비해 비서관으로 발탁됐지만, 대통령한테는 그렇다 치고 일개 민간인인 최순실한테 자신의 전문성을 전혀 발휘하지 못한 채 꼭두각시 맨으로 반론 한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그저 충견처럼 따른다.

 

최순실은 정호성을 통해 박근혜뿐만 아니라 정홍원 당시 국무총리에게도 손을 뻗쳐 국정을 좌지우지했다. 최순실의 위세가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옛말 그대로다. 무엇보다도 최순실은 야당의 동향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하며 정호성과 상의를 했다.

 

최순실은 “가치를 생각하고 지향해 왔단 얘기를 하면 저것들(야당으로 추정)이 또 난리 날까?”라고 고심하면서 “늘어지는 걸 좀 빼고 민주적인 걸 지향해 왔고…, 당시에도 그렇게 했다는 얘기를 좀 넣어요”라고 지시했다.

 

최순실에게 늘 전전긍긍하던 정호성은 자기 나름대로 파악한 ‘민심’을 최순실에게 알리기도 했다. 최순실이 “이쪽(야당)에서 또 (박 대통령이 해외에) 나갔다고 난리야”라며 투덜대자 정호성 전 비서관은 “하하”하고 멋쩍게 웃으면서 “근데요, 그게, 인터넷에 보면 민주당이 거기에 대해 크게 호응받지 못하고 있습니다”라고 보고한다.

 

정호성은 무엇보다도 최순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역력히 애쓰는 모습이 시종일관 보인다. “선생님, 목요일에 하는 거 잘 결정해 주셔서, 그거 안 했으면 너무… 국내에는 좀 너무 입 다문 것 아니냐 이런 얘기 있었을 텐데, 그런 거 해서 다 괜찮을 것 같습니다”라고 최순실에 대해 선생님을 연발하며 한껏 추켜세운다.

 

시사저널은 최순실이 본인의 사적인 일로 해외에 나가서도 정호성에게 전화를 걸어 업무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며 정호성은 한밤중에도 해외에서 걸려온 최순실의 전화를 받았고, 최순실은 자신이 깨어 있는 시간에 맞춰 지시한 내용을 보고하도록 그에게 지시했다고 전했다.

 

시사저널 TV에 출연한 배종찬 인사이트K 연구소장은 녹취록 공개에 대해 “이것이 공개됨으로써 앞으로 황교안 대표도 큰 부담을 안게 될 거다. 왜냐하면 내년 총선은 새로운 보수의 결집으로 가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굉장히 무능력한 것 같고 국민들이 의심은 하지만 차마 믿고 싶지 않았던 일이 사실이 되어 버린다면 내년 선거가 자칫 박근혜와 관련된 적폐 청산이 국민들이 아직 멀었다. 아직도 적폐 청산은 충분하지 않다고 한다면 박근혜와 문재인의 구도가 되면 황교안에게 상당한 타격이 된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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