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 대신 산불 현장 간 황교안에 주민들 "자한당 홍보하러 왔냐?" 혼쭐

산불 피해지역 가서 ‘색깔론’ 꺼낸 자한당...이재민 “산불 때문에 왔다며!” 딴말만 분통

정현숙 | 입력 : 2019/05/25 [11:08]

황교안 '색깔론' 설파에 주민들 "산불 때문에 왔다더니 딴소리만" 반발

 

고성군 토성농협 회의실에서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한 자한당. 채널A

 

민생 대장정이라며 길거리 정쟁으로 국회를 팽개친 자유한국당 ‘투 톱’인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 23일 강원도 철원 전방 경계초소(GP)를 시찰하는 현장에서 안일한 외교·안보 인식을 드러내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는 가운데 이재민 민심 잡으려 강원도 산불 지역까지 갔다가 도리어 주민들에게 혼쭐만 크게 났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강효상 의원의 국가 외교기밀 유출을 ‘정당한 공익제보’라고 감싸 비판을 받더니, 황교안 대표가 전날 휴전선 인근 전방 경계초소 철거 현장에서 “군은 정부·국방부의 입장과도 달라야 한다”고 말한 것이 24일 거센 파문을 낳았다. 여야 정치권에선 “군이 문민통 제를 벗어나 항명하고 반란하라는 얘기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황교안 대표는 같은 날 오전ㅇ GP 방문과 함께 오후에는 산불 피해지역인 강원도 고성을 찾았다. 그러나 황 대표의 발언이 문재인 정부 성토로만 계속되자, 주민들의 강한 반발에 직면했다. 

 

강원도 고성군 토성농협 회의실에서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개최한 최고위원회의에서 황 대표는 "대통령이 두 차례, 국무총리가 세 차례, 장관들도 여러 차례 방문했지만, 빈껍데기 지원책만 내놓고 갔다는 말씀들을 하신다"며 "현재 책정된 복구비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예비비 지급 등을 통해 배상금을 먼저 지급한 후에 한국전력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추경안도 엉뚱한 데 돈 쓸 궁리를 할 게 아니라 재난 피해주민과 기업들을 직접 지원할 예산을 다시 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산불 이재민을 도울 실질 경비에 대한 추경안 발목을 잡고 있는 쪽은 자한당이다.

 

그러면서 이날 오전에 방문했던 철원 지피(GP) 철수 현장 이야기를 꺼냈다. 황 대표는 “지피 철수 대응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지만 멀쩡한 방어 시설이 사라진 현장을 보면서 정말 안타깝고 걱정을 안 할 수 없었다”며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남북) 군사합의 자체가 무의미해진 만큼 지금이라도 군사합의 무효를 선언하고 우리 안보를 무장 해제를 하는 일련의 행위를 즉각 중지해주길 바란다”며 어김없이 색깔론을 꺼내 들었다.

계속해서 "(군은) 북한 미사일을 아직도 분석 중이라고 하고 대통령은 단도 미사일이라는 해괴한 말까지 했다"며 "국정을 함께 이끌어야 할 야당은 줄기차게 공격하면서 국민을 위협하는 북한 독재정권에 대해서는 앞장서서 감싸고 있다"며 문 정부의 안보정책을 성토했다.

 

황 대표의 계속된 색깔론 발언을 듣던 이재민들은 급기야 '강원도 고성·속초 산불 피해 대책'에 대해서는 짧고, 부실하게 언급하면서 지리한 자한당 홍보에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한 주민은 황 대표를 향해 "여기서 홍보하는 식으로 말씀하지 마시고 이재민한테 어떻게 해주실 것인지 그것만 말씀해달라"며 "우리는 그거(대북안보정책) 관심 없다"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주민의 불만에 황 대표는 "지금 최고위원회의 진행 중이다. 회의를 다 마친 뒤에 그러한 부분을 더 논의하도록 하겠다"며 말을 끊어 버리자, 화가 난 주민이 "여기 홍보하러 오셨나. 홍보고 나발이고 국회 가서 홍보하면 되지 왜 여기서 난리냐"고 목소리를 높여 장내가 웅성거렸다. 


그러자 황 대표는 "조용히 해주시길 바란다"고 불쾌감을 나타냈고, 이곳이 지역구인 이양수 자한당 의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안내가 제대로 안 됐나 본데 여기는 한국당 현장 최고위다. 산불만을 위해서 만들어진 자리가 아니다. 이런 식으로 방해하시면 제재가 크게 따른다"라고 위압적인 발언을 했다. 

당직자들은 항의하던 주민들을 내보내고 회의를 마저 진행했다. 그러자 또 다른 주민이 “(산불피해 관련) 중심으로 하셔야지 열 받게 만든다. 피해 본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한국당 선전만 하고 있다”, “산불피해 때문에 왔다는 사람들이 딴소리만 한다. 틀린 얘기 하는 게 아닌데 왜 내보내느냐”고 맞섰다.

 

주민들은 산불이 나서 피해를 본 사람들이 많은데  굳이 산불 지역까지 찾아와서 산불 피해 주민들을 중심으로 (회의를) 하지 않고 엉뚱하게 자한당 당 홍보에만 치중하는 회의의 방향을 질타하면서 불만을 제기한 것이다.

 

또 다른 주민은 행사장 앞쪽에 달린 ‘산불 화재피해 주민들의 조속한 일상 복귀를 위한 자유한국당 강원현장최고위원회의’라는 현수막을 지적하기도 했다. ‘주민들을 위한’ 회의가 아니라는 취지였다.

 

23일 오후 자한당 황교안 대표가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에서 열린 고성 산불 화재 피해 주민들의 조속한 일상 복귀를 위한 강원 현장최고위원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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